"인간들이여 하나님을 용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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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여 하나님을 용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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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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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그가 1991년에 출판한 <예수복음>이 번역되어 나왔다.(이 소설로 교황청에서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이 땅에 예수는 왜 왔는가?' 하는 주제를 이름(?)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는 묻지 않고 이야기한다.

소설책이라고 하는 형식을 타파하고,  대화체를 이용하되 따옴표를 이용하지 않고, 이야기체로 하였기 때문에 읽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저자 자신의 시각에서 중간 중간에 설명과 해설을 섞어 놓아서 더 읽기가 쉽지는 않다. 내용상의 어려움보다는 형식상의 낯설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저자의 해학과 위트넘치는 문장을 보면 처음의 읽기 어려운 부분은 충분히 넘어가게 된다.

이야기는 편년체 형식 즉, 예수가 태어나기 전의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의 이야기와 함께 예수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 하느님을 만나는 과정과 그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다가 죽는 순간에는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 유대인의 왕으로 죽기를 소원했던 예수 이야기다.

이 과정을 저자는 특유의 해학과 농담, 풍자를 후반기부터 절묘하게 우리에게 말하는데, 읽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기독교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뼈대로 이야기는 구성된다.

로마가 호적정리를 위해 태어난 곳에서 출생신고를 하라는 명령에 따라 나사렛에서 살던 예수의 아버지인 요셉과 어머니인 마리아는 임신한 채로 요셉이 태어난 베들레헴으로 간다. 예수가 태어난 후 헤롯왕이 베들레헴의 세 살 미만의 사내아이는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예수의 아버지 요셉이 우연히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듣고 헐레벌떡 마을로 돌아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예수만 구한 일로 요셉은 죄를 지었다. 이 죄로 요셉은 반란군에 가담하지 않았으면서도 십자가에 못박혀 죽고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예수는 자기가 아버지의 죄를 또 상속받아 그 죄를 갚기 위해 유랑을 떠난다.

목자(악마라고도 하는데)와 함께 몇 년을 양치기 소년으로 살다가 사막에서 하나님을 보고, 예수의 생명을 요구하는 하나님을 만나 '왜 제 생명을 원합니까' 하는 물음에 하나님은 이렇게 답한다.

"내가 너에게 권세와 영광을 줄 것이다."

"무슨 권세이고 무슨 영광입니까?"

"너를 다시 부를 때 알게 될 것이다."

"그게 언제입니까?"

"안달하지 마라. 그냥 최선을 다해 네 인생을 살고 있어라."

어차피 줄 거 오늘 주면 안 되겠냐는 예수의 질문에 하나님은 선물이 아니라 예수의 생명과 바꾸는 교환에 불과하다며 때를 기다리라고 한다. 다시 몇년의 방황을 거쳐서 하나님을 호수가에서 만나게 된 예수는 하나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글의 독자를 위하여 중요한 대화를 옮겨 보겠다. 이 책의 핵심내용이고 대화의 내용이 매우 재미 있다. 저자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저는 누구냐는 질문에 하느님은 이렇게 답한다.

"너는 나의 아들이다. 내가 요셉의 씨와 내 씨를 섞어서 만들었다."

" 왜 아들을 원하셨나요?"

"천국에는 아들이 없었거든. 그래서 땅에서 아들을 한 명 준비해야 했지."

"그 이유는요?"

"내가 창조한 이 세상, 그 안의 모든 것과 더불어 창조한 이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의 신 노릇을 계속하기에는 너무 만족이 안 되고. 또하나 나는 유대인의 하니님에서 우리가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가톨릭이라고 부르게 될 사람들의 하나님으로 옮겨가기 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지."

"제 역할은요?"

"희생자, 순교자의 역할이다. 그게 신앙을 퍼뜨리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최선이지."

"그럼 제 죽음은 어떤 것인가요?"

"순교자의 죽음은 고통스러워야지. 또 가능하다면 수치스러워야지. 그래야 신자들이 감동해서 더 헌신하게 되니까."

"그러면 왜 당신이 직접 하지 않으시나요?"

"신들의 합의라는 제약 때문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거든. 내가 광장에 서서 이방인과 이교도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들의 신은 가짜고 내가 그들의 진짜 하나님이라고 설득하는 광경을 상상해봐라. 이건 한 신이 다른 신한테 할 짓이 아니란다. 게다가 자기 집에서는 금지해 놓은 것을 다른 집에 가서 하는 신을 다른 어떤 신이 좋아하겠니?"

