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 제2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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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 제2의 사춘기?
  • 이성은
  • 승인 2012.02.0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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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이성은 교수 / 경인여대 간호과


대략 40세 후반에서 50세 즈음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갱년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말로만 들었던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결코 유쾌하지 않음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필자는 아직 갱년기는 아니지만, 주변에 갱년기를 겪는 분들을 보면 흔한 증상인 안면홍조나 열감 같은 증상에도 몹시 힘들어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가족끼리 앉아서 식사하다가도  갑자기 치솟는 듯한 열감호소로 창문을 여는 등 부산을 떨면, 자칫 어이없어 하는 가족들의 눈길에 곧 섭섭함을 느끼기도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붉어지는 얼굴에 당황하는 일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러한 열감은 호르몬 불균형과 자율신경계 기능이상 등으로 발생하는데, 과한 열감과 더불어 머리가 무겁다거나 두통을 함께 느끼는 경우도 있다. 새벽에 땀이 나고 더워 잠에서 깨서 설치며 힘들어 하기도 한다. 때로는 추위와 발한이 교대로 일어나기도 한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지만, 적어도 신체적으로 갱년기는 젊음이 떠나버린 확실한 신호인 것 같기도 하다. 갱년기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신체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심혈관계 질환, 골다공증, 관절문제 등의 발생은 물론 생식기 위축에 따른 질건조증, 노인성질염, 성교곤란증, 성욕감퇴 및 정서적으로도 우울증, 신경과민 등 여러 형태로 발생한다. 매사 의욕이 없고,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로 스스로 실망스러움을 느낀다.

또한 여성뿐 아니라 실제로 갱년기를 겪는 여성의 가족들도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 마치 성격이 변한 것처럼 자주 짜증과 신경질을 내고, 예민하며 폭발해버릴 것 같은 엄마의 변화된 모습에 가족들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묻는 가족들의 핀잔은 여성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가족간에도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실제 여성의 갱년기로 가족 불화가 유발된 경우도 많다. 또 시기적으로는 엄마 없이는 못 살 것 같았던 자녀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녀들의 문화와 일상 속에서 마치 알맹이 빠진 껍질이 되어버린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인생을 헛 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면 본인 스스로는 물론 가족들도 갱년기 여성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춘기처럼 갱년기도 병은 아니다. 꾸준히 실천만 한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일상의 변화를 통해 갱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먼저 갱년기의 어려움을 몸으로 해결해보는 것은 어떨까?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운동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무엇보다 실천이 쉽지는 않지만, 1주일에 3번, 30-40분 이상 땀이 나는 정도의 운동을 통해서 열감이나 안면홍조 같은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평상시 젊은 시절부터 수족냉증이 심했던 필자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체온조절 능력이 상당히 좋아지며 증상이 급히 호전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골격에 무게를 주는 운동을 함으로써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민 속에 묻어두었던 갱년기의 어려움이 자신의 문제만은 아님을 깨닫고 커다란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기도 한다. 한 번 운동의 즐거움에 빠져 본 사람은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니, 무조건 몸을 움직여 보는 것은 어떨까? 빠르게 걷기도 갱년기 여성을 위한 훌륭한 유산소 운동이다.

이제 자신을 위해 먹는 것을 준비해보자. 늘 가족을 위한 상차림에만 신경썼다면, 내 건강이 가족 건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또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음식은 사실 가족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니 고민할 것이 없다. 생선, 콩, 두부 그리고 에스트로겐 함량이 많은 석류를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유나 멸치도 칼슘함량이 많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칼슘과 비타민 D는 골다공증 예방이 필수적이다. 시금치, 토마토, 브로컬리, 블루베리, 다시마 등도 항산화 및 갱년기 여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갱년기라는 것을 가족에게 당당히 알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도 더 이상 엄마의 짜증을 심하게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조금 더 엄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또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을까? 갱년기는 피해야 할 게 아니라 부딪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젊고 탱탱한 얼굴만이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세월을 통해 묻어난 주름과 자연스러운 미소도 중년의 풍성한 아름다움이다. 젊음을 끝자락을 부여잡고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세월의 마차에 우아하게 올라타 젊었을 때 느껴보지 못했던 인생의 흐름을 여유롭게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성인이 되기 위해 사춘기를 거치는 것처럼, 노화로 들어가는 관문에서 모든 여성들은 갱년기라는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하게 된다. 인간사에서 생로병사(生老病死)만한 순리도 없으니, 갱년기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신체적으로 조금 더 편안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로운 갱년기를 맞이하기 위해서 여성과 가족 모두가 함께 따뜻한 노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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