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세워질 미술관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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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세워질 미술관의 모습은?
  • 도지성
  • 승인 2011.12.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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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도지성 / 서양화가


인천 미술인들의 숙원인 인천시립미술관(가칭)이 건립된다. 인천시는 그동안 10여 차례 토론회와 시민설명회를 거쳐 인천비즈니스고(옛 선화여상) 자리에 미술관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계획대로라면 인천시는 내년부터 기본계획수립 타당성조사 용역을 거쳐 2014년 미술관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제 터 선정이 끝난 만큼 다음 단계는 미술관 설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술관 건축은 미술관 성격과 연관이 있는데, 그에 따라 건축 형태나 규모와 장소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많은 유럽의 미술관이 과거 고전적인 작품은 궁전 건축물을 활용하여 전시하고, 현대적인 작품들은 빌바오미술관이나 뽕피두센터 같은 현대적인 건축물에 전시하고 있다. 그것은 화려한 액자의 고전적 그림은 고급스런 궁전의 벽, 심플한 현대미술은 현대 건축의 미니멀한 벽면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의 미술관이 서구에서 유입된 기존 미술관 형태를 반드시 답습할 필요는 없다. 또한 현대미술은 회화 같은 평면작품뿐만 아니라 입체와 사진, 동영상, 설치, 각종 미디어 매체가 활용되기 때문에 과거의 미술관 건축형식과는 다른 차원이 요구된다. 따라서 인천시립미술관 건축을 논하기 이전에 어떠한 성격의 미술관을 수용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미술관 장소 선정에 논의가 집중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앞으로 미술관 건축 설계에 앞서 미술관 성격 규정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특정한 목적과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첫째,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전파하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둘째, 질 높은 미술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그를 연구하는 것이다. 셋째, 미술문화의 정보센터로서 시민들의 평생학습 공간으로써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성격에 맞는 미술관을 세우면 된다고 생각하면 쉽지만, '다양한 미술작품'과 '질 높은 미술문화 유산'이라는 것의 개념 정의가 각자 배경이나 이념의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 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합의점을 찾고 공공의 목적을 잘 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중세 유럽의 성직자와 귀족 부유층이 예술품을 개인적으로 수집하였고 특권층만이 관람하는 혜택을 누렸다. 시민사회 대두와 함께 공공미술관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지만, 애초부터 컬렉션이 존재하지 않는 인천에서는 현대미술 중심으로 어떠한 것은 취하고 어떠한 것은 버릴지 그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뒤샹이 화장실변기를 예술작품으로 제시한 이후 현대미술 개념은 무한대로 확대되었다. 이 때문에 모든 게 다 '예술'이라는 개념적 혼란으로부터 '예술'의 범주를 정의하는 것과 어떤 특정 장르를 좀 더 집중적으로 컬렉션하거나 몇 개 주제를 정하여 주제에 맞는 컬렉션을 할 것인가 등 미술관 내용을 채우는 일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는 자칫 작가들의 주도권 다툼과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기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소장 작품 없이 기획 전시위주로 운영되는 미술관도 있다. 어찌 됐든 이러한 논의들은 미술관 건축 설계 이전에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건축 설계라는 하드웨어는 그 안에 담길 소프트웨어의 목적과 기능에 맞추어 계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막걸리를 담기에는 뚝배기가, 그리고 와인에는 유리잔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미술관 건축은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기능만이 다가 아니다. 미술을 품은 건축 자체가 문화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빌바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그 안에 소장된 작품들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매년 수백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름다운 미술관 건물이 지역 경제를 일으키는 역할 까지도 하는 것이다.

인천에 미술관을 세우기까지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다. 열악한 인천시 재정상태도 그중 하나이다. 또 장소도 최적이 아닌 차선으로 선택한 곳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건물을 증축해서 지어가는 방법도 있고, 주변에 초중고교가 밀집된 곳이므로 학생들이 많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점도 설계에 반영해야 될 점이다. 랜드마크로 지어진다고해서 너무 과시적이어서도 곤란하다. 인천시민의 안락한 둥지가 될 수 있는 미술관이었으면 좋겠다. 둥지처럼 친환경적이면서 주변과 조화롭고 견고하고도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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