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체불로 위기 일상화 - 취재활동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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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체불로 위기 일상화 - 취재활동 위축
  • 송정로
  • 승인 2011.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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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창간 2주년 특집] 인천 언론, 이대론 안 된다 ①


<인천in>이 23일 창간 2주년을 맞아 '인천 언론, 이대론 안 된다'를 놓고 3회에 걸쳐 특집을 연재한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같은 주제로 특집을 싣는 것은 지방 언론이 중앙집중적 한국 사회에서 '지방'이란 틀에 갇혀 여전히 변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만성적 경영난은 가중되고, SNS 등 신매체 등장으로 급변하는 언론환경 속에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 언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계 관심과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① 생존의 기로에서 뛰는 기자들

② 인천 언론, 그 모습은 지금 어떤가

③ 대안, 그 전환점을 찾아

인천지역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A신문에서는 올해만 기자 13명(외근 7명, 내근 6명)이 이직하거나 사직했다. 이직자  중 일부는 지방방송이나 다른 신문으로 갔으며, 정치권으로 간 기자도 있다. B신문에선 지난해 데스크급 기자 3명이 사직한데 이어 올해도 부장 한 명과 기자 한 명이 떠났다.

그러나 기자 충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영난으로 채우지 않기도 하지만, 경력기자를 구하기 매우 힘들다. 신입기자는 오래 못 가고 포기하기 일쑤다.

기자 감소는 결국 기사내용 부실을 불러온다. A신문 Y부장은 "옛날과 달리 요즘엔 기자 한 명이 구청과 경찰 등 몇 개씩 맡아 취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지역 언론 기자는 3D업종에도 끼지 못한다"라고 자조섞인 말을 내뱉는다.

이들 지방신문은 이(퇴)직만 일상화한 게 아니다. 임금 체불이 다반사로 된 지는 더 오래 됐다.

호봉제인 B신문은 2년 가까이 본봉만 지급하고 있다. 임금 중 약 3분의 2만 지급한다. 일부는 예전 통상임금보다 줄어든 채 연봉제로 전환했다. A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전 직원에 일방적으로 일괄 100만원씩만 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줄어든 임금은 미지급(퇴직금)으로 쌓여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 최근 사직한 기자출신 B신문 K부장은 "자신이 벌어온 돈 대부분이 계속된 퇴직자 미지급금과 퇴직금으로 충당됐다"면서 '신문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다.

민주 사회 언로(言路)를 여는 대표적 기관인 지방의 신문사가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경영난에 쫓겨 제 갈 길을 잃고 있다. 사기업체로서 중대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지역신문이 '지방'이라는 구조적 한계(열악한 광고 시장)에 갇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닫힌 광고시장에서 생존하고 경쟁도 해야 하는 지역언론의 경영 방식은 '시장경제'에서 한참 벗어나 기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 언론이 구독과 광고보다는 이벤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행정기관 예산에 의존하고, 기업 협찬에 목을 매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은 뒷전이다."

지난 12월5일 인천언론인클럽 주최로 연 '변화하는 언론환경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지방신문사 한 간부 기자가 고통스럽게 고백한 내용이다.

실제 인천·경기지역 주요 일간지 중 C신문과 D신문을 비롯해 대부분 지방 일간지와 일부 전국지들이 인천시에 요청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축제 등 행사성 경비는 21건 29억원에 달한다. 건당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8천만원에 이른다. 해양축제, 제야문화축제, 청소년문화축제, 바다그리기대회, 국제마라톤대회, 꽃전시회, 인라인컵대회, 효박람회, 세계의상페스티벌 등 다양하다. 취합한 것만 이 정도다. 실제로 숨어 있는 건수는 더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 정부 예산에 의존한 언론사들의 이벤트 예산액은 올해 인천시의 정식 광고나 광고기사 예산액 13억3천만원보다 2배 이상 많다. 신문 구독에서 광고로, 또 광고기사로, 다시 이벤트 협조로 이어져 이제는 시정부 이벤트를 통한 의존 예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십개에 이르는 언론사 간부 기자들은 매해 가을 다음 연도 예산이 짜여질 즈음이면, 시정부 행사성 예산 확보에 신문사 사활을 걸고 달려든다.

그렇지만 지역 언론은 재정난으로 항상 위기다. 살얼음판을 걷는다. 최근에는 종편 등장으로 지역 광고시장의 '쪽박'마저 깨질까봐 걱정이다.

D신문 H부장은 "얼마 전 몇몇 신문에서 종편에 반대하는 백지광고를 내기도 했는데, 가뜩이나 작은 광고시장에 종편들이 저인망식 광고 훑기에 들어가면 그 상황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나 SNS 등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특히 종이신문으로 대표되는 지역 언론사의 기자들은 끊임없는 변화 요구와 재정난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직과 체불의 일상화, 그리고 위기의 일상화 속에서 기자들의 취재활동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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