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신(不信)의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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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신(不信)의 시대에
  • 정영수
  • 승인 2011.11.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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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정영수 / 프라임전략연구원 대표


출처 : 한국경제신문

현대는 불안, 불만, 불신 등 3불(不) 시대다. 이중 우리사회에서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게 바로 '불신'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는 불신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집권 초기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 집회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4대강 사업, 한미 FTA 문제 등 연속되는 국정현안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신의 폭이 크고 깊다.

불신은 소문을 생산하고 그 소문은 확대 재생산되어 모든 국민에게 회자되고 있다. 광우병, 천안함에다 이제는 FTA와 관련된 소문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누리꾼들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FTA 체결이 되면 맹장수술에 900만원의 비용이 들며, 수돗물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은 빗물을 마셔야 한다는 등 소문이 단순한 소문이 아닌 '괴담' 수준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소문은 그 특성상 '수확체증의 법칙'을 따르는 특성을 갖고 있다.
          
소문의 진실여부, 아니 괴담 수준 소문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느낌이 들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해도 국민들에게 그 진의가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소문만 증폭되고 있고 그 해결책은 보이지 않으니, 지극히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사가 그렇듯 모든 문제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서 비롯되고 있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도 이런 불신의 문제가 그들 스스로에게 있음을 진정성 있게 명확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이명박 정부는 지나친 자신감에서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무시해서인지, 진정성 있는 인식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논란을 빚었던 경찰청장 교체 문제를 보자. 현 조현오 청장 돌출 행동과 내년 총선 출마 예상 등 조 청장을 바라보는 청와대 입장은 불편했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경찰청장 인사 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은 거의 초등학교 수준이다. 뛰어난 업무역량과 실적으로 증명되는 검증된 인재라는 말을 하였지만, 거론된 사람은 '영포라인' 핵심 인사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에서 결사반대 의지를 청와대에 전달하였고,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모습으로 정리되어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은 스타일만 구겼다.

'과정적 목적'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 결과가 모든 걸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제 그러한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이며,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FTA 관련 소문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 자세를 보면 요즘 '개콘' 유행어 중 하나인  "안돼∼"가 저절로 나온다. FTA 관련 인터넷 괴담으로 치부하는 각종 소문들에 대해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를 하고 소문 유포자는 엄단하겠다는 발표를 들으면서, 도대체 내가 어느 시기에 살고 있는지 헷갈린다. 참으로 오래 전 국민들을 향해 고압적인 자세로 대국민 정부 성명을 발표했던 군사 정부의 '데자뷰'를 생각나게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 아닌 만리, 혹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로 확대되는' 시대에 인터넷을 통제·관리하겠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여전히 검찰은 군사정권 시절 추억과 회상에 잠겨있는 것 같다. 결국 이 같은 발표 이후 며칠 안 되어(아니 바로 다음 날) 검찰 발표 의미가 다소 잘못 전달되었다고 해서 검찰 역시 체면을 구겼다.

누구나 아는 경구다. "국민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침몰시킬 수도 있다."는 교훈을 이명박 정부는  새겨 들었으면 한다.

소문이 무성한 사회, 소문이 괴담 수준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사회, 그 소문을 통제하고자 하는 정부, 이 모두 건강하지 못한 사회와 정부이다.

우리는 병이 들고 아프면 병원을 간다. 우리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내 몸 상태를 정확하고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정확한 처방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사의 자세로 우리 사회 문제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따른 올바른 처방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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