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화전 추가 증설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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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화전 추가 증설은 부당하다
  • 박병상
  • 승인 2012.02.21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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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영흥화전과 송전탑

독일에서 핵폐기장을 공식 폐기하기로 결정될 즈음,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한식당을 찾았다. 핵발전소 연장을 모색하려던 현 메르켈 정권이 핵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걸 포기하게 만드는데 가장 앞장섰던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점심 때 찾은 그 식당은 베를린에서 의외로 조명이 어두웠다. 한식 고유의 색과 모양을 제대로 부각하지 못해 아쉽다 느꼈는데, 통역을 도와준 유학생은 대낮에 조명을 밝게 커두는 식당을 독일인들은 이상스레 생각한다고 귀띔해주었다.

한 해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운집한다는 하이델베르크는 고성으로 유명하다. 2차 대전 때 연합군도 폭격을 자제했다던데, 하이델베르크 시민들은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어둡게 사는 데 만족하기로 했다. 화력발전소를 지으면 경관이 그만큼 무너지지만 관광지의 이미지가 훼손된다. 좁은 강폭을 막아 수력발전을 지을 수도 없는 일이다. 역시 경관과 생태계 파괴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강물 수면 아래 발전소를 지었다.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며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였기에 받아들였다.

수면 아래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하이델베르크 시민에게 턱없이 부족했기에 그들은 어둡게 살기로 작정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촬영지로 유명한 맥주 집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기 소비가 많은 하이델베르크대학은 하는 수 없이 외부의 전기를 끌어서 사용하기로 했는데, 송전선로를 거쳐는 만큼 비용은 상승한다. 지역의 관광자산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전력회사와 송배전 회사가 지역 별로 분산된 독일이기에 가능한 일인데, 우리처럼 송배전을 국가의 지배를 받는 기업에서 독점하는 경우에는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작은 강가에 열병합 화력발전소를 세운 슈투트가르트 시 전력당국은 효율 90퍼센트를 지향한다. 남부 뮌헨 시를 관통하는 이자 강은 제방을 헐어 자연형으로 바꾸자 재해가 사라진 대신 시민들이 운집하는 도심공원이 된 곳으로 유명한데, 그 한가운데 화력발전소가 서 있다. 하노버 시도 마찬가지다. 도심 복판의 녹지대를 끼고 흐르는 강 옆에 화력발전소가 보란 듯 자리잡고 있다. 국토 면적에 비해 비교적 짧은 해안을 갯벌국립공원으로 지정한 독일에는 내륙의 크고작은 하천 가장자리에 화력발전소가 많다. 독일만의 특징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내륙은 거의 그렇다. 우리처럼 인적 드문 해안에 발전소를 잔뜩 짓고 대도시로 전기를 무한정 송전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독일과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는 전력회사가 지역에 따라 분할돼 있다. 주민이 힘을 모아 전력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가 있고, 생산한 전기를 구입해 소비자에게 송전하면서 수입을 올리는 회사가 지역마다 여럿 있다. 지역의 소비자는 정해진 기한 별로 전력회사를 선택해 전기를 구입할 수 있기에 전력회사와 송배전 회사는 가격과 서비스 경쟁에 나선다. 하지만 국가가 전력회사를 통제하고 주민이 저항하지 않는다면 전력회사는 소비자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 대표적으로 발전회사들이 지역을 분할해 독점하는 우리와 일본이 그렇다. 특정 전력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독점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더하다.

도심 복판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거, 반가워할 시민은 그리 없다. 그렇다고 전기를 포기할 수 없다면 다른 지역의 발전소에서 끌어와야 할 텐데, 비용이 더 들어간다. 따라서 시민들은 자신의 지역에 들어오는 발전소가 제대로 운영되길 원한다. 완전한 오염시설의 투명한 가동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의 고용을 요구한다. 주민의 의견을 수용하는 전력회사가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발전소의 입지와 방식, 발전 용량을 소비자와 충분히 논의하여 결정하는 까닭에 민원이 크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발전소는 효율이 높고, 주민들은 불필요한 전기 낭비를 일삼지 않는다.

