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안철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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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안철수라면…
  • 이준한
  • 승인 2011.11.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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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이준한 교수 /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현재 한국에서 안철수 교수만큼이나 관심을 많이 얻고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내년 대선에 신당을 만들어서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철수 교수는 학교 일이 벅차다는 말로 에둘러서 말한다. 그로 인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년 대선에 분명히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그 반대편도 만만치 않다. 만약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나오면 한 방에 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참으로 선한 얼굴표정에 기자들 앞에서는 모기 기어가는 소녀 같은 목소리로 손까지 덜덜 떨며 말한다는 안철수 교수는 매우 소심한 편이라고 의대 동기생들이 평했다. 그 반대편에는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선언을 하는 것부터 10월 24일 박원순 후보에게 편지를 전하는 모습까지 매우 노회한 계산능력을 가진 고단수라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이제 한 달 뒷면 다 잊혀질 것이라는 안철수 교수가 무색할 지경이다. 선거에서 두 달도 훨씬 더 지난 뒤에도 온갖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교수 사이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기대는 기성정치에 대한 환멸과 반감이 구축시켜준 측면이 있다. 안철수 교수 스스로 쌓아 만든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사이에 정당들은 유행에 편승해서 정당 본연의 역할을 방기해간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말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위기를 형성시키는데 앞장까지 선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정치의 생명줄이라고 보았는데 시민사회에서 정치사회의 가장 핵심인 선거에 나서고 정당을 뛰어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내가 만약 안철수 교수라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잘 음미하겠다. 나는 우선 안철수 교수가 이번 선거에 그랬듯이 대중의 관심을 잘 이끌고 선거에 대한 흥미를 유지시키면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겠다. 또 나는 안철수 교수가 그랬듯이 자신의 말이 맞든 틀리든 중요한 시점이 되면 자신의 생각을 밝혀 정당이나 유권자가 시대의 방향을 생각하고 판단하게 돕겠다. 나는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시장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듯이 결정적인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좋은 후보를 지원해주기로 선언할 터이다. 아울러 그 후보가 어려움을 겪다싶을 때가 되면 편지를 써서 들고 가겠다고 유권자와 언론의 관심을 모은 뒤 적당한 시점에 그 편지를 전해주겠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선거결과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한국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정치연구재단이나 정치발전재단을 만들겠다. 일본의 정경숙이나 독일의 정치연구재단 등은 좋은 모델이다. 내가 만일 안철수 교수라면 수천억의 주식 가운데 일부라도 처분해서 처지에 맞는 기여방식을 찾아볼 것이다.

솔직히 지금의 한국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를 싫어한다는 이명박 대통령 성격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에서 임기도 못 채웠다. 그 뒤 여의도 정치를 극도로 혐오했다. 공교롭게 공통성이 보인다. 안철수 교수는 국회에서 일도 안 해봤고 의대 출신으로서 인문학은 알지만 정치(학)는 모른다고 고백했다. 기성정당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만약 안철수 교수라면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게 된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승리하는데 기여한 이유로 세 번째가 안철수 교수의 양보와 지원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가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28%에 불과했고 이에 반대하는 유권자가 50%에 육박했다. 참으로 재미있는 여론이다. 지금 당장 안철수 교수가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만약 안철수 교수라면 박원순 후보에게 했듯이 좋은 사람을 듬뿍 지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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