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오페라 - 세계문화유산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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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오페라 - 세계문화유산 판소리
  • 이창희
  • 승인 2012.06.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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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수풍물]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


판소리는 국제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는 전통적인 민속 연예 양식. 판소리란 말은 일차적으로 국악의 명칭이지만 국문학의 한 장르 명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흔히 판소리의 대본을 판소리 사설, 그 창자를 판소리광대, 또는 소리꾼이라 부른다. 판소리란 말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보통 '판의 소리'라고 보아 판놀음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판은 중국에서는 악조틀 의미하여 변화 있는 악조로 구성된 판창, 즉 판을 짜서 부르는 소리란 뜻이라는 설이 있다.

판소리를 '소리' 또는 창극이라고도 하며, 한문식 표현으로는 극 ∙ 우희 또는 극가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이야기를 노래로 부른다는 점에서 판소리는 구비 서사시라 볼 수 있는데, 창자인 광대가 노래할 때 '너름새' 또는 '발림'이라고 하는 몸짓을 수반한다. 그 내용이 극적이어서 연극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또 그것이 대화 및 지문(地文)으로 구성되어 있는데다가 그 사설이 정착된 것이 곧 소설이어서 소설로 보기도 했다.

이같이 판소리를 문학상의 장르로 취급할 때 희곡, 서사시, 소설로 보는 상이한 견해가 있다. 여기서 서사시와 소설은 장르류에서 상이한 범주일 수 없으므로, 결국 판소리가 서사문학이냐 희곡문학이냐로 견해가 양립된 셈이다. 판소리는 민중 예술이다.그것은 개인 창작이 아니고 공동작이라는 점에서 구비문학이지만 민중 모두가 그 창작에 참여할 수 없고, 전문적인 광대에 의해서 발전되었다는 점은 일반적인 구비적 양식과 구분된다.

판소리 창자인 광대가 곧 판소리의 작자층인데, 조선시대의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 있어서 천민층이었다. 따라서 서민층과 같은 입장이었고, 서민 의식을 대변하는 예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판소리가 19세기 후반에 크게 상승하여 민중뿐만이 아니라 좌상객이라 부르는 양반 관료층에게까지 환영을 받아 양반층을 포용하는 예술로 발전했던 것이다.

발달과정판소리가 형성된 시기는 대개 18세기 초엽(숙종말~영조초)으로 보고 있다. 영조 30년(1754)에 쓰인<만화본춘향전>이 판소리에 관한 최초의 자료이고, 그 이상 확실한 고증은 어려운 형편이다. 그 기원에 대해서 종래 소설이 판소리보다 선행했다는 설과, 반대로 판소리가 소설에 선행했다는 설이 있다.

대체로 판소리 선행설이 우세한데 여기서도 판소리는 전라도의 무속을 배경으로 하여 무가에서 판소리로 전환되었으리라는 설과 민담 내지 야담이 민속적인 행사와 관련되어 창화되었으리라는 설 등 구구한 견해가 있다.

흔히 판소리사를 세 시기로 구분한다. 제1기는 그 형성기인 영 · 정기로, 이 시대의 사회 경제적인 발달에 관련되어서 서민층의 성장과 함께 판소리 열두마당이 성립되었으리라 본다.그 이후 신재효가 활동했던 19세기 후반까지가 제2기로 그 전성기인데, 광대의 사회적인 지위가 향상되었으며 그 대본이 소설로 출판되어 널리 읽혀졌다.

20세기 이후가 제3기인 쇠잔기로서 일제의 침입과 함께 판소리도 사양의 예술로 전락했다. 이 때 시대적인 추세에 따라 창극 또는 국극이라 하여 연극으로 변형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렇다 할 성공이 없이 한갖 과거 문화유산으로 애호를 받으면서 그 학문적인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판소리의 문학적 특질판소리 사설의 기본 골격은 거의 대부분 전승설화 등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판소리사의 전과정을 통해 창자들은 전승적 이야기의 골격을 근간으로 하여 그 중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을 확장 · 부연하는 방식으로 사설을 발전시켜 나아갔다. 이렇게 기존 전승에 첨가된 문학적 · 음악적 새로움을 가진 창작 부분을 '더늠'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판소리는 이들 더늠이 무수히 집적된 결과이다.

따라서 판소리는 이야기 전체의 흥미나 구성의 긴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각 대목 · 장면을 확장하면서 부분적인 흥미와 감동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판소리에서 앞뒤의 내용이 잘 맞지 않거나 때로는 뚜렷이 모순되기까지 하는 일이  있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그러면서도 판소리는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서사적 구성원리를 가지고 있다.

