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사랑과 문화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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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사랑과 문화발전
  • 조화현
  • 승인 2012.04.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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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화현 / i-신포니에타 단장


문화예술(文化藝術)은 문화와 예술을 융합한 복합어이다. 문화예술은 문학예술, 영상예술, 공연예술, 전통예술, 음악예술 등 예술을 포함한 문화 활동을 모두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그 중 공연예술은 일정한 무대 위에서 연기나 음악과 춤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직접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공연예술이 다른 문화콘텐츠와 차별되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공연자와 소비자인 관객이 상호 교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이 관람한 공연에 만족한 관객은 긍정적인 체험을 하게 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긍정적 체험을 전파함으로써 타인의 관람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느 순간 우리 생활 속에 쉽사리 문화예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만큼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문화예술 중 공연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사람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예약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과연 공연에 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기획과 연주를 하고 있는 필자 역시 초대장을 얻어 공연장을 가는 일이 많았다. 주변에 아는 예술인이 많아 초대장을 받아 본 경험도 많지만 그보다는 값비싼 액수를 지불해야만 볼 수 있는 유료공연이 많아져서 여기저기 지인을 총동원해 티켓을 구하기도 했다. 공연의 질로만 본다면 당연히 그만큼 공연비를 지불해야 하겠지만 기획사가 끼고 광고비가 포함된 공연은 왠지 돈을 내고 가기엔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초대장을 구해야 한다는 심보도 조금은 작용한 듯하다. 물론 적정 금액을 받는 공연도 있지만 역시 티켓을 사면서까지 공연을 보러 간다는 것이 억울한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공짜 티켓으로 공연장에 들어가면 처음엔 뿌듯한 생각이 들지만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불만이 있어도 토로할 수 없었으며 공연을 맘껏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요사이 무료 공연이 아주 많아졌다. 그 만큼 문화생활이 폭넓고 다양해진 터다. 그런데 무료공연을 예약하고, 또는 가기로 약속하고 무심코 어겨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료이기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적어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연단체들은 완벽한 공연을 준비하고도 관객들에게 외면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게 무료공연 단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료공연을 담당하는 측에서 번거롭더라도 예약제로 운영하거나 공연 전에 전화확인을 거친다면 객석에 구멍이 생기는 일은 적어도 생기지 않는다. 단 그만큼의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대신 무료공연이라도 공연의 질은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하나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24일 인천아트플랫폼 커뮤니티 홀에서는 <약속콘서트>라는 공연이 펼쳐졌다. 매달 넷째 주 토요일 6시면 어김없이 진행되어 왔던 무료공연이었다. 그 무언의 약속이 있던 시간이면 하나 둘씩 관객들이 찾아왔고 어느새 객석은 가득 채워졌다. 관객들은 그 한 시간여 동안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박수치고 함께 즐거워했다. 연주자들 역시 관객들 코앞에서 연주하며 함께 호흡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그곳에서 공연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간의 정황상 그 상설공연은 의심의 여지없이 계속 될 것이라 확신했고 지난 연말 마지막 공연에서 올 3월에 관객들께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3월 넷째 주 약속대로 그 자리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것은 그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비용 없이 이 공연을 준비하는 일은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었다.

연주를 하는 사람들은 연주를 해야 힘이 나고 그 연주를 보며 많은 관객들은 기쁨과 희망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자체나 구가 운영하는 문화단체를 제외한 많은 공연단체들은 공모나 지원사업을 통해 무대에 서게 되지만 그 문턱은 여전히 높고 한없이 좁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연주가 직업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어떤 사람들은 “현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값비싼 악기를 들고 연주하니 연주비 쯤은 안 받고 연주해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구구절절 설명하긴 힘들지만 대부분의 프로연주자는 연주가 직업이고 생활수단이다. 결국 연주활동으로 최소 생활이 유지되어야만 자선공연, 무료공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1년 동안 이뤄지는 공모나 지원사업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며 꼭 된다는 보장 또한 없다.

결국 올바른 문화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서서히 무료공연을 자제해야 하리라 생각된다.

i-신포니에타는 그동안 정기연주회와 몇 차례 기획공연을 제외하곤 모든 공연을 무료로 진행해왔다.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을 대중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공연을 처음 접하고 변화된 많은 사람을 보며 잘한 일이라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이젠 문화예술의 발전적 측면에서 유로공연 대중화에 앞장서야겠다고 생각한다. 유료공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첫째, 누구나 말하듯이 공연의 질이 올라간다. 무료공연이라고 질 낮은 공연을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소정의 금액을 받는 공연이라면 책임감 때문이라도 더욱 연주나 기획면에 신경을 쓰게 된다. 연주자들도 더 멋진 연주, 더 아름답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야할 게 자명하다. 왜냐하면 프로라는 책임감이 더해졌기 때문에.

둘째, 관객들 역시 자신들이 보고 싶은 공연을 떳떳하게 돈을 지불하고 관람하기에 당당히 공연에 대한 평가를 할 테고 그로 인해 공연은 발전을 보이게 된다. 처음엔 객석이 빌 수도 있겠지만 정착화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와 함께 문화도 발전해나갈 것이기에.

또 하나 문화 발전을 앞당기는 일은 회원제 필요성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예술지원에 대한 기부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조건을 달지 않는 기부는 더군다나 힘든 실정이기에 정기회원이나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그나마 공연단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 두 차례 공연을 경험한 후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에 따른 혜택과 서비스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기 회원제가 발달되어 결국 조건을 달지 않는 후원회원이 생겨나고 단체의 재정이 안정되면 공연 구성원이나 공연자체 질이 현저히 달라질 것이다. 이는 지역문화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그 이상으로 나타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공연단체는 회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프로의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미국의 경우 사회 명사가 예술단체나 극장의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회 명사여도 좋고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진 사람이어도 좋다. 조건 없는 후원자가 늘어나고 유료공연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만들어질 때 문화예술인들도 살고 문화도 발전되리라 생각한다.

알베르 카뮈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예술가를 도울 수 있다”고 했다. 이 시대에 진정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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