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순간순간을 빨리 회고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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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순간순간을 빨리 회고하는 방법"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2.02.29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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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시인 김영승


사소하지만 소중한 시간들로 엮어 만든 자잘한 일상의 단편들. 시인의 눈과 마음을 통해 향기를 품은 아름다운 언어들로 그려낸 고운 시어(詩語)들은 독자들의 가슴에 무지갯빛으로 피어나 감동의 열매를 선사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번잡한 일들로 고단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잠시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여유로움을 갖게 하는 시(詩).

사람들은 작가의 크고 작은 일상을 담은 삶의 흔적들을 글을 통해 만나보면서 공허한 가슴을 아름다운 빛깔로 채우기도 하고 때로는 위안도 얻으며 삭막한 세상에서 사람의 정(情)도 함께 느낀다.

'반성'의 시인으로 살다

1970년대 유행하던 장발 헤어스타일에 깡마른 체격, 검은 뿔테안경, 낡디 낡은 서류가방…. 아직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으로 고뇌에 찬 철학자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시인.

김영승 시인(55, 연수구 동춘동)은 지난 2008년 '한국현대시 100주년기념의 해'를 맞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각 신문사에서 선정한 100년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가운데 각각 100명 중 한 사람, 또 5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1908년 육당 최남선 시인이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한 이후 이상, 김소월, 한용운, 박목월, 조지훈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인천시 중구 유동에서 태어나 축현초등학교를 거쳐 동산중학교와 제물포고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나온 인천 토박이로 인천의 자랑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숙제로 쓴 시 두 편이 학교 교지에 실릴 정도로 학창시절부터 교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유명한 시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배고픔을 비롯해 가난으로 인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그.

"숨길 것도 꾸밀 것도 없습니다. 예쁘게 꾸미거나 장막을 쳐서 보호할 것이 내겐 없어요."

그이 말처럼 그가 쓴 시에는 과장됨이 없으며 아이의 모습과 어른의 모습이 공존한다.

어릴 적 경기도 안성의 두메산골에서 지냈던 때를 '평화와 축복의 시간'이라며 잠시 그때를 회상하는 눈빛이 아이처럼 반짝인다.

1986년 계간《세계의 문학》가을호에 『반성․ 序』외 3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을 했다.

'반성의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1987년에 지식인의 고뇌를 담은 첫 시집 『반성』을 출간하며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문화공보부로부터 한국현대시 80년 사상 최초로 외설 경고를 받게 되었다. 이에 《코리아 헤럴드》 영문 기사를 본 외신기자들이 시집『반성』을 번역하여 읽어 본 후 문제가 없음을 AP 한국지국장에게 알렸다. 그는 특파원의 통역 도움으로 외신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그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나에게 시(詩)는…

그는 이미 10여 년 전 술과의 인연을 끊은 상태지만 한때는 '찬란한 극빈'과 '아름다운 폐인'을 자칭하며 매일 소주를 10병씩 마실 정도로 술과 시에 취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괴짜시인'이었다.

저서로는『車에 실려가는 車』 『취객의 꿈』 『오늘 하루의 죽음』 『아름다운 폐인』『몸 하나의 사랑』『권태』『무소유보다도 찬란한 극빈』등 다수의 작품집이 있다. 이와 더불어 1991년 제3회 인천문화상과 1998년 제7회 인천예총예술상, 2002년 현대시작품상, 2010년 제5회 불교문예작품상, 2012년 제29회 인천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그의 대표적 시 가운데 2011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서 '김영승 시인이 독자들에게 읽어주는 시' 10편을 소개하고 있다. '숲 속에서, 아름다운 폐인, 괴로우냐?, 눈이 오면, 새벽 비, 나는 이 가을에, 나는 그를 벗이라고 불렀다, 너 있는 곳, 깨밭에서 깨꽃 보며, 별' 등이다.

현재 연수문화원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나에게 시는 순간순간을 가장 빨리 회고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잊어버리는 방법이고 최선의 길입니다."라고 말한다.

"시는 진흙탕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을 피우는 것이며, 시인은 진(眞) ,선(善) ,미(美)를 탐구하고 추구하며 사랑하는 순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는….

지난해 원인재에서 열렸던 시낭송회에서 어느 문학평론가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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