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씹어야 건강하다
상태바
잘 씹어야 건강하다
  • 김명일
  • 승인 2012.06.15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칼럼] 김명일 / 평화의료생협 평화의원 원장


비밀을 지켜줄 것 같은 누군가와 타인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것은 서로 친밀성을 돈독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뒷담화'를 다른 표현으로 '~~누구를 씹는다'라고도 한다. 음미해 보면 누군가를 잘게 씹어 분쇄해 버린다는 것은 상당히 무서운 표현이기는 하나,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듯하다. 눈꼴 사납지만 피할 수도 없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얼마나 값싸고 손쉬운 방법인가!

실제로 음식물을 잘 씹는 것도 건강과 소화기능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의 역사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구석기인들의 식습관이 건강과 비만치료에 중요하다는 '구석기 다이어트'라는 것이 요즘 유행이다. 수렵과 채집을 위주로 생활했던 구석기인들은 정제된 곡류보다는 뿌리채소와 야채, 과일 등을 채집했고 동물사냥을 통해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했다. 유전자가 구석기인과 유사한 현대인들이 최근 정제된 곡류와 설탕, 지방 등을 과도하게 섭취하면서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잡곡류, 과일과 야채, 견과류 등과 살코기 위주 식단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구석기인들의 식단을 보면 대부분 오래 씹어야 소화가 되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들이다. 왜 오래 씹는 것이 중요한가?

첫째, 오래 씹는 식습관은 무엇보다 소화기능에 도움이 된다

최근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경우 식사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급한 식사는 음식과 함께 위로 넘어가는 공기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위벽의 팽창을 가져오고 이것이 트름과 신물의 형태로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 점막에 염증을 잘 일으키게 된다. 여기에 밀가루와 기름진 음식, 과음, 흡연, 야식, 카페인 섭취 등이 겹쳐지면서 식도염 발생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위는 음식물을 저장해서 죽처럼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 장에서 영양분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급한 식사는 구강에서 잘게 부서져야 할 음식물이 그대로 위로 넘어가기 때문에 위는 그만큼 부담을 느끼고 음식물을 배출하는 시간도 더욱 느려지게 되어 기능성 소화장애나 위염의 원인으로 된다.

둘째, 급한 식사는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인 사람들의 특징은 식사가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번 식사에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또 굶는 경우를 대비해 영양분을 지방으로 축적하는 속도도 높아져 비만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리고 포만감과 식욕을 느끼는 뇌의 시상하부라는 곳은 씹는 행위에 자극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씹는 행위는 포만중추를 자극하고 섭식중추는 억제하여 식사 전 껌을 씹게 한 사람들에서 체중감소가 관찰되는 실험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셋째, 씹는 행위는 뇌를 자극해 기억력을 개선시켜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일본의 한 의과대학에서는 피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그림을 보여주고 한 그룹은 껌을 씹게 하고 한 그룹은 껌을 씹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그림을 기억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껌을 씹은 그룹에서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더 많은 그림을 기억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그리고 기억력 개선 효과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 노인일수록 씹는 행위로 인해 뇌에 보내지는 혈류량이 늘어남을 관찰할 수 있었다. 노인성 치매예방에 음식을 오래 씹는 게 도움을 준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이다.

정제된 밀가루 음식과 곡류, 달콤한 음식의 비율은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현미와 잡곡밥,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입안의 음식을 넘기기 전에 다른 음식을 입에 넣지 않도록 하고, 한 번 음식을 넘길 때는 20번 이상 오래 씹도록 하며, 식사시간은 20분 넘게 주위사람과 즐겁게 대화하며 갖도록 하자. 뒷담화를 하면서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씹힘의 대상으로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기보다는 거칠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더 오래 잘 씹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