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단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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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예술단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 조경환
  • 승인 2012.05.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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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경환 / 부평아트센터 관장

지난 1990년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지역 문화시설 건설 붐은 지역 예술단체에도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지역 문화시설을 통해 발표공간이나 지원의 부족함을 느꼈던 지역 예술단체로서는 기회이고, 이를 통해 그들의 문화예술 활동 영역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성장축의 하나로 지역 문화시설이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 문화시설 건설과 이에 따른 예술경영의 등장은 앞으로 지역 예술단체 성장 동력에 큰 힘을 줄 것이다. 다만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이 지역 문화 소비자층이 형성되지 않아,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게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지역문화 기반시설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소비할 수 있는 층을 확대시키는 게 우선 과제다.

흔히 예술경영의 문제점은 시장의 승자독식 원칙이 예술경영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는 데 있다. 관객은 우선 기억용량의 한계, 제한된 기억 공간으로 인해 일단 스타 반열에 오른 예술가들만 기억하고 그들에 열광하고, 다른 사람이 인정한 스타들만 기억함으로써 검색비용을 줄이려는 속성이 있다.

특히  예술분야는 승자독식이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지역 관객들이 이를 선호함에 따라 지역 문화시설이 지속적으로 확충되는데도 그 중심에 지역예술단체가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할 땐 지역의 문화시설과 지역 예술단체와의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 지역예술단체들의 현황과 이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면, 먼저 지역의 문화기반시설이 건립되는 이유에서 찾아야 한다.

우선 지역민들의 문화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타 지역보다는 우월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욕구가 지역민에게 엄연히 존재한다.

문화 기반시설 건립이 막대한 건설비와 향후 발생되는 운영비의 압박이라는 문제점이 있음에도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지역의 경쟁력이 지역민들에게 문화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것 같다. 그런데 문화 서비스라는 것은 '시간 절약형'으로 판매되는 상품과는 다르게, '시간 소비형' 감동 상품으로서 매우 팔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그러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지역 예술단체에서는 참신한 기획, 축적된 마케팅 역량, 소속 단체의 재정적 안정기반 미흡 등으로 인해 지역 문화시설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지역예술단체의 경쟁력 확보는 지역 문화기반 시설 운영자와 기획자들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지역의 문화정책과 예술경영의 차이점을 지역의 예술단체는 이해해야 한다. 지원을 받아서 문화예술을 한다는 것은 정책의 차원이다. 하지만 예술경영은 공공성, 합리적 운영, 경영성과가 요구되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지역 예술단체와 함께 고민해 해결책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소비자인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사고를 통해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예술단체 경쟁력 확보의 근본적 취지는 대중음악과 같이 시장이 크고 영향력을 가진 문화예술 시장이 아니라, 전체 예술시장에서는 작지만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한 지역 예술가들의 정주의식 등을 고려하고 활기찬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역사회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지역 예술단체가 벌일 최선의 방법은 지역 문화시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민들의 생활 속에 지역 예술인들이 재발견될 수 있도록 지역참여, 밀착 프로그램을 다수 개발하여 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프로그램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꾸준히 개발하고 이를 외부와 연계하여 전국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중앙의 '저명 예술가'와는 차별화한 지역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즌 레퍼토리' 같은 프로그램을 지역 아트센터가 보유해서 지역 발신의 문화상품을 전국으로, 해외로 유통시킬 수 있는 기획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의 대처 前 수상은 "예술도 이제 시장 안에 들어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예술도 이제는 경쟁력을 갖고 자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지원이 목표가 아닌 예술의 힘을 지역에 심는 목적을 갖고 지역예술이 존재할 때, 한 번 공연하고 떠나는 '저명한 예술가'보다 더 크게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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