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라면과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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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라면과 한나라당
  • 정영수
  • 승인 2012.01.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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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정영수 / 프라임전략연구원 대표


우리나라에서 한 해 33억개 소비되며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평균 70개를 소비하는 것, 바로 라면이다. 가히 제2의 밥으로 불리는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처음 출시되었다. 출시 49년째를 맞고 있는 라면은 그 역사만큼 많은 얘기와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시장점유을 놓고 라면 제조사간의 경쟁은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싸움이 일어나는 전쟁터이다. 그 전쟁터에 작년에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어 전쟁 국면을 전환시키고 있다. 그 제품은 꼬꼬면으로 대표되는 하얀 라면이다.

대형매장에서 연일 매진되는 사태까지 발생할 정도로 하얀 라면이 대세이다. 하얀 라면 열풍에 따라 유사제품인 나가사끼면, 기스면 등이 연속으로 출시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라면 국물은 붉은색으로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었고, 붉은 국물 라면은 라면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하얀 라면은 파격에 가까운 발상의 전환으로 생각된다. 라면의 생명은 국물인데, 그 국물을 보편적 상식을 깨고 하얀 국물을 만들어 내었다. 향후 하얀 라면의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을 깨는 파격의 효과를 하얀 라면을 통하여 배울 수 있는 2011년이었다.

요즘 한나라당을 보면 난파하는 배를 보는 것 같다. 선장은 어떻게 해서라도 난파를 막아보려 하는데, 폭풍우는 더욱 더 거칠어지고 일부 선원들은 제 살겠다고 피난 보트를 준비하는 등 지리멸렬의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두 나라당, 아니 당나라당이 되어가고 있으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나 올해 총선을 준비하는 한나라당 후보들 모두 참으로 딱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정치의 주요 묘미와 유권자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반전 드라마 연출이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혹은 제3의 세력으로 올해 총선을 준비하는 후보들 입장에서는 한나라당호가 난파하기를 기대하겠다. 하지만 선거는 진검승부를 통하여 승자가 결정되는 기제가 있을 때 정치발전을 이룬다. 한나라당이 야당과 진검 승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동일 체급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하얀 라면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

대표적 하얀 라면인 꼬꼬면의 레시피 개발자의 경우 라면 레시피 전문가가 아니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알 수 있는 모 연예인이 레시피 창안자였다. 식품 개발과 관련 없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하얀 라면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 라면회사 입장에서는 정말 왕초보 아이디어의 의견을 채택하였다. 또한 하얀 라면은 일반적인 관념으로 인식되었던 붉은 라면국물을 하얀색으로 완전히 바꾸어 버린 창조적 파괴 속에서 탄생하였다.

창조적 파괴는 입으로 얘기하는 것처럼 실천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파괴가 있어야 창조가 있을 수 있고, 파괴는 개선과 달리 참으로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또 하나 하얀 라면의 면발은 전통적인 라면 면발 모습을 하고 있다. 즉, 모든 라면의 본질 중 하나인 면발의 모습을 버리지 않고 있다. 라면과 국수의 차이는 바로 면발의 모습이다. 하얀 라면도 이 부분에서 만큼은 라면의 모습에 충실하고 있다.

모든 운동 경기는 경기에 참여하는 팀의 실력이 비슷할 때 경기를 관전하는 관객이나 참여하는 선수나 모두 경기에 몰입하고 재미가 있다. 올해 총선은 동일 체급의 후보들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흥미진진한 선거구도로 되기를 바라며,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하얀 라면을 한 번씩 시식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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