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상태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 도지성
  • 승인 2012.05.31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칼럼] 도지성 / 화가


애플과 삼성이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휴대폰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애플이 '아이폰4'를 발표하자 삼성이 '갤럭시3'로 대응하는 식이다. 두 회사는 특허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한창이다. 애플은 삼성이 외관과 화면에 대한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중이다.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경영 원칙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단순함'이다. 이러한 절제의 미덕은 '아이팟'에 모두 담겨 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수많은 기능을 탑재하고도 복잡한 버튼을 최대한 줄인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건 수많은 기능을 장착한 휴대전화가 아니라, 내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슬림'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정도에서 작품을 끝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한정된 캠퍼스 안에 더 그려 넣어야 할 때가 있고, 때론 덜 그린 여백으로 남겨야 좋을 때도 있다. 치밀하게 묘사해야 완성도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생략을 해야 더 좋을 수 있다. 그래서 선배 작가들이 '작품을 어디서 끝내야  될지를 알 면 대가(大家)'라고 했다. 가득 채운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백의 미'라는 동양화의 독특한 개념은 절제된 표현에서 나오는 것이다.

처음 그림을 배울 때, 여백을 보면 무언가 가득 채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있고, 그래서 빈틈 없이 가득 채워 그리게 된다. 복잡하기도 하고 주제 표현이 모호하게 된다.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서 '생략의 묘'를 알게 된다. 주제를 돋보이기 위하여 불필요한 부분은 지울 수 있어야 한다. 때론 한 달간 열심히 그린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표현이 능숙해지면서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경우는 줄어든다. 표현의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고,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심미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생활 주변에 디자인의 과잉, 표현의 과잉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온 눈으로 보면 "저 부분은 생략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하게 된다. 장식용으로 설치한 시멘트 구조물, 사무실벽에 무질서하게 붙어 있는 액자나 달력, 너무 크고 강하게 표현된 거리의 간판들, 새롭게 짓는 건물에 멋을 살린다고 다양한 장식이 추가되지만  너무 복잡해지기 일쑤다. 사용하지 않고 집안 가득 쌓여 있는 물건들도 욕망의 과잉일 뿐이다.

20세기 미술 양식 중에 미니멀리즘이 있다. '최소한도의, 최소의'라는 의미의 미니멀(minimal)에 '이즘(-ism)'을 덧붙인 말로 '최소한주의' 혹은 최소한의 예술을 말한다. 미니멀리즘은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 즉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되어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건축 패션 등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아이팟'도 미니멀리즘을 반영하고 있다.

절제된 아름다움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깔끔하게 해준다. 인간의 욕망이 표현의 과잉을 불러오는 것 같다.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더 세련되어 보이고. 더 높은 차원의 수준에 이룰 수 있다.

우리 좀더 '슬림'하게, 세련되게 살아보자.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