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질식시키는 효과적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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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을 질식시키는 효과적인 방법
  • 유해숙
  • 승인 2012.03.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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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유해숙 교수 / 서울사회복지대학원대 사회복지학과


개학을 해서 아이들이 학교를 가는데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연일 대중매체를 도배하는 학교폭력 때문이다. 금쪽같은 내 아이가 학교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초등학생 중 25%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심각한 것은 학교폭력이 일상화되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이 폭력을 당해도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학습된 무기력 때문이다.

대중매체들은 집중적인 폭로로 해결책을 찾기에 부산하다. 그런데 이것이 반가운 일일 수만은 없다. 경찰이 나서서 가해학생을 색출하고 처벌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진'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감행되고 있다. 한편으로 교육당국은 교사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학교폭력 문제가 가해학생과 책임을 방기한 교사에 있다는 진단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진단이 틀리면 해답을 찾을 수 없다. 학교폭력은 가해학생과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선생님의 문제가 아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 즉 입시지옥을 만든 교육제도와 이 속에서 생존을 요구하는 부모와 학교, 이 '지옥문'을 통과해야 살아남는 사회를 주목해야 한다. 이 사회는 협동과 연대가 아니라 경쟁과 승자독식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왔다. 좋은 상품이 되지 못하면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입시켜 왔다.

이처럼 폭력은 사회가 가르쳐준 아이들 식의 반응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사회를 학습한 결과물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무기력한 피해자 모두를 이 사회가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만든 덫이 모든 아이를 옭아매고, 이 속에 있는 아이들의 몸부림이 학교폭력인 것이다. 따라서 더 몸부림을 치는 아이들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올무를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학교폭력의 해결책이다. 이렇게 본다면 학교폭력 해결에 경찰이 아니라 사회와 마을이 나서야 한다.   

하나의 대안사례로서 인천 남동구의 '마을이 아동을 키우는 것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마열모)에 주목한다. 이것은 마을의 아동을 마을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구청, 교육청, 학교 등의 공공기관의 담당자들과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단체, 대안학교 등의 민간기관 실무자들의 토론 결과물이다. 즉, 마열모는 남의 아이를 잘 키워야 내 아이도 건강하다는 생각에서 마을이 아동을 함께 돌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마열모는 마을학교를 만들고 마을 사람들이 각자 재능을 내 마을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에게 마을의 일원임을 자각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인문학 강좌를 개설하여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과 의미를 사회와 동료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나아가 미래시민인 아이들이 지역공동체 의미에 대한 자각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청소년 문화축제나 청소년참여예산제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동체의식과 공동체 실천을 풍성하게 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마열모는 남동구의 작은 지역에서 생긴 작은 사건이다. 하지만 작은 사건들이 도처에서 일어난다면 이 사건들은 지역공동체를 바꾸고 한국사회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마침내 그 흐름은 아동을 사회가 책임지고 함께 키우는 공동체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폭력을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질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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