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예지신'의 대통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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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예지신'의 대통령을 기대한다
  • 윤세민
  • 승인 2012.04.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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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윤세민 교수 / 경인여대 교양학부(언론학박사, 문화평론가)


시대와 역사와 국민이 요구하는 대통령

올해 12월 19일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법에 의하면 그로부터 240일 전인 오늘(4월 23일)부터 대통령 예비후보 등록일이 시작된다. 바야흐로 대선의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번 18대에는 과연 어떤 후보들이 나설 것인가? 곧 여야 할 것없이 대선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적잖은 후보가 당내 경선과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하고,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대선에 나선다 해도 결국엔 최후의 1인만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역사적인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탄생할 것이다.

물론, 대선 후보자 모두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잘 경영해 보겠노라는 위대한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현행 헌법상 5년에 한 명밖에 안 나오게 돼 있다. 그야말로 국민이 부르고 선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 부분은 후보자 개인이 아무리 욕심낸다고 될 일이 결코 아니다. 시대와 역사와 국민이 요구하고 선택해야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유교의 기본 덕목과 대통령으로서의 덕목

그 선택 중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대통령으로서의 덕목'이리라. 각 후보자들이 이 대통령으로서의 덕목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국민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흔히들 대통령으로서의 덕목으로 애국심, 리더십, 도덕성, 사회통합력, 국정추진력, 경제마인드, 외교능력 등을 들곤 한다.

그러나 오늘 필자는 이 대통령으로서의 덕목에 유교의 기본 덕목을 견주어 얘기하고자 한다. 유교에서 말하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인간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덕목을 말한다. 원래 맹자가 주창한 인(仁)⋅의(義)⋅예(禮)⋅지(智)에 한나라의 동중서라는 사람이 신(信)의 덕목(德目)을 보탠 것이다. 이 '인의예지신'은 '오상(五常)'이라 하여 삼강오륜과 함께 유교 윤리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일찍이 맹자는 "측은지심은 인이요, 수오지심은 의이며, 사양지심은 예요, 시비지심은 지이다. 인의예지는 바깥에서부터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나에게 고유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사덕(四德)을 주장하였다. 이에 동중서는 인의예지라는 사덕의 기초 위에 신을 추가하면서 "대저 인의예지신은 오상의 도로서 왕자가 마땅히 배양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오상이야말로 국가를 다스리는 왕자가 마땅히 터득하고 구비해야 할 덕목이라고 한 것이다.

한대(漢代)의 왕자요 왕이라면 당연히 오늘의 대통령을 이르지 않겠는가. 원래 맹자는 무력이나 강압과 같은 물리적 강제력으로 다스리는 패도 정치(覇道政治)에 반하여, 도덕적 교화를 통해서 순리대로 정치를 하는 왕도 정치(王道政治)를 주창했다. 힘(권력)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면 마음으로는 복종하지 않게 되고,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면 사람들은 진심으로 따르게 되므로, 덕에 의한 왕도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왕도 정치 역시 오늘날 물리적 강제력에 의한 전체주의, 공산주의가 아닌 덕과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를 이름은 당연하다 하겠다.

따라서 유교의 기본 덕목인 '인의예지신'을 오늘날 대통령으로서의 덕목으로 설명한다는 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넘어 지극히 현실적인 분석이리라 믿는다.

'인의예지신' 덕목 갖춘 대통령을 기대한다

인(仁)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풀이하는 데, 인은 원래 나머지 의예지신을 다 포괄하는 사상으로서 바로 유가철학의 핵심사상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극진한 사랑은 기본이겠고, 나아가 다문화와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오늘날 인류애와 자연애까지도 필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런 자애로운 대통령은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따뜻한 일인가.

의(義)는 사회적 인이다. 즉, 사회적으로 확장된 '사회정의'로 정의할 수 있다. 오늘날 '사회정의'는 대통령으로서 통치의 기본이 될 것이요, 오늘날 대한민국에 요구되는 사회통합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의(의)도 사랑(인)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이 없는 정의는 폭력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을 우리는 군사정권에서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지 않은가. 그런 의로운 대통령은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예(禮)는 일반적 '예의'하고는 다르다. 예의는 사랑이 없이도 성립할 수 있지만, 예는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사랑을 하되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마저도 사랑으로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도 인이고 인의 완성이 예라고 한 것(극기복례)이다. 실로 국민과 국가에 예를 다하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智)는 지혜이다. 선악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인의가 아무리 좋아도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상황에 따른 선악을 적절히 판단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국가의 대사를 제대로 판단하고 실천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지혜로운 대통령은 만난다는 것은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신(信)은 공맹 이후에 추가된 사상인데, 인의가 믿음을 전제로 하는 일은 정말 당연하다. 사람들이 망각하니까 특별히 강조할 필요가 있어서 삽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믿음)은 사랑과 정의의 전제조건이요 인의와 하나 되는 덕목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대통령이 국민을 신뢰하고 자신의 언행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준다는 것은 또 그만큼 중요하다. 대통령과 국민이 신뢰로 하나되는 나라.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가.

이렇게 인의예지신은 절대로 분리할 수 없는 하나로 꿰어진 유교(유가)의 핵심윤리이자 사상이다. 이 다섯 가지에 모든 덕이 집약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의예지신을 고루 갖춘 대통령, 다섯 가지 덕목을 모두 갖춘 덕스러운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시대와 역사와 국민이 요구하고 선택할 것이다. 그런 대통령을 우리 모두 손꼽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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