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폐기가 유일한 대안
상태바
핵발전소, 폐기가 유일한 대안
  • 박병상
  • 승인 2012.03.20 23: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in 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지난 11일 강원 삼척시 근덕면에서 열린 '핵발전소 결사반대 범시민 궐기대회'

태초에 생명이 깃들 때, 지구에는 방사능이 거의 사라진 즈음이었다.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지만 개개의 생명이 자손을 낳고 숨질 때까지 건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방사능이 줄어든 다음에 비로소 지구에 다양한 생명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그 한참 이후, 지구에 가장 늦게 나타난 인간이라는 생물은 자연과 조화롭게 수십 만 년을 살았지만, 지질연대로 볼 때, 아주 최근에 지구에 방사능을 쏟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 기술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공할 위험을 자초했다.

불과 70년 전, 핵무기를 만들어 수십 만 명을 한 순간에 사망하게 만든 인간은 평화를 앞세우며 핵발전소를 세웠지만, 거대하고 복잡한 핵발전소는 처리할 수 없는 핵폐기물을 막대하게 배출할 뿐 아니라 감당하지 못할 사고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에 상당량 포함된 플루토늄은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이 무려 2만4천 년인데, 1그램의 독성으로 전 세계인에게 폐암을 선사할 위력을 가진다. 그런 핵발전소는 세계적으로 442기 존재하고 62기가 세워지고 있으며 300기 가까이 더 세우려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6기가 폭발했고, 언제 어떤 이유로 다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100만년이 지나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애초의 장담은 무너졌다. 442기의 핵발전소에서 6기가 폭발했다면, 단순히 계산해 1기 당 사고확률은 1.36퍼센트다. 우리나라에 현재 21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므로 1.36에 21을 곱하면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할 확률은 24퍼센트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13기를 더 지으려 한다. 삼척과 영덕을 신규부지로 얼마 전에 다시 선정했다. 우리 핵발전소는 안전하게 설계되었고 운영관리가 철저해 안전할까. 그런 거짓말은 이미 들통이 났다. 고리1호 핵발전소는 비상발전기가 12분 동안 작동되지 않아 냉각수의 온도가 급상승했건만 그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1979년 미국의 드리마일,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작년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역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고 그들은 우리처럼 주장했다. 드리마일은 노무자의 단순 실수로, 체르노빌은 과학자의 실수로,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사고가 발생했다. 그렇듯 핵발전소 사고는 안전 설계나 철저한 관리와 무관했다. 복잡할 뿐 아니라 거대한 핵발전소는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했어도 당시 기술 수준을 반영할 따름이고, 아무리 철저히 관리해도 사람인 이상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한데 핵발전소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다음 사고는 그리 멀지 않을 텐데, 과연 어디일까.

이제까지 사고가 발생한 국가의 순서는 핵발전소를 소유한 수와 같다. 그렇다면 다음에 사고가 발생한 국가는 어디일까. 우리보다 30기 가까이 핵발전소가 많은 프랑스일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의 핵발전소가 프랑스보다 먼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동의한다. 핵발전소를 감시하는 기관을 구성하는 인물의 성향을 비교하니 그렇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소비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인물이 핵발전소를 감시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정부가 급조한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위원장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근거 없이 되뇌며 확산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인물이다.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반경 30킬로미터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조속히 탈출해야 한다. 체르노빌이 그렇고 드리마일이 그랬다. 후쿠시마는 20킬로미터로 슬그머니 줄였지만 미국의 핵 안전 전문가는 자국민에게 80킬로미터 밖으로 대피하라고 권했다. 체르노빌은 인구가 거의 없는 시골이고 드리마일도 인구가 적은 섬이었다. 후쿠시마 역시 인구가 드문 지역이었는데, 우리는 어떤가. 선명하지 않은 근거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다 정전 사고를 낸 고리1호 핵발전소의 반경 30킬로미터 안에는 350만 명 이상 거주한다. 월성, 울진, 영광의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수 십 만 명이 산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핵발전소 밀도가 높다.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고가 발생하면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의 재산은 그 순간 가치를 완전하게 잃는다. 대학도, 초고층빌딩도, 굴지의 조선소와 제철소도 버려야 한다. 고철도 재활용할 수 없다. 그 반경 이내에 거주하던 이는 그 순간 직장을 잃는다. 집도 수입도 한 순간에 사라진다. 그 많은 사람들은 좁은 국토 내에서 어디로 탈출할 수 있을까. 탈출해보아도 핵발전소 밀도가 높은 한반도 안이다. 한데 사람의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방사능은 반경 30킬로미터 밖에도 매우 높게 검출된다. 갑상선암과 백혈병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은 태평양으로 확산되며 반감기가 수십 번 계속 될 때까지 방사능을 유출한다. 1년이 지난 지금 하와이 언저리까지 오염시키며 인간이 먹는 어족자원에 방사성 물질을 축적시켰다. 방사성 물질은 몸에 들어갔을 때 매우 강력하다. 방사능의 위력은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인데, 만일 일본 서쪽 해안에 있는 핵발전소에서 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면 동해안 1년도 못가 아무 것도 잡으면 안 되는 바다로 버림받게 될 것이다. 우리 동쪽 해안에 밀집된 핵발전소도 마찬가진데, 고리1호기는 우리 동쪽 바다를 바라본다.

