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시행 3개월,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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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시행 3개월, '실효성 의문'
  • 이병기
  • 승인 2010.03.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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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한미소금융재단 2500명 상담에 50명(2%) 대출


부평에 위치한 신한미소금융재단 내부. 
상담자는 많지만 대출에 '성공'하는 이들은 드물다.

취재: 이병기 기자

정부가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소금융을 출범시켰으나 까다로운 대출 요건과 미미한 성과로 실효성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24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월15~올 2월22일까지 총 1만4708명이 지점을 방문해 상담했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300명(2.04%)으로 100명 중 2명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상담자 중 33%인 4819명이 미소금융 대출신청자격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지만, 일반대출과 다른 마이크로 크레딧인 미소금융의 특성상 대출 심사에 다소 시간이 걸려 한시가 급한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 소액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제도권 금융기관과 거래를 할 수 없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소규모 생계형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보증이나 담보 없이 소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마케팅 등 사업의 사후관리도 도와서 자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미소금융에서는 신용등급 7~10등급인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미소금융 지점은 작년 12월15일부터 기업과 은행계 미소금융재단 및 미소금융중앙재단 지역지점 설립이 진행돼 2월24일까지 전국 27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인천에서는 부평에 위치한 신한미소금융재단이 12월17일부터 업무를 이어오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에서 5년간 500억을 출자해 설립한 신한미소금융재단은 현재까지 2500건의 상담이 문의됐으며, 그 중 50명(2%)에게 3억2천만원의 대출이 실행됐다고 밝혔다.

미소금융의 신청 자격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부터 가능하지만, 자신의 총 채무액이 재산의 절반을 초과하는 경우 대출 자격이 제한된다. 또 법원에서 개인회생 및 개인파산을 인가 받았거나 이를 법원에 신청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신용등급은 낮지만, 보유재산이 많은 사람에게도 대출이 어렵다. 서울 등 광역시에 거주하는 사람은 1억3500만원, 나머지 지역에선 8500만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빚도 없고 창업자금도 있는 사람이 돈 필요할까?

김영규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김영규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소금융은 어려운 형편의 서민들을 위한 금융이지만, 최근 실적을 보면 무엇때문에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며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각 지점별로 심사 조건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서민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몇 년 전 해외에서 서민금융을 운영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온 적이 있는데, 그곳의 사례를 들어보면 대출을 신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축이나 토지를 담보받거나 분할 상환제 등 자율적으로 대출을 시행했다"며 "초기에는 얼마간의 부실도 있었지만, 1년 사이에 1000%의 계좌수가 늘어나는 등 대출 실적 5% 내외의 손실을 감안하고서도 충분히 이윤을 남겨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출 기준을 낮춰 부실우려가 높아질 경우를 대비해 금융감독원이나 은행협회 등 정부에서 보험제도를 마련해 미소금융의 손실을 보완해주는 장치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신용대출을 처음 받는 사람 대부분은 돈을 갚아야 한다는 관점이 있어, 이런 부분을 이용하면 전망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의 조사 결과 대출 미등록 사유로는 신용등급의 우수(3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부채비율 과다(17%), 사업경험 및 자기자금 부족 등 자금용도 조건 미충족(12%) 등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블로거인 노랑민들레는 "미소금융은 보유재산 대비 채무가 50%를 초과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며 "벌이가 어려워 빚까지 지고 궁지로 내몰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것이 미소금융의 근본 취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랑민들레는 "빚도 없고 연체도 없으며 창업자금도 50% 이상 쥐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절박하게 돈이 필요할지 의문이 든다"며 "정작 어려운 사람들은 미소금융이 나를 살려줄까 하고 찾아가지만, 결국은 불법 사금융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순 신한미소금융재단 사무국장은 "초창기에는 미소금융에 대한 홍보가 적어 많은 사람들이 중앙재단의 자격요건을 확인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상담에 비해 대출률이 낮은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인천은 전국에서도 대출 실건수가 많은 모범적인 운영사례로 중앙재단이나 금융 당국에서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신한미소금융재단은 개점 첫 날 2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지역민들의 관심이 컸다. 현재 하루 평균 방문자는 40명 정도로 1차 대출 조건이 통과된 신청자들에게 직원들이 직접 현장 실사를 나가 컨설팅 결과와 사업 수행능력, 의지와 성실성, 상권분석 등을 통해 전체적 심사를 거치게 된다.

윤 사무국장은 "미소금융은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기에 우리도 그런 보람에서 일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자의 경우 운영자금 부족이나 노후 시설을 교체했을 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선 후에 대출을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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