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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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 이대로 좋은가?
  • 황명숙
  • 승인 2011.1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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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황명숙 / 인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이사


지금은 입시철이다. 대학진학 문제로 부모나 학생들이 받는 압박감은 누구나 공감한다. 공교육을 깊이 신뢰하고 있는 학부모로서 우리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 교육에 몸을 담고 계시는 선생님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우선 입학사정관제가 새로운 입시 제도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 주체인 학교-교사-학생-학부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이 제도에 대한 철저한 신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입시 제도도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 상황에 적합하게 변화하는 게 합리적이다. 

1945년 이후에 대학 입시제도는 대학별 자율 선발, 대학입학연합고사, 대학별 본고사, 내신, 대학입학자격 국가고사, 대학입학예비고사, 대학입학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입학사정관제로 변화해 왔다. 나름대로 교육전문가들이 그 당시 최선을 다해서 만든 제도라고 믿지만 어떤 제도건 완벽하지 못했고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최근 입학사정관제도는 양적 평가 방법에 익숙해 있던 우리 입시제도에 질적 평가 방법이라는 정성적 요소가 도입됨으로써 지금까지 입시 제도와는 다른 성격의 제도이며 좀 더 세련된 입시제도라고 기대된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비교와 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기며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는 것이 대학입시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공교육이 정상화를 외칠 만큼 비정상적이고 문제점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이렇게 좋은 교육을 시켜주는 나라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최고라고 생각한다. 

해방 이후 짧은 시간에 지독한 가난으로부터 탈피하게 해준 힘도 바로 우리의 교육과 그 교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적 자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립 교육 예산이 세계 최대인 미국은 3,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00조에 달하며 초등교육만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0%라는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학생 1인당 소모 경비 역시 6,000달러(약 800만원)로 우리 공교육 예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투여된 예산에 비례해서 미국 학생들의 학력이 세계 최고인 것은 아니다.

그 점에서 보면 우리 공교육은 '주입식이다,  획일적이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발휘 할 수가 없다'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학생들이 교육의 질과 양에서 많은 교육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교육을  비판하는 시각보다는 잘해 왔지만  문제점을 개선하고 수정하면서 앞으로 더 잘해 보자는 마음으로 공교육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입 자율화라는 큰 범위에서 보면 다양한 입학전형 방법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이해다. 그런 시각이라면 입학사정관제를 곡해하거나 너무 무겁게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기대는 공교육 활성화와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양극화 해소, 우수 학생의 개념 변화로 인한 소질과 적성 중심 교육, 대학 자율화 기반 마련,  다면적 종합적 평가를 통해 과도한 성적중심 입시교육의 개선이라고 생각된다.

반면 입학사정관제 우려는 지금은 정부 주도로 예산을 지원하지만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과연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공정성과 투명성, 아직까지 전문적 사정관이 많지 않다는 점, 새로운 사교육이 발생해 교육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염려도 있다. 만일 성적절대평가와 고교등급제가 반영된다면 학교 간 격차가 더 심화할 수도 있고 학교와 학생 모두 대학입시 준비가 더 가중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입학사정관제 도입은 우리 입시제도가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방법 두 가지가 혼합됨으로써 다양한 각도에서 인재를 발굴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전형방법이다. 이러한 세련된 전형방법인 입학사정관제가 잘 정착되려면 많은 숙제가 남아 있겠지만 그것은 교육 주체인 학교-학생-학부모-교과부-대교협 모두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MIT공대 스튜어트 슈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제는 점수로 결과가 결정되는 축구나 야구보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여러 가지 판정관 채점으로 결정되는 체조나 다이빙 같은 경기와 닮았다"라고 했다. 판단기준은 있지만 일률적이지 않으며,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시도가 더 높이 평가 받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입학사정관제가 신뢰성, 공정성, 전문성, 타당성을 고루 갖추기 위해 준거나 기준을 마련하면서 노력을 한다면 아마도 단시간에 좋은 전형으로 자리가 잡힐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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