중국은 현재 13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폭발 전에 200기 이상 증설하려고 했다. 핵발전소에 강력히 문제제기하는 환경운동가가 나타나지 않는 중국은 자국 핵발전소의 관리현황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모름지기 감시되지 않는 시설은 위험하다. 복잡할수록, 거대할수록 그 위험은 증가한다. 우리 서해안을 마주하는 중국 동해안에 세워진 핵발전소가 폭발하면 수심이 깊지 않은 우리 서해안은 동해안보다 훨씬 먼저 버림받을게 분명하다. 중국 어선이 불법으로 조업하는 바다는 물론이고 서해안의 너른 갯벌에서 나오는 온갖 어패류는 우리 식탁에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것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자국의 핵발전소를 전부 폐기하기로 의회에서 결정했다. 17기 중에서 8기는 당장 껐다. 그 바람에 핵발전소에서 80퍼센트 가까운 전기를 충당하는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할 거라 많은 사람들은 예측했지만, 빗나갔다. 오히려 프랑스가 독일의 전기를 수입했다. 바람과 태양에서 얻는 전기가 독일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보다 일자리를 30배 가까이 창출하는 바람이나 태양에너지는 방사능은 물론 온실가스도 거의 내뿜지 않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인데, 독일의 햇볕은 우리보다 약하고 바람의 세기도 우리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얻는 전기는 2퍼센트도 못된다. 위험한 핵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를 과소비하기만 한다.

녹색당의 전통이 강한 독일은 핵발전소를 자국 내에서 결국 몰아낼 것인데, 독일을 정책을 따르기로 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녹색당이 강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약진한 프랑스의 녹색당도 핵발전소 증설을 막아내면서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고 유권자에게 다짐했다. 녹색당의 약진에 자극을 받은 기존 정치인들도 핵발전소를 폐쇄하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자손에게 위험천만한 에너지를 물려줄 수 없다는 유럽의 유권자들의 각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핵발전소 폐쇄를 당론으로 정한 녹색당이 이제 출범했다.

핵발전소의 대안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의 발굴이지만, 그 순서는 핵발전소 폐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호되게 당했고, 현재의 위기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는 일본이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발전소가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우리도 최소한 설계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를 폐기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전문가는 전기 효율을 높이는 연구와 그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며 자식 키우는 유권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에게 핵발전소 폐기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발굴을 동시에 촉구하면서 전기 사용을 줄이는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후손의 생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핵발전소에서 30킬로미터 이상 떨어졌지만 화력발전소가 유난히 많은 곳이 인천이다. 그래서 대기질이 형편없고 발전소 온배수 때문에 바다가 더운 인천. 그 인천에 사는 유권자도 내일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 핵발전소의 대안은 폐기일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ㅋㅋ 2012-03-23 22:55:23
핵발전소의 대안이 폐기!? 상당히 급진적인 문제제기 같아요... 대체연료를 개발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상식적인 생각을 했었는데...암튼 중장기적으로 폐기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준비없는 페기로 수력이든 화력이든 발전을 한다면 그 비용은 어디서 끌어다가 댈것인지..인간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이룩해 놓은 많은 것들은 사실 사용하기에 따라 장단점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우리도 늦기전에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 개발에 노력을 경주했으면 합니다.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니 투자가 되더라도 조력발전을 신중히 검토해 보는 것은 어떨런징?...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