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가는 노후, 과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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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가는 노후, 과연 괜찮을까?
  • 문미정
  • 승인 2012.06.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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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문미정 / 햇살인지건강지원센터 팀장


아들아!
네가 가정을 이룬 후 어미 애비를 이용하지 말아다오
평생 너희 행복을 위해 애써온 부모다.
이제는 어미 애비가 좀 편안히 살아도 되지 않겠니.
너희 힘든 건 너희가 알아서 살아다오.
늙은 어미 애비 이제 좀 쉬면서 삶을 마감하게 해다오.

아들아
우리가 원하는 건 너희들의 행복이란다.
그러나 너희도 늙은 어미 애비의 행복을 침해하지 말아다오
손자 길러달라는 말 하지마라.
너보다 더 귀하고 예쁜 손자지만, 매일 보고 싶은 손자지만,
늙어가는 나는 내 인생도 중요하더구나.
강요하거나 은근히 말 하지마라. 날 나쁜 시어미로 몰지마라.

이글은 '아들에게 쓴 어느 어머니의 글' 중 일부이다. 이 글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요즘은 자녀 결혼 후 제2의 인생을 맞이하고픈 부모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뉴스에서 베이비부머들(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노후에 '부부끼리, 혹은 혼자 살고 싶다'는 응답이 93%, 자녀와 살겠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노후에 건강 악화로 수발이 필요하더라도 가족에게 짐이 되기보다는, 대부분 요양시설 등 공적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통적 가족관이 크게 변한 것이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이렇게 응답한 사람은 자기 집도 있고 어느 정도 노후 자금도 준비해 두어 부부 혹은 홀로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대한 대책들은 어떨까? 이제는 혼자 여가생활을 즐길 수도 없고 치매도 심해져 돌봐줘야 할 누군가가 없이는 끼니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의 노년기에 대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실제로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자녀 도움 없이 혼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삶은 조금 답답하고 안타깝다. 때로는 위험해보이기도 한다. 노후에는 치매나 고혈압, 당뇨, 낙상 등 위험 인자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 마련이다. 배우자가 있는 편은 그래도 낫지만 배우자가 있다 하더라도 한쪽 배우자의 병수발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막상 준비 없이 혼자 사는 노인의 삶은 옆에서 보기에 불안해 보이기만 한다.

최근 무연고자 노인의 입소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 장기요양법에 따라 재가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하루 4시간의 서비스로는 이 어르신에게 충분한 것 같지 않았다. 치매가 심해 밤에는 탈의 상태로 동네를 배회하지만 본인의 시설 입소 거부가 너무 심하여 시설로 입소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연고자라 가족도 친척도 없고 이웃에서도 걱정스러워 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은 자녀들이 장기요양등급에 관련된 행정적 절차를 밟고 있고 갱신이나 시설로의 전환도 보통 가족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웃에서는 도움을 줄래야 줄 수도 없는 그런 형편인 것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관련 서비스 종류와 양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노인복지관, 노인문화센터, 노인정, 주민자치센터 등 활동이 가능한 노인이라면 누구든지 기관을 이용하며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노인일자리, 노-노케어 서비스, 노인 건강 교실, 노인 문화 활동 등 그 내용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러나 이제 노후 준비란 더 이상 퇴직 이후, 자녀출가 이후 삶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노후 그 이후 삶을 준비할 때이다.

활동 노년기 이후 준비는 아무래도 수발에 관련된 내용에 집중될 것이다.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외 다른 복지적 서비스는 없는지? 안전하게 내 수발을 맡길 수 있는 믿을 만한 기관은 어디인지? 시설에 입소를 원한다면 어떤 시설에서 지낼 것인지? 임종에 대한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 노년 후기에도 다양한 수행 과제들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부부 혹은 홀로 노년이 되어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살겠다는 것은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역동적이고 의미 있는 생각일 수 있다. 퇴행으로만 여겨지는 노년기가 제2의 전성기로 다양한 사회활동과 봉사활동으로 대한민국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생을 즐김과 동시에 그 이후 삶을 늘 준비해야 지금 노년기 초기에 접어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깨끗하고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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