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의 '불안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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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의 '불안한 미래'
  • 권창식
  • 승인 2012.06.0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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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권창식 / 가톨릭환경연대 사무처장



경인아라뱃길 개통.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5월25일, 이명박 대통령과 많은 인사가이 참석한 가운데 경인아라뱃길의 성대한 개통식이 있었다. 혹자는 800년의 숙원사업을 축하했을 것이고, 20년간 앓던 이를 뺐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내륙운하의 첫 물길을 열었다고 자랑스럽게 축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경인아라뱃길은 수도권의 획기적 물류혁신을 기대한다면서 경인운하로 공사를 시작했는데, 마무리는 레저관광 기능을 기대하면서 마쳤다. 뭔가 좀 이상하다. 독자들께서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찾아봐도 경인아라뱃길(구 경인운하)은 부실과 조작 투성이 사업이었음을 알게 된다.

물론, 경인아라뱃길이 지역에 문제만 불러온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사실 자랑하는 수변공간인 '수향8경'은 원래 굴포천 방수로 공사에서 '굴포8경'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다. 그럼에도 바다와 인접한 해양도시임에도 섬을 제외하면 항만과 군철조망으로 접근이 차단되어 이렇다 할 친수휴식공간이 부족했던 인천시민들에게는 새로 심은 나무들만 있는 뙤약볕 내리쬐는 공원이지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되고 있다. 더구나 부산과 같은 도시의 해수욕장이나 서울의 한강 둔치공원과 탁 트인 한강변 자전거길을 부러워하던 시민들에게는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선 준공식이었어야 할 개통 당일 행사를 인천시와의 행정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해 대통령까지 참석했음에도 준공허가를 받지 못해 개통식으로 치뤄졌다. 또 서울을 항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시작한 운하사업이지만 아직 서울까지 화물선은커녕 유람선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경인아라뱃길은 공식 개통했다고 하지만 그간의 문제들이 종료된 게 아니라, 이제서야 공식적으로 문제를 문제라고 다시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명실상부 그간의 찬반 주장들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 철저하게 검증-평가되어야 할 시간이다.

이에 경인운하 수도권공동대책위에서는 계획단계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경인운하(아라뱃길)는 물류없는 혈세낭비의 사업이자 수질오염과 해양오염에 대책없는 환경재앙을 불러오는 사업'이라는 주장을 중심으로 볼 때 개통 이후에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는 것 같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계획 당시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것들을 중심으로 아라뱃길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다시 짚어본다.

경인운하(아라뱃길)의 근본 목적은 '물류 혁신'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굴포천 유역인 계양-부평지역 홍수방제만이 목적이었다면 5,400억원 공사비의 굴포천방수로도 충분했다. 굴포천 방수로와 굴포 8경등 내부 시민공원시설의 유지관리비 예상액인 연 116억원을 아깝다고 했다. 그래서 '도랑치고 가재도 잡자'는 격으로 방수로를 넓히고 물을 채워 바다모래를 운반하고 컨테이너를 대량 운송하는 선박을 띄워 수익을 내겠다며 경인운하로 전환했다. 하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경인아라뱃길 관리비용으로 매년 200억원 이상을 요청하고 있다. 10월 임시개통부터 지금까지 화물선은 단 2척만 다녔는데도 말이다. 원래부터 경인운하는 물류운송이라는 운하 본기능에서 오는 편익은 적었다. 편익으로 예상한 대부분이 김포터미널과 인천터미널의 배후단지를 개발하고 그 분양수익으로 7,956억원(전체 편익의 38.6%)을 얻겠다는 등 초기목적이 변질된 부동산 사업이긴 했다. 한편, 당시 정부가 주장했던 철강과 자동차 물동량은 경인항의 부두시설만 이용할 뿐, 주운수로를 이용하지도 않는 단순 환적화물이다. 결국은 바다모래에 대한 수요가 줄어 김포터미널은 다목적부두로 전환됐다. 차 떼고 포 떼고 이젠 과연 무엇을 싣고 나를지 궁금했는데 결국 개통식 당일에도 물류가 없자, 대통령 보기에도 부끄러웠는가 빈컨테이너를 진열해 놓는 쇼를 펼쳐야만 했다. 그나저나 물류활성화 대토론회를 통해 운하는 물류혁신이요 경제성이 탁월하다고 TV토론회에서 그리고 신문지상에 언론플레이를 해대던 국내외 전문가들은 개통식에 초대받지도 못했다.

