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희 시인 세 번째 시집 『소금창고』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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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희 시인 세 번째 시집 『소금창고』출간
  • 최제형
  • 승인 2011.12.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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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如如로운 풍경에 스스로 감화된다"
 
 
시집 표지 및 작가약력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을 며칠 앞두고 인천에서 활동 중인 류제희 시인이 세 번째 시집『소금창고』를 문학의 전당에서 출간하였다. 가까운 문우와 친지, 동료들과 28일(수) 오후 6시 30분 남동구청 7층 소강당에서 출판기념모임도 가질 예정이다.

류 시인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1986년 신사임당백일장 시부문 장원과 1990년 인천문단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1995년 <시와 시학> 신인상을 받고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인천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아동문학회와 서해아동문학회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동인모임인 30년 전통의 내항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첫 시집『산벚꽃과 옹달샘이 있는 풍경』과 두 번째 시집『논현동 577번지』에 이어 8년 만에 출간한 이번 시집은 인천문화재단 2011년도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발간되었다.

인천에 살면서도 고향 충청도에 작은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지은 자연에 관한 시와 틈틈이 여행을 하며 기록한 단상들을 추려 서정시로 승화시킨 작품 70여 편이 잔잔한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김석준 문학평론가는 '抒情이라는 呂律 혹은 시 쓰기의 비밀'이라는 작품해설에서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시 쓰기로 독자를 문학장에서 몰아내는 시의 죽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자연의 如如로운 풍경에 스스로 감화되어 대상에 완전히 동화되는 승화의 상태로 류 시인이 지향하는 시말운동의 정체를 풀어나갔다. "인간의 숙명은 어머니의 동일한 운명처럼 막차에 승선하게 된다. 노래가 종료하고 그것으로 꿈도 차폐시켜야 한다. 낡고 부서져가는 소금창고가 되어야만 한다."며 시와 막차와 운명을 비교하기도 하였다.
 
평론가가 거론한 시 중 두어 편과 시인이 올린 머리글을 펼쳐본다.
 
땅 가까이 기울어
목발 짚고 버텨보지만
갈대밭의 침묵보다
숨소리가 더 무겁다.
 
썩은 이처럼 빠져나간 널빤지 사이로
밀고 들어온 빛
낮은 자리로 내려올 줄도
다른 출구로 꺾여나갈 줄도 모른 채
짠내 나는 허기만 골수 깊이 쌓였다.
 
한 때는 뼈도 없이 희디흰 살로 채워지던
부유한 창고
비린 것들 안아 키우고도
비린 기척 하나 없이
하얗게 꽃으로 피어나
다시, 살이 될 수 있을까?
 
폐경기 지나
껍질뿐인 몸
백중사리 갯내음이 발끝부터 더듬어 오지만
바다를 잊은 지 오래다.
 
-소금창고 전문
 
 
몇 개의 고단한 잠을 싣고
막차는
자정을 넘어
경계를 넘어
어둠 속으로 달려간다.
 
길을 잃고
길을 찾지 못하는
자꾸만 되돌아가는,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꿈들을
싣고
막차는
 
겁나게 달려간다.
 
-막차 전문
 
 
지금쯤 내 고향 율사리는
들녘이 텅 비어있으리라.
한겨울 심심할 새도 없이
비어 있어
새로 채울 수 있는
넉넉한 기다림이다.
 
줄기를 떠난
잘 여문 씨앗
다시, 시작이다.
 
-작가의 머리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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