"그래서 대신 저와 사람들을 이용하겠다는 거군요?"

"그렇지. 인간이란 일반적으로 말해서 신들에게 생긴 가장 좋은 재료이지."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저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하고 말하기만 하면 돼."

"그런데 그런 작은 일을 하려고 당신의 아들을 희생해야 하나요? 그냥 선지자 한 명만 보내면 될 텐데요."

"사람들이 선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시대는 지났어. 요즘에는 사람의 심장을 건드리고 감정을 흔들려면 더 강한 약을 주는 충격요법을 사용해야 돼.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 달리는 것 같은 걸."

"제가 죽은 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자, 아들아! 미래는 무한하기 때문에 요약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제가 알고 싶은 건 제 뒤를 잇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겁니다."

"천국에서는 행복을 얻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될 거야."

"당신이 다른 신들에게 거두는 승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죽음을 가져오는지 말씀해주세요"

"계속 알아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구나. 그래 좋다 이야기해주마. 일단 내가 말한 교회는 세워질 거다. 그 기초가 단단해지려면 사람의 살을 파고 세워야 해. 그 벽은 포기, 눈물, 고뇌, 번민, 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죽음의 형태로 만들어야 하지."

"제 뒤를 잇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모두 죽게 되지. 쇠와 피, 불과 재, 무한한 슬픔과 눈물의 바다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게 되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이하는 20쪽에 걸쳐서 인류역사에 나타난 믿는 자의 죽음을, 모든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목이 잘려서 죽고, 불에 태워져 죽고, 톱에 잘려서 죽고, 깔려서 죽고 기름불에 죽고 등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한다.(너무 끔찍하다. 종교재판은 예로 들지도 않았다)

이 때 악마가(이 자는 예수와 하나님의 대화에서 처음부터 옆에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질 거면 제가 원래 루시퍼라는 천사였다가 거기서 도망나왔으니 이제라도 제가 반성하고 다시 천국으로 가면 그런 일을 없애겠냐고 하나님께 이야기한다.

왜 그러느냐는 하나님의 질문에 즉, 악마가 반성하고 하나님이 악마를 용서해주면, 악은 멈출 것이고, 당신의 아들은 죽을 필요가 없고, 당신의 왕국은 히브리인의 땅을 넘어 현재 알려진, 그리고 앞으로 발견될 지구 전체를 끌어안을 정도로 넓어지고, 어디에서나 선의가 지배하고, 나는 줄곧 당신에게 충성했던 천사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리에 서게 될 것이고, 나는 회개했으므로 그들 누구보다 충성할것이고.

모든 것이 늘 그랬어야 할 것처럼 되어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니, 하나님은 한 마디로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내가 대표하는 선은 자네가 대표하는 악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지. 악마가 악마가 아니면 하나님도 하나님일 수 없는 거야."

조금 내용인용이 길었지만 저자의 생각을 좀 더 쉽게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축약하여 인용하였다.

이후의 예수의 행적에서 저자의 깊은 생각이 드러난다

예수는 이 일 이후로 하나님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이유로 죽기보다는 유대인의 왕으로 죽기를 원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로마총독인 빌라도와 협상을 벌여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유대인의 왕을 사칭하였다는 이유로 십자가형을 받는 것으로 하나님에게 저항(?)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나님의 뜻은 알겠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사람의 아들로서 죽기를 원했다는 것을 말함으로써 기독교의 존재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이야기하고, 나아가 예수의 존재를 나약한 인간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인간의 길을 강조한 예수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예수복음>이다. 수 많은 기적을 통해서 하나님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했던 예수가 아닌, 가난하고 억압받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존재로서의 인간 예수를 말하고자 그것을 거역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의 깊은 고민을 책의 후반부는 밀도 있게 그려낸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입장에서는 저자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지만, 아마도 예수가 이 땅에 온 것은 모순덩어리인 하나님의 자기존재증명의 뜻이 아닌, 가난하고 못 배우고 억압받는 인간을 위해서 온 것이라고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저자가 예수의 입을 빌려서 한 말,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이것이다.

"인간들이여 하나님을 용서하라. 하나님은 자신이 한 짓을 알지 못한다."

구약의 내용을 토대로 저자의 상상력을 더하여 하나님의 존재와 예수의 탄생의미를 저자의 놀라운 유머와 위트로 엮어낸 놀라운 책이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일독을 권한다.

예수복음/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 옮김/해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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