더 이상 임기응변식 속임수와 책임회피 행정으로 인해 국고낭비가 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지난 2009년 경인아라뱃길은 3월 착공을 전제한 채로 2월에는 4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요식적 행정절차를 위해 경찰의 방관과 찬성측 주민들의 비호아래 편법적으로 진행했다. 찬성 7명에 반대1명의 패널로 구성된 불공정한 공청회는 한사람의 환경전문가 참여도 없이 진행시켰다. 이처럼 경인운하는 덧대진 누더기 사업계획과 임기응변식의 추진으로 만들어졌다. 일례로, 폭이 좁고 수심이 얕은 내륙 물길과 높은 파도가 있는 바다를 동시에 다니게 하겠다던 다목적 '경인운하용 바다하천겸용선박 RS선'은 결국 등장하지도 못했다. 건조비 5배, 유류비 2배의 비경제성 때문에 RS선을 스스로 포기하고 만 것이다. 이렇듯 추진측은 경인운하의 비경제성과 반환경성을 우려하는 수많은 문제제기에 대해 당장 급한 비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거짓말과 조작을 일삼아 왔다. 현재, 없는 수익성에도 선사들에게 억지춘향식으로 운항시키고 있는 선박 대부분도 20여년 이상 된 노후 화물선을 마스트만 개조한 고물 화물선이다.

물류를 우려하던 시각에 대해서도 경인아라뱃길은 수도권에 물류혁신을 가져올 것이며, 1백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라뱃길을 거쳐 해외여행을 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하루 두 번씩 경인운하를 오고가는 유람선들의 정원은 각각 685명과 266명이다. 공짜 관광버스와 식사 그리고 기념품까지 안겨주며 전국적으로 모셔온 관광객들이 지난 2012년 4월 기준으로 일평균 550명에 불과하다. 1,000명이라고 홍보성 공짜 유람선 관광객들을 홍보하지만, 양옆으로 흙벽이나 아파트단지를 주로 보고 가야 하는 아라뱃길 유람선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한번 타본 사람들이 두 번 다시 타고 싶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부풀려진 경제성에 대한 검증과 투자비 회수로 밑 빠진 독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까지 봤을 때, 경인운하 사업은 잘못된 경제성예측으로 투자비보다 매년 유지운영비가 더 들어가는 대표적인 세금낭비 사업으로 남을 것 같다. 애초부터 정부가 사업추진의 타당성 근거로 제시했던 KDI의 비용편익분석결과인 B/C=1.065는 어이없는 조작계산임이 밝혀졌다. 편익은 과장하고 비용은 축소-누락시켜 고의적으로 경제성을 부풀렸던 것이다. 차라리 지난 2010년에 민주당에서 재검토때 예측한 B/C=0.6정도나 아니면, 인천시 경인아라뱃길재검증위원회는 B/C가 0.274정도가 맞을 듯 싶다. 1이 되어야 본전치기이니 이쯤되면 경인운하사업은 경제성이 부족한 정도의 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퍼다 버린 범죄행위에 가깝다. 심지어 사업주체인 수자원공사의 자체 연구용역 중간보고서 상에서조차 중장기 재무분석을 해보면 향후 1조 5000억원의 큰 손해를 보는 적자사업이라고 결론지었다. 갈수록 태산이다. 어디를 봐서 2만5천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조원의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괜히 국고만 더 축낼 요량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과 장미빛 미래를 쫒아 혈세를 더 쏟아 붇기 보다는 확실하게 투자비부터 회수하는 우선되어야 한다.