작년 무더운 가을에 우리나라는 전력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계획정전이라 했지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아 낭패를 본 소비자가 많았다. 그때 전기 사용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사회 일각에서 일었지만, 그 이튿날 서울 강남구 ‘가로수 길’의 카페들은 에어컨 바람을 길에 뿌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거리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껴야 자기 카페로 손님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아마 더운 날이면 늘 그랬을 게 틀림없다. 전기료가 저렴하니 하루 전의 전력난 따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게다. 그런 분위기의 거리에서 지구온난화나 석유정점,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화력발전소는 증설을 공식 포기했다. 지하로 증설하는 대신 지상에 녹지를 마련해 주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제안해도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드셌기 때문이다.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 화력발전소였건만, 폭발 가능성을 제기한 당인동과 그 주변 주민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송전되는지 짐작하려 했을까. 폭발 위험성을 제기했지만, 그런 발전소가 줄을 지어 있는 지역의 주민은 걱정했을까. 서울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당인동의 서울화력발전소에서 충당하는 0.3퍼센트를 제외하고 전부 타지에서 송전한다. 하지만 서울이나 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이나 전기요금이 똑같다. 그런 부당한 요금 체계를 당연시하는 국가가 세계 어디에 더 있던가.

인천은 생산하는 전기의 60퍼센트 이상을 타지로 송전한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이다. 바다에 인접하고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인데, 형평성으로 보아도, 다른 국가의 예를 보아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를 위해 바다는 뜨거워져 해산물 수확량은 대폭 줄었다. 갯벌이 그만큼 넓게 매립되었을 뿐 아니라, 그 많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 때문이다. 대기오염물질은 또 어떤가. 질소와 황산화물의 총량이 지나치게 높아 기존 공단과 건물의 가동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난화는 또 어떤가. 인천 지역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기온 이유는 인천의 화력발전소 밀집에 있다. 하지만 시방 영흥도에 화력발전소를 더 지으려 한다. 희생이 강요되는 인천 시민들 대다수가 모르는 사이에. 은밀히.

최근 정부와 남동화력주식회사는 이미 4기의 화력발전이 가동되고 2기를 더 짓고 있는 영흥도에 석탄화력발전 7호기와 8호기를 추가 건설하려고 행정절차를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 애초 1호기와 2호기를 석탄화력으로 짓고 필요할 경우 나머지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겠다고 인천시와 맺은 약속을 어긴 남동화력주식회사가 3호기와 4호기도 석탄화력으로 강행하더니 여전히 석탄을 태우는 5호기와 6호기 더 짓는 현재, 7호기와 8호기를 다시 준비하려는 것이다. 이미 영흥도 일원은 4기의 석탄화력발전 시설에서 배출하는 온배수로 해양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데, 현재 건설 중인 5호기와 6호기의 영향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7호기와 8호기를 추가해도 되는 것인가. 희생을 강요당하는 인천시는 문제도 제기하지 못하고 지켜보아야 하는가.

다른 지역에서 낮은 가격으로 가져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낭비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 공급체계는 부당하다. 한강 정도 규모의 수량이면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충분히 사용할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독일의 예처럼, 형평성과 정의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지역 열병합으로 가동한다면 전기의 효율도 능히 높이고, 낭비도 줄일 수 있다. 한강에서 주변 지역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그 지역의 발전소에서 충당한다면 전기를 일방적으로 생산하느라 희생이 강요당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도 그만큼 개선될 수 있다. 인천도 보령과 평택도 그 혜택을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많은 대도시에서 태양과 바람을 이용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적극 발굴한다면, 사고뭉치 핵발전소도 드디어 가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흥도에 추가하려고 은밀하게 추진하는 석탄화력발전은 인천시민의 희생을 지나치게 강요할 뿐 아니라, 합리적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보아도 부당하기 이를 데 없다. 기후변화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역의 건건한 삶을 위협한다. 정부와 시민, 그리고 기업 사이에 맺은 신뢰를 무너뜨리며 은밀하게 추진하는 화력발전은 두고두고 시민사회에 화근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남동화력주식회사는 그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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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2012-02-22 14:38:55
화력발전으로 도배를 하고도 모자라서 지금 마지막 남아있는 강화갯벌까지 조력댐으로 막아 서해수산자원을 끝장내려 한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언제까지 전기사용만 부추기는 정책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런지... 발전소 짓고 조력댐 지을 수조원으로 보다 근본적인 전기사용량 줄이기와 효율성 향상은 왜 뒷전일지...
계산이 많은 정부와 전력회사를 국민들은 언제까지 인내해야하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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