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육박물관은 창영초교에 지어야
상태바
인천교육박물관은 창영초교에 지어야
  • 구만서
  • 승인 2011.12.28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요칼럼] 구만서 / 골목문화지킴이 운영위원장


창영초등학교 전경

인천 제물포항은 우리나라 개화기에 서구 문물이 들어온 중심항으로서 근대화의 선구지 역할을 한 곳이다. 일본을 선두로 청국,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와 통상조약이 체결되자, 각국 영사관이 설치되고 통상 활동이 시작되었던 곳이고 의사와 선교사들이 들어와 최초로 의술을 베풀고 이 땅에 근대교육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부산과 원산에 이어 1883년 1월1일 제물포항이 공식적으로 개항되었고 한양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항구로 일본을 비롯한 모든 외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았던 특별한 지리학적 특징도 띠고 있다.

1883년 9월 일본의 조계장정이 체결되면서 자리하게 된 현 중구청 앞 중앙동 일원이 일본 조계지로 확정됨에 따라 강제로 밀려나게 된 당시의 인천 원주민들은 응봉산 넘어 송림 산자락으로, 또는 화수동과 만석동으로 삶의 거처를 옮겨 갈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인천이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승리로 기세가 오른 일본인들의 인천 점령은 그리 어렵지 않았가. 1913년 청국조계지를 포함하여 14만평에 이르는 자유공원 일대 각국조계지를 모두 일본인 거주지로 선포하면서 인천은 전지역이 일본인 손아귀에 넘어갔다.

1945년 해방의 기쁨도 잠시, 6.25 전쟁 피란민들이 전국에서 모여와 살 데를 마련한 곳도 동구 수도국산 산자락이요, 송림동과 송현동 산비탈이었다. 달동네라 불린 곳이다. 재개발로 사라진 파편과 흔적들을 모아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인천 사람들의 추억과 역사를 담아 놓은 곳이 바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다.

이렇듯 개항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인천 모습들이 남아 있는 중구와 동구는 인천 근대역사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중구 개항장에 남아 있는 근대역사 유물들과 동구 금창동 영화학교 본관동을 비롯하여 여선교사 숙소, 그리고 인천 최초 공립보통학교인 창영초등학교가 문화재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와 시교육청 관심은 전혀 다른 곳으로 가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시교육청은 내년에 100억의 예산을 배정하여 강화 길상초등학교 선택분교에 인천교육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강화에 교육박물관을 짓겠다는 계획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유서 깊은 역사의 고장이요, 지붕 없는 박물관인 강화지역에 진작에 건립되었어야 할 역사-교육-문화 시설임에 틀림없다.

시교육청 발표에 의하면 인천교육박물관은 대전 한밭교육박물관을 본보기로 한다고 하는데, 한밭교육박물관은 1911년 조선인 아동을 위한 대전 최초 초등학교인 삼성초등학교 본관동에 세웠다고 한다. 영화여고 이성진 선생님 논고에 의하면 삼성초등학교 본관동은 1938년 건축한 교사 건물로 대전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대전 교육 역사에서 삼성초등학교 본관동이 갖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하여 한밭교육박물관을 세웠다. 구도심 공동화로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본관동 교실활용도가 떨어지자, 대전교육청은 재빠르게 한밭교육박물관을 건립했다고 한다. 

인천에도 대전 삼성초등학교와 동일한 조건을 갖춘 학교가 바로 창영초등학교이다. 인천 조선인 아동 교육을 위해 1907년 개교한 인천 최초 공립보통학교이다. 그리고 창영초등학교 본관동은 1922년 건축한 학교 건물로 인천시유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는 구도심권 아동수 감소로 교실공간으로 사용하지 않고 비어 있다. 그런데 인천시교육청은 창영초등학교 본관동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도외시하고 강화 길상초교 선택분교에 인천교육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재차 강조를 하였다. 인천교육박물관은 창영초등학교 본관동에 건립하는 게 인천지역 역사 뿐만 아니라 인천교육 역사에서도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강화교육도 인천교육과 마찬가지로 역사와 독특한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강화에 건립하고자 하는 교육박물관은 강화교육박물관으로서 존재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천교육박물관은 인천근대공교육 요람이었던 창영초등학교에 설립하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울타리 하나를 두고 1911년에 지은 인천시유형문화재 제39호인 영화학교 본관동이 있고, 인접한 송림산 꼭대기에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어 역사와 교육 현장으로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또한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사업 중앙 위치에 놓이게 되는 창영초등학교 상징성은 무엇보다 크다고 본다.

시교육청은 근대교육시설 활용 방안에 대한 탁상적 논리로 보이기 쉬운, 폐쇄적 정책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인천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모아서 인천교육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가를 바란다.

창영초등학교가 문화재로서 보전과 활용 가치가 높아지기 위해선 모든 인천인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애향심과 각자 문화를 지키고 생산하는 주체라고 인식하여야 한다. 근대역사의 요람인 개항장 남촌과 북촌의 역사적인 장소에 인천교육박물관이 들어섬은 당연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