건설사 정경유착과 특혜에 대한 철저한 고리 조사와 담합, 공사비 부풀리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 4대강사업에서 현대건설, GS건설 등 19개 대형 토목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담합하고 사업비 부풀리기를 했던 것이 밝혀져 1조원 이상의 과징금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공사비 담합과 부풀리기는 사실 경인아라뱃길이 원조였다. 맨처음 ㈜경인운하를 설립하여 공사를 독식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인 현대건설은 경쟁업체인 대우건설과 GS건설의 내부정보 밀고로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2009년 경인운하 공사를 재시작할 때는 18Km구간을 5개 공구로 나누고, 각 공구는 최상위권 대형건설사들이 주관사가 되었으며 20위권내의 4~6개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각 공구를 사이좋게 나눠먹기식으로 수주했다. 이 정부공사 실적이 있어 4대강 공사 때는 전국적으로 흩어져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경인운하는 당시 1990년대초쯤 시대적 배경이 작용한다. 토건회사들이 중동의 건설특수가 끝나고 장비와 인력이 모두 국내로 철수해 있던 상황이었고, 국내적으로도 대형댐 공사 등이 마무리되면서 수자원공사 등에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었다. 이런 이해가 맞물리면서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부조리한 정치권력과 야합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시화호 간척사업이고 경인운하 공사고 새만금 계획이다.

정치적으로 4대강공사 추진이 필요했던 현정권과 토건회사의 또 하나의 정경유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당시 경인운하 공사는 설계에서부터 건설, 시운전까지 일괄수주계약하는 방식인 턴키 계약을 통해 유래없이 진행됨으로써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 정치권분위기 때문에 유야무야되었다. 또 공공사업으로 전환하여 수자원공사가 맡아 진행하면서 당초 민간에서 진행할 때는 1조 8천억원이면 될 경인운하 공사가 이름만 바뀌면서 경인아라뱃길은 2조2500억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서구에서는 물류는 고사하고 관광객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인 사양길에 들어선지 오래된 운하 공사를 통해 우리나라 민간기업들은 수백억씩 이익을 본 반면, 수자원공사와 국민들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운하 사업이 가져올 환경적 영향에 대한 세부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5년동안 3번의 정권이 바뀔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현정부에서는 2달만에 통과되었다. 그만큼 주운수로 수질, 선박통항으로 인한 인근지역 대기오염, 8만여ha 농경지 염해 피해에 대해서 이렇다 할 대책이 부족하다. 농지와 그린벨트의 훼손, 갯벌의 훼손 등 이미 벌어진 것에 대한 것을 비용으로 계상하지 않더라도, 편법과 요식행위에만 급급했던 환경영향평가상의 문제제기에 대해서조차 대비가 부족하다. 특히 주운수로 18Km에 바닷물과 민물이 밀도가 달라서 뒤섞이지 못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영양물질과 오니의 퇴적으로 인한 주운수로 수질오염은 심히 염려된다. 고인 물은 시간의 문제일 뿐 그 악명 높던 제2의 시화호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또 그물이 흘러갈 곳이 이미 오염 임계치에 와 있는 경기내만의 바다이고 보면 해양환경을 더욱 더 악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날마다 더워지는 날씨에 상승하는 아라뱃길 수온 그리고 밀려드는 오염물질들로 인해 점점 시커멓게 썩은 듯 보이는 물 색깔과 냄새는 그 불안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평구를 통과해서 내려오는 생활하수가 섞인 굴포천의 물, 계양구 일대의 농경지 비료와 거름이 섞인 물이 유입되고 서구의 수도권쓰레기매립장 침출수가 조금이라도 유입되면 지난 4월 말에 경인아라뱃길과 굴포천 사이에서 떼죽음당하는 물고기를 단지 한 장소에서만 보게 될 것 같지 않아 더 우려된다. 이러저러한 문제에 대해 인천시가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경인아라뱃길에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은 일은 당연하다고 본다. 환경부 처럼 정부당국자와 국토부의 들러리나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지금이라도 인천의 목소리를 내고 향후 대책을 모색하도록 중심을 잡는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정확히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절대 들러리를 서서는 안된다.

배 안다니는 '경인아라뱃길', 국회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

서두에서 밝혔듯 개통은 문제의 종료가 아니라 문제제기와 평가의 시작이다. 19대 국회때에는 반드시 국회 차원의 경인운하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수도 없는 각종 토목건축 현장의 비리백화점 같았던 경인운하의 오류들을 빠짐없이 들춰내고, 책임 또한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수도권공대위는 경인운하 청문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19대 국회에서 야당들과 공조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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