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진보정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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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진보정치' 의미
  • 정영수
  • 승인 2012.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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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정영수 / 프라임전략연구원 대표


한국 현대 정치역사에서 진보정치는 고난의 길이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조봉암 선생이 그 고난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정치지형 속에서 늘 소수였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았던 진보 세력들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정당 득표율 13.1%)을 획득하여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진출을 달성하였고, 이를 통해 제도권 정치구조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였다.

그러나 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하여 원내로 진입한 진보세력들은 18대,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상승기류를 타지 못하고 하강기류에 휘말려 진보의 위기를 걱정하는 형국에까지 이르렀다. 주요 보수 언론들은 연일 2∼3면의 지면을 할애하여 진보세력에 대한 주요 기사를 싣고 있다. 진정으로 진보세력의 발전을 위한 걱정인지, 진보세력에 대한 '마타도어식' 비판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진보세력에 대한 보수 언론의 이 같은 관심은 참 이례적이다.

진보세력에 대한 언론 관심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진보세력의 정치적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는 말이 있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새는 두 개의 날개가 각각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 만약 두 개의 날개 중 하나가 이상이 있을 때 새는 더 이상 날지 못하게 되고, 날지 못하는 새는 굶어 죽거나 포식자의 먹이감이 되는 게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정치기제가 선진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라는 두 날개가 각각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진보의 특성을 다양하게 정의하고 논의할 수 있지만, 그 첫 번째는 투명성이다. 보수는 유능하지만 부패했고, 진보는 무능하지만 투명하다는 얘기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많은 국민이 진보세력에 기대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진보세력 내부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격렬한 충돌은 진흙 밭에서 뒹구는 모습으로, 과거 보수 세력들의 권한과 이권 쟁취를 위한 대책 없는 싸움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진보세력에 '1급 청정수'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흙탕물과는 좀 다를 것이라는 생각과 기대 등은 허망한 바람인가?

진보는 또한 지속적이고 가열찬 자기혁신과 자기학습을 특성으로 한다. 지속적이고 가열찬 자기혁신이라 함은 외부환경과 내부환경의 유·불리에 관계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황논리에 따라 혁신을 해석하고 중단해서는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자기학습은 운동초기에 꿈꾸었던 마음으로 공부하고 현장에 참여함을 뜻한다. 공부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진보는 '낙락장송'이 아닌 '부초'(浮草)에 불과하다.  

건강한 한국 정치지형을 위해 진보세력은 필요하다. 많은 국민에게 진보세력에 대한 애정, 기대 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 정치를 위해, 또한 국민들의 애정이 짝사랑으로 되지 않도록,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정말 말로 그칠 수 있도록 진보세력들의 '초심회귀'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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