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政治)는 정치(情治)이며 정치(精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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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政治)는 정치(情治)이며 정치(精緻)다
  • 정영수
  • 승인 2012.03.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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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정영수 / 프라임전략연구원 대표


여야 모두 '총선 모드'로 전환했다. 아직 공천과 경선 후유증이 남아 있기는 해도  대세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10 여일 시간이 지나면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고 정치 지형이 또 한번 요동칠 것이다. 이번에도 변함 없이 중간지대가 없는 '총성 없는 전쟁터'에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 얘기가 일부 동의된다.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이 있다. 막스 베버는 이 책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소명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소명은 무엇인가? 기독교에서는 소명을 '하나님이 인간에게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이라는 참으로 무거운 의미로 소명을 정의하고 있다. 이 같은 엄중한 개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막스 베버는 얘기하고 있다.

물론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은 그 나름 가치와 철학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정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우리나라 정치에 철학이 있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라는 무거운 철학적 사유를 논외로 하고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인식해야 할 것은 정치에 관한 분명한 개념적 정의를 확립하는 일이다. 정치에 관한 학문적이며 이론적인 정의보다는 실천중심, 생활중심 관점에서 명징한 정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실천중심, 생활중심 관점에서 정치에 대한 정의 중 하나가 정치(政治)는 정치(情治)라는 개념이다. 즉, 정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국민들의 마음(情)을 헤아리고(治), 그 국민들의 마음을 기본으로 생각과 행동이 발현(治)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는 가슴이 아프겠지만 국민들에게 건네는 본인 명함이 쓰레기통으로 바로 들어가고 가을 낙엽처럼 길거리에 나뒹귀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정치(政治)를 정치(情治)로 인식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정치에 대한 정의는 정치는 정치(精緻)라는 것이다. 즉,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현상과 사건, 그리고 사람들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주밀하고 꼼꼼하게 살피고 챙기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후장대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경박단소한 것에서 출발하는 게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정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고 있고 정치인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실망을 하고 있지만 정치는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 기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치가 우리 사회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희망의 진원지가 될 수 있도록 정치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은 정치에 관한 명징한 정의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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