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재정운영 '꼼수' 백태
상태바
인천시 재정운영 '꼼수' 백태
  • 박준복
  • 승인 2012.01.18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요칼럼] 박준복 / 참여예산센터 소장


인천시 군·구청장협의회는 지난 5일 심각한 재정난 해결을 위해
관련법 개정과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료사진)

인천시가 시장 공약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예산에 크게 구멍(재정적자)을 냈다. 그런데 그 구멍이 난 예산 수치를 숨기려고 회계를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지난 11일 전국 49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운영 실태를 발표한 감사원 지적사항이 그렇다.  

인천시 재정운영 '꼼수' 백태를 요약하면, 구멍(결손) 난 예산을 흑자가 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예산 당겨쓰기, 특별회계 재원 부당전입, 계속비 불용처리 등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지적됐다. '세입예산 뻥튀기'(부풀리기) 사례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형사업 추진을 위해 세입 예산을 마구잡이로 부풀려 책정한 것을 들 수 있다.  

시 세입부서(세정과)는 예산 편성 당시 2010회계연도 한해 동안 거둬들일 수 있는 지방세 수입을 2조1천92억원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산부서는 인천아시안게임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주요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근거 없이 4천25억원을 더 늘려 2조5천117억원을 세입예산에 계상했다. 결국 시는 해당연도에 2천671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이런 방식의 세입 부풀리기로 인한 시의 세수결손액은 2007∼2010년 무려 8천495억원에 이른다.  

당초 예상보다 세입이 줄면 추가경정예산 또는 실행예산 편성을 통해 세출 수요를 축소하는 등 재정 수지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산운영의 기본이다. 하지만 시는 그러지 않아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세수 결손액 은폐(분식회계) 사례로 시는 2007∼2010년 세수결손액이 8천495억원에 달했지만 결산서에는 결손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분식 결산했다.  결손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꾸미는 데는 예산 당겨쓰기, 특별회계 재원 부당전입, 계속비 불용처리 등 갖가지 수법이 동원됐다. 시는 2007년 결손액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계속비 사업인 초지대교∼온수리 도로개설 사업비 60억원을 쓰지 않고 이듬해로 넘기는 등 2007∼2009년 총 68건 2천453억원을 불용 처리해 세수 결손에 충당했다. 2010년에도 가용재원이 부족하자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 1천500억원과 교육비특별회계 전출금 860억원 등 2천360억원을 이듬해로 넘겨 지급했다. 이런 수법 탓에 순세계잉여금(징수 세금총액에서 지출 세금총액을 뺀 액수)은 결산서상으로는 늘 흑자로 만들었다.  

일례로 2010년의 경우 4천24억원이 결손 상태였지만 분식결산을 통해 결산서상에는 136억원의 순세계잉여금이 남은 것처럼 둔갑시켰다. '곳간'이 비자 재해구호기금ㆍ재난관리기금 적립도 소홀히 했다.  2007∼2010년 재해구호기금ㆍ재난관리기금 등 1천184억원의 법적 의무 경비를 적립하지 않았다. 2011년도에도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 등 필수경비 4천884억원을 예산에 계상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시장 공약사업에 사용했다. 이로 인해 기금사업 등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향후 6천68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재정부담을 안게 되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예산도 쌈짓돈처럼 쓰였다. 시는 도시개발특별회계의 설치목적과 맞지 않거나 출자ㆍ출연할 수 없는 u-IT 클러스터사업 등 7개 일반회계 사업에 3천119억원을 인천경제청 예산으로 집행했다.  

밀어붙이기 토건사업추진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 선수촌ㆍ미디어촌 조성사업,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 등이 재정 고려 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도시철도 2호선 전 구간 개통 시기를 2018년에서 2014년으로 앞당기면서 추가사업비 6천억원의 조달 방안도 없이 2009년 9월 전 구간 공사를 동시 발주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 이전에 2호선을 개통한다는 목표에만 치중한 나머지 재원 조달 방안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문제가 없나. 감사원은 분식회계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문제는 지적사항에 대해 즉시 시정할 수 없는 시의 사정이다. 곳간이 비었기 때문이다.

시는 재정 조기집행과 관련해 1천500억원의 자금 일시 차입할 계획이다. 이유는 올해 예산의 60%를 조기집행하라는 정부의 지침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급한 현안은 지난해 지급해야 했던 교육청과 자치구에 전출금과 교부금을 내려줘야 하는데 곳간이 비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지 못해 지급이 시급한 자금은 취득세의 40%를 8개 자치구에 나눠주는 재원조정교부금 1천500억원, 시세의 일부를 교육청에 주는 법정전출금 800억원, 도시철도 2호선 공사비 500억원 등 약 2천800억원이다.

시는 올해 지난해보다 1조원의 세입을 추가해서 예산에 편성했다. 재정위기 극복과는 정반대 예산편성이다. 지난해에는 5천400억원의 세입을 줄였으나, 연말까지 90% 남짓 세금이 징수됐다. 약 1천억원의 재정이 또 펑크를 냈다. 빚도 빚이지만 마이너스(펑크) 재정을 메꿀 방법이 없어 큰 일이다.

지금이라도 대규모 사업(아시안게임, 도시철도2호선, 아이타워 등)에 대한 포기, 연기, 중단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 시민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다. 파산이나 중앙정부의 재정 통제를 받는, 재정자치권을 반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받아서는 더욱 안 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