비장한 대목과 골계적인 장면, 재담을 교체적으로 배치하여 청중들을 작중 현실에 몰입시켰다가 해방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방식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정서적 긴장과 이완이 반복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매우 특이한 심리적 · 미학적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판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다채로울 뿐 아니라 각별히 생생한 입체감과 현실성을 띠고 있다.

판소리에서 설정되는 사건 공간은 대개 당대의 생활현실이거나 그 우화적인 투영이며, 이 속에 움직이는 인물들 역시 허구화된 재자가인이 아니라 당대의 현실상을 반영하는 범인적인 존재들로 나타난다. 판소리에서는 비록 우월한 능력을 갖출 선인이라 해도 완벽한 영웅상으로 그려지지 않고, 흔히 풍자 · 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부정적인 인물들이라 해서 철저한 악의 표상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아울러, 방자 ∙ 애랑 ∙ 정욱 ∙ 매화 등 봉건적 예속관계 아래 있으면서 상전의 위선과 약점을 폭로하고 희롱하는 장난꾼의 존재들이 발달한 점과, 평민층의 인물 군상들이 생생한 구체성을 띠고 살아 있다는 사실도 판소리의 인물형에서 주목되는 특징이다.

판소리 사설은 운문과 산문이 혼합된 서사문학인데다가 여러 계층의 청중을 상대로 하여 누적적으로 발달한 까닭으로 문체와 수사가 매우 다채롭다. 그 속에는 전아한 한학 취미의 대목이 있는가 하면 극도로 익살스럽고 노골적인 욕설과 속어가 들어 있으며, 무당의 고사나 굿거리 가락이 유장한 시조창과 나란히 나오기도 한다.

이밖에 민요 · 무가 · 잡가 · 사설 · 시조 · 선소리 · 십이가사 등 각종 민간가요가 삽입가요로서 판소리 속에 다수 채용되어 있다. 판소리 문체의 특징적 현상으로는 '문체의 분리'라는 경향성을 지적할 수 있다.

문체의 분리란 등장인물의 신분 · 성적 · 분위기 · 서술자의 태도 등에 따라 문체가 판이하게 바뀌는 현상인 바, 판소리에서는 장단· 조의 빈번한 교체와 함께 문체면에서도 이러한 변이가 나타난다.

존귀하고 품위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음률이 우아할 뿐 아니라 사설 역시 많은 한문구와 전고를 담은 장중한 문체로 된다. 반면에, 신분이 낮거나 비속한 인물 및 풍자적 대상이 등장할 때, 그리고 반드시 부정적인 인물은 아니더라도 희극적 맥락에서 다루어질 때 그 문체는 소박하고 발랄한 평민적 속어의 색채를 띤다.

판소리의 사회적 성격 및 판소리에 투영된 사회의식은 판소리사의 전개과정에 따라 일정하지만은 않으나, 창자들 자신이 천민이며 19세기초 이전까지 평민 청중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으므로 평민적 세계관과 미의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판소리에 있어서 중세적 윤리의식과 가치질서는 대체로 희극적 조롱의 대상이며, 평민적 경험에 기반한 세속적 현실주의가 살의 근본 전망으로서 긍정된다.

다만, 이와 같은 성격은 그 자체가 아직 중세적 세계관을 대체할 만큼의 충분한 성숙에 도달하지 못하였던 데다가 19세기 초기 이래의 판소리가 양반층의 청중을 주요 고객으로 의식하면서 일부 약화 또는 수정되었다.

그 결과 판소리에는 표면적 주제와 이면적 주제 사이의 갈등이라는 양면성 내지 이원성이 나타나는 예가 많으며, 특히 19세기를 살아 남은 전승 5가에서 그러하다.

러나 실전된 일곱 마당까지를 포함하여 해석할 때 판소리 전반의 사회의식과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탈중세적 현실주의의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판소리에 관한 연구는 1930년대에 시작된 이래 1960년대까지 문학과 음악 양면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이 시기 문학적 연구는 판소리 사설과 판소리계 소설을 조선 후기 소설사의 맥락에서 다루는 데 치중하여 여러 이본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주력하였고, 판소리의 기원 · 발생 · 근원설화 ∙ 장르적 성격이 아울러 논의되었다.

1970년대 이래로는 앞 시기의 문제들을 재론하면서 판소리의 사회적 성격, 서사적 구조, 미의식 등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해석하는 한편, 판소리의 문학적 특질을 현장 연희의 입체성과 관하여 이해하려 연구 동향이 전개되었다.

판소리의 현장연희적 측면에 한 연구는 아직 요청적인 과제 남아 있는 상태이나, 판소리에 관한 문학적 · 음악적 연구가 상보적으로 통합되면서 이에 관한 해명에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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