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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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을 그린다"
  • 송은숙
  • 승인 2012.03.11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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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이진우 공공미술가
10년 넘게 열우물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이진우 작가. 
취재:송은숙 기자

'벽화', '그림', '열우물', 그리고 '사람'과 '희망'…. 공공미술을 하는 이진우(49) 작가를 말해주는 몇 개 단어이다.

그는 재개발 때문에 황폐해진 부평구 십정1동의 산동네, 열우물길에서 2002년부터 10년 넘게 벽화를 그리고 있다(본지 3월 1일자 '열우물의 봄~').

'거리의 미술'(www.street1.net)은 공공미술을 하기 위한 전문가 모임으로, 1997년 그가 만들었다.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을 때라 열우물길 벽화 등 공공미술작업을 하면서 여러 차례 신문기사에도 소개됐다.

처음 열우물길에 벽화를 그린 것도 같은 해 일이다. 십정동에 이사온 그는 '햇님공부방'에서 미술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공부방 벽에 벽화를 그린 것이다. 당시는 IMF로 일용직 노동자가 많은 마을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한층 어려워진 때였다.

"재개발이 된다, 안 된다 번복하는 사이에 투기꾼들에게 집을 팔고 하나 둘 사람들이 떠나가니 마을이 엉망이 되더라구요. 아직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대로 둘 수만은 없었죠."

열우물길에 있는 작업실. 담벼락에는 홍매화가 곱게 피었다.
그래서 벽화나눔 전국모임인 '거리의 미술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천희망그리기'(cafe.daum.net/10umulgil)를 만들어 마을의 담벼락과 계단 곳곳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에 "곧 재개발이 된다는데 무슨 그림이냐?"는 따가운 시선도 쏟아졌다. 그러던 마을 사람들이 벽화가 한 곳, 두 곳 늘어나면서 달라졌다. 이제는 "우리 집에는 그림 안 그려주냐?"고 물어오고 "벽화가 벗겨지니 다시 칠해달라"고도 한다. 페인트를 사서 직접 집을 칠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이제는 '인천희망그리기' 회원들과 함께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자체, 자원봉사센터 등의 후원을 받아 벽화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역 양로원을 찾아 매주 미술수업을 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는 곳도 여럿이다.

올해는 2003년부터 매년 해온 '벽화제작 교실' 수업을 인천(blog.daum.net/streetart)에서 3월 23일에 열고, 4월부터는 서울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벽화의 역사와 사례, 벽화장소 탐방과 제작 등 벽화 기초이론과 실습을 함께 아우르는 수업이다.
'벽화제작 교실' 의 한 과정으로, 실제로 장소를 정해 벽화를 그리고 있다.
"주로 직장인들이 많고 학생들도 배우러 와요. 벽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데,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잖아요. 그림을 잘 그린다고 벽화를 잘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릴 장소에 대한 가장 이해가 중요해요. 주변과 어우러지는 벽화라야 생명력이 있어요."

9월에는 '황해미술제'에 참가해 열우물을 그린 그림과 사진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한다.
이진우 작가의 수채화 '열우물풍경'.
앞으로 그는 또 어떤 그림을 그릴까. 하나 분명한 것은 그가 그리는 그림에는 '사람'과 '희망'이 담겨 있으리라는 사실이다.

"사람들 속에 '그림'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림이 사람들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한 방법이 벽화죠. 돈과 시간을 들여 전시회를 보러 갈 수 없는 사람들 옆에 그림이 다가가서, '창작'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그림을 그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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