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실종'은 건강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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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실종'은 건강실종?
  • 이성은
  • 승인 2011.12.1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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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이성은 교수 / 경인여대 간호과


필자는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중년이지만,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올해 패션의 대세는 역시 '하의실종'이라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하의실종'이라는 어감부터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이 패션의 정체는 하의를 안 입은 것으로 착각할 만큼 하의를 짧게 입는 게 포인트다. 어린이부터 여학생에 이르기까지, 젊은 아가씨들에게는 광풍 같은 유행이 되고 있다. 심지어는 제법 나이든 여성들마저도 이 패션에 관심을 갖고, 또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영하의 날씨로 어깨가 움츠러드는 요즘에도 '하의실종' 패션을 포기하지 못하는 여대생들을 학교에서 흔히 보게 된다. 다양성이 지배하는 21세기를 살아가면서 패션에도 당연히 정답은 없겠지만, 필자 전공이 건강관련 분야라 그런지 가끔 패션스타일 자체보다는 건강에 은근히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을 보면서 아끼면서 하는 "요즘 추운데 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게 좋을 듯싶은데…."라는 필자의 말은 허공으로 퍼지는 잔소리이기 일쑤다.

혈액순환은 인체건강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짧은 옷을 입고 다리를 길게 노출하다 보면 여성의 경우 피부체온 특히, 하체가 차가워지기 쉽다. 찬 기운은 일부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인체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체온유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굳이 한의학적 지식을 동반하지 않고 또 잘 모른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짧은 패션으로 인해 하체의 온도가 떨어지게 되면 서서히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각 장기로 지나가는 산소공급과 노폐물 교환에 장애가 있다. 가벼운 정도의 기능장애는 건강한 젊은 여성의 경우 크게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변비, 사지냉증, 생리불순, 그리고 안색이 좋지 못하다면 한 번 쯤 '하의실종' 패션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여성의 도톰한 아랫배는 자궁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여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리를 길게 노출하는 과정에서 하복부 온도가 내려가면 여성의 상징인 자궁의 온도도 내려갈 수가 있으며, 이는 냉증과 생리통의 원인으로 될 수 있다. 특히 생리 중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자궁의 미세한 경련으로 인해 생리통과 같은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 대증요법으로 가벼운 운동, 옷이나 온열팩으로 하복부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함으로써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증상의 일부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부분이다. 또한 불임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겠으나, 여성의 자궁이나 난소 온도가 내려간 것도 배란장애의 원인으로 될 수 있다. 그러니 '하의실종' 패션을 즐기는 것은 재고(再考)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의실종' 패션에 꼭 따라가는 것이 있으니, 10cm에 가까운 높은 굽의 신발이다. 일명 '킬힐(kill hill)'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죽여주는 신발'이다. 늘씬해 보이는 모양새는 좋으나 발은 얼마나 혹사당하겠는가? 뼈와 근육에 무리가 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가락에 '무지외반증'과 같은 변형이 찾아오니 정말 '킬힐'이라고 부를 만하다. 높은 굽의 신발로 인해 인체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하여 과도한 척추전굴이 유발되며 흔히 허리통증, 그리고 '척추전만증'과 '척추측만증'이나 일명 허리디스크와 같은 질환이 유발될 수도 있다. 또한 발목 관절에 자극을 주어 '염좌', '인대손상', '관절염'과 같은 질환이 생각지도 않게 찾아올 수 있다. 과거 정형외과적 질환이 노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젊은 여성들도 패션과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참지 못할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 이로 인한 고통과 생활의 불편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기 좋은 것이 몸에도 좋으면 더없이 좋으련만….

그러나 여성에게 건강과 아름다움 그 어느 것도 쉽게 포기할 수 없으니, 스타일도 살리고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그런 패션아이템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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