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 음식재료와 약재로 널리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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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 음식재료와 약재로 널리 이용
  • 정충화
  • 승인 2011.1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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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잣나무


언젠가 시흥 어느 들판에서 부모와 나들이 중이던 한 도시 아이가 벼를 '쌀나무'라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매일 세끼 밥을 먹지만, 아이는 그 밥이 어떻게 하여 밥상에 오르는지를 제대로 모르는 듯했다. "이거 큰 일이구나" 싶었지만, 아이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한가하게 자연과 식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망한 일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벼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잣'이 열리는 나무와 그 열매에 대해서 성인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부분 제대로 알고 있겠지만, 한편으론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별하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가까이서 이들 나무를 볼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고, 접할 기회가 있었더라도 흔한 침엽수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식물과 친구하기'라는 타이틀로 여러 매체에 식물 소개 글을 써온 지 십 년 가까이 되는데 정작 나도 이들 나무를 소개할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평소 시선을 잡아끄는 식물에만 눈길을 주었지 우리 산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나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아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잣나무는 울릉도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자라는 소나무과 상록침엽교목이다. 성목의 키는 30m, 줄기 지름은 1m에 달하며 나무껍질은 암갈색이고 조각 껍질이 갈라진다. 바늘 형태 뾰족한 잎은 5개씩 모여 달린다. 잎 빛깔은 연한 초록색을 띠며, 가장자리에는 미세한 톱니가 있다. 암수한그루로 꽃은 5월에 피며 붉은빛이 도는 수꽃은 새로 난 가지에 5~6개가 달리고 녹황색 암꽃은 가지 끝에 2~5개가 달린다. 

열매는 길이 12~15cm, 길이 6~8cm 내외 원통형 구과(毬果)형태로 달린다. 단단한 껍질 속에 든 종자는 약간 일그러진 삼각형 또는 긴 난형으로 이듬해 9~10월경 익는다. 잣나무 어린 묘목을 심은 후 20년이 지나야 잣이 열린다는데, 구과 하나에 대략 100여 개 잣이 익으며 이것을 식용한다. 

잣나무는 목질이 연한 홍색을 띠므로 홍송(紅松), 열매가 달리는 구과여서 과송(果松), 잎이 5장씩 달려 오엽송(五葉松) 등으로도 불린다. 나무 재질이 좋아 가구재, 도구재나 선박재로 이용한다. 잣에는 단백질, 비타민,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날로 먹어도 되고 음식의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씨를 허약 체질 개선, 신경통과 현기증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쓴다고 한다.  
 
10월경 춘천에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청설모가 잣을 수확하는 걸 멀찍이서 본 적이 있다. 녀석은 잣 구과를 양손으로 붙잡고 주위를 경계하며 종자를 하나씩 발라 양볼에 채웠다가 인근 풀숲 곳곳에 묻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저장된 잣은 녀석의 일용할 양식으로 쓰이고, 그중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부가 싹을 틔워 다음 세대를 이어갈 것이다. 

글/사진 : 정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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