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화공간'으로 다가서는 도서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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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문화공간'으로 다가서는 도서관들
  • 이병기
  • 승인 2010.03.19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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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함께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 인기 '만점'

"엄마, 선생님이 알림장에 도장 받아오래요."

나는 딸이 초등학교 때 알림장에 글을 써 오면 그냥 도장만 찍어줬지요. 글을 모르니 너무 부끄러웠던 긴 세월이었어요.

"글을 모르는 엄마라 부끄럽지?"

"아니요. 엄마 시절엔 공부 못한 사람이 많아요."

딸이 이해해 줄 땐 눈물이 났어요. "하면 된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다짐했지요. 공부를 도와준 도서관과 선생님 덕분에 이젠 편지도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 엄마 훌륭해요."

다 큰 딸이 박수를 쳐 줄 땐 기뻐서 눈물이 났답니다.

- 2009 평생학습축제 어르신 한글사랑 글쓰기 대회 장려상 이명숙씨 글


북구도서관의 '싱싱싱 유아영어' 평생교육에 참가한 어린이들
 

취재: 이병기 기자

도서관은 예전처럼 단순히 책을 빌리거나 열람실에 앉아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이제 도서관은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함께 호흡하는 열린 문화공간이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곳.  바로 도서관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도서관으로는 교육청 소속의 북구·주안·부평·중앙·화도진·서구·계양·연수도서관 등 8곳과 인천문화재단이 지자체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는 수봉·미추홀·영종도서관 등 3곳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천지역 평생교육 정보센터인 북구도서관은 다른 도서관에 비해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풍부하고, 분야별 자원봉사자와 동아리 활동도 활발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북구도서관이 운영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직장인/전문가 자격증 대비 프로그램으로 △컴퓨터활용능력 2급 △한자능력시험 3급 △전통놀이지도사 △비즈니스 라이팅(직장인에게 필요한 제안서, 기획서 등 실전 글쓰기)이 있으며, 지역사회 & 시민교육 프로그램으로 △부동산으로 알아보는 재테크 △한국사 바로 이해하기 등이 있다.

자기계발 프로그램으로는 △재미있는 그림일기 △잉글리쉬 스토리 △두뇌계발! 주산암산수학 △단소 따라잡기 △사진이 즐거워지는 디카&블로그사진 △사랑의 수화교실 등과 성인 기초교육 프로그램으로 △한글 첫발 내딛기 △또 다시 꿈꾸는 희망(알파벳부터 다시 시작하는 성인 기초 영어) △시니어의 디지털 라이프(어르신 왕초보 컴퓨터 교실) 등의 강좌가 마련돼 있다.

이 외에도 주말을 이용해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가족연계 프로그램과 소외계층 사회통합연계 프로그램으로 이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실, 지역아동센터 대상 진로지도 교육이 운영된다.

도서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재료비를 제외하고 전액 무료로 제공된다.

전문직 퇴직자들이 알려주는 삶의 지혜


금빛평생교육봉사단의 2009년 상반기 연수회

특히 북구 도서관에서 주목할 만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는 금빛평생교육봉사단을 들 수 있다.

금빛봉사단은 55세 이상 70세 미만의 전문직 퇴직자들이 모인 단체다. 그들에게 평생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퇴직자들의 전문지식과 삶의 '노하우'를 지역사회의 평생교육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년까지 금빛봉사단에 소속된 인원은 161명. 인천지역 100개 기관에서 280개 프로그램에 139명이 활동했다. 이들은 일반 전문직이 66명으로 가장 많고 교장/교감 출신이 40명, 교사 35명, 예체능 특기자도 13명이 포함돼 있다.

금빛봉사단은 치매노인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각 수요기관에서 장애인과 치매노인, 한부모 자녀들에게 민요나 학습지도, 가정상담, 한글, 검정고시 지도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공휘 금빛평생교육봉사단 회장은 "친구들을 만나면 '요즘 뭐하고 있느냐?'고 물어오는데, 그럴 때면 '몸에 밴 쓸데 없는 체면과 자존심을 버리고 학생들한테서 배우고 내가 아는 것을 나누며 살아간다'고 대답한다"며 "봉사활동은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을 도와주는 것이며, 내일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평구에 살고 있는 최경혜씨는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어릴적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2학년까지 밖에 다니지 못했다. 항상 다시 공부를 해서 검정고시도 보고 대학에도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생활은 쉽게 배움을 허락하지 않았고 독학으로 공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배움의 의지도 조금씩 무뎌져 가던 차에 지난 2007년 9월 북구도서관에서 검정고시반 안내문을 보고 신청하게 됐다. 다음날부터 1학년에 입학하는 마음으로 초등 검정고시반에서 공부하게 됐고 2008년 5월 중입검정고시 합격, 같은 해 8월에 고입검정고시까지 합격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고등부에 올라와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 2009년 4월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게 됐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면 역사에서 위인전을 읽는 것과 같은 교훈이 담겨 있었어요. 이곳은 저에게 교육과 지식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장이었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더 높은 지식의 전당으로 갈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배움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건 못 배운 사람이건 평생을 배우고 또 공부해야 한다는 고등부 선생님들 말씀처럼 앞으로도 더 정진할 것을 다짐하면서 선생님들도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많은 사람들을 배움의 길로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의 평생교육 큰 비중 차지, 그러나 공동 보존서고 건립 필요해

홍순장 북구도서관장작년 한해 동안 북구도서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은 3만4천명 정도. 여기에 금빛봉사단이 활동한 프로그램 참가자들까지 더하면 꽤 많은 수의 시민들이 도서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아울러 올해 1~2월에는 매달 6천여명의 시민들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지역 문화공간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홍순장 북구도서관장은 "전에는 도서관이 사람들에게 공부방처럼 인식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정보 전달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누구나 쉽게 와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도서관의 주요 기능으로 지역의 평생교육 부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의 2010년 주요 업무계획에 따르면 도서관의 주요 기능인 지식·정보자료의 인프라 구축·활용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시 교육청은 올해 도서 9만7935권과 비도서 3135점 마련을 목표로 도서관별 장서의 특성화와 내실화를 위해 주제전문도서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 디지털 정보자원 확충 및 제공을 위해 디지털 자료를 구입하고, 국회도서관, 국립도서관, 학술정보원 등의 디지털 원문 DB를 확대 제공한다는 방침.

올해 20주년을 맞는 주안도서관 20년사 발간과 외국 도서관과 연계협력을 통한 특화 자료 교류, e-book 등 다양한 디지털 컨텐츠 확충, RFID(무선인식) 자료관리 시스템을 북구와 부평도서관부터 우선적으로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책 읽는 사회를 위한 독서문화운동으로 △화도진 어린이 백일장 및 찾아가는 도서관 주간(화도진) △도서 바자회 및 건지골 백일장(서구) △석바위 백일장 대회 및 상설알뜰도서코너 운영(주안) △장애인 무료택배 대출서비스(중앙)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도서관들이 지어진 지 20년이 넘거나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어, 보존서고가 없는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버리지 말아야 할 책들도 어쩔 수 없이 폐기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인천시가 지역의 오래된 책들을 통합해 관리하는 보존 서고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사서인력의 부족과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홍보 부족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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