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청화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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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청화백자'
  • 이창희
  • 승인 2012.06.2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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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수풍물]조선시대 '청화백자' 세계적인 걸작

백자는 유교적 이념이 구현된 조선 문화의 대표적 산물로, 15세기 후반 왕실과 중앙 관청용 백자 제작을 전담한 ‘분원’이 설치됨에 따라 조선 백자 토대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후 세련된 고급 백자의 생산이 진척되면서 조선 백자는 절제된 순백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의 무늬가 장식되기에 이른다. 조선시대 백자 장식은 같은 시기의 분청사기나 고려시대 청자에 비해 기법이나 소재 면에서 다소 단순한 편이다.

새기거나 도장으로 찍는 방법이 아닌 대개 붓으로 그리는 기법이 중심이 되었다. 시문된 안료의 색에 따라 푸른색의 ‘청화’, 흑갈색의 ‘철화’, 붉은색의 ‘동화’로 나뉘고, 유행 시기도 대체로 구분된다. 특히 순백자 위에 코발트 안료인 ‘회청’을 사용하여 푸른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청화 기법은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주요한 장식 방법이었다. 청화는 문자 그대로 푸른색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을 살펴보면 중국의 청화백자는 대개 청화(靑花)라 지칭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중국에서는 청화백자를 일컬어 이와 같이 쓰인다. 반면 조선에서 만들어진 청화백자는 대체로 청화(靑畵)라고 표기하여 중국에서 들여온 것과 구분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청화 안료는 중국으로부터 비싼 값에 수입하여 귀하게 여겼던 것으로, 도화서 화원이 주로 그림을 담당하였고 이로 인해 청화백자로 제작된 수량 또한 많지 않았다.

청화 장식이 시도된 초기에는 중국 청화백자의 영향을 받아 운룡문, 꽃넝쿨문, 송죽매문, 어조문, 천마문 등이 장식되다가 시문, 매조죽문처럼 조선적인 미감이 드러나는 무늬가 등장하게 되며, 그 밖에 문자문, 포도문, 초화문, 초충문 등을 살필 수 있다.

그 중 매화나무, 새, 대나무의 세 가지 소재가 한데 어우러진 매조죽문은 항아리처럼 장식 공간이 넉넉한 기종에 정취 있게 묘사되어 많지 않은 청화백자 중에서도 선호되었던 무늬로, [백자 매화 대나무 새무늬 항아리](국보 제170호 높이 16.5㎝)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백자 매화 대나무 새무늬 항아리(조선 15~16세기, 높이 16.5cm, 국보 170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하고 있다. [백자 매화 대나무 새무늬 항아리]의 형태는 조선시대의 가장 기본적인 항아리 형이다. 입 부분이 직립하고 어깨가 벌어진 몸체에 뚜껑을 갖췄다. 여기에 푸른빛이 감도는 맑은 투명 유약을 입혔지만, 몸체 측면과 저부에 부분적으로 빙렬이 있다. 이 항아리에서 가장 중심적인 화면은 매화나무 위에 새 한 쌍을 표현한 것이다.

입 주위로 한 줄의 선을, 저부에는 두 줄의 선을 둘러 구획된 화면을 마련하고 바라봤을 때 좌측으로 뻗어나간 두 갈래의 매화나무 가지 위에 서로 마주하고 앉은 한 쌍의 새들을 배치했는데, 청화 안료의 색은 다소 짙고 안료가 뭉친 부분은 검은 색을 띤다. 입 주변에는 부속 무늬로 여러 개로 나열된 와선형의 작은 원들로 이루어졌는데, 끝 부분은 굴곡 있는 단선으로 처리하여 마치 한 조각의 구름이 몰려가는 듯한 표현을 세 곳에 두었다.

새 한 쌍을 중심으로 봤을 때 우측에 자리한 굴곡진 나무줄기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좌측으로 향한 긴 가지 끝에 우측을 바라보는 한 마리의 새가 앉아 있고, 우측으로 향하다가 다시 좌측으로 뻗은 짧은 가지 위에 맞은편을 바라보는 새 한 마리가 배치되어 주된 화면을 이루었다. 나무를 묘사한 방식은 몰골법을 위주로 표현하다

줄기와 가지 일부에 구륵법으로 처리하였고, 잔가지 마다 만개한 매화를 강조하면서 군데군데 봉오리를 표현했다. 나무 전체와 꽃망울의 비례가 맞지 않게 매화가 과장되게 그려졌고 이는 마주한 새들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지만, 대상의 특징을 능숙하게 다룬 솜씨는 잘 살아 있다. 다만 꽁지가 긴 새의 모습은 청화 안료가 검게 뭉쳐 세부 묘사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한편 매화나무 아래에 일반적인 매조죽문 구성에서 볼 수 없는 들꽃 군락을 화사하게 그려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나무줄기 아래의 주변으로 좌측에 다섯 송이, 우측에 세 송이를 그렸는데, 좌측의 청초한 꽃들이 미풍에 자연스레 흔들리듯이 사선과 수직을 이루어 감상자의 시선이 가지 위 새들과 부드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들꽃 무늬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의 [백자청화망우대명전접시](보물 제1057호)와 같은 소재로, 이 전접시의 경우 들꽃을 독립적인 화재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백자에 표현된 들꽃 계열의 무늬는 이후 철화나 청화 안료로 표현된 들꽃 무늬의 예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좌측의 청초한 꽃들이 미풍에 자연스레 흔들리듯이 사선과 수직을 이루어 감상자의 시선이 가지 위 새들과 부드럽게 연결된다. 맞은편에는 우측으로 완만한 사선을 이루는 세죽이 주축을 이루면서 그 아래에 낮게 드리워진 굵은 대나무 줄기를 그려 넣어 여유 있는 공간에 긴장감을 더했다. 화면의 중심을 이루는 댓줄기는 다소 여리게 표현되었지만, 밀집된 댓잎의 생동감과 날렵함이 살아 있어 전체적으로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와 들꽃 맞은편에는 우측으로 완만한 사선을 이루는 대나무 줄기를 넣었다. 대개의 뚜껑을 갖춘 도자 기종이 그렇듯이 몸체에 장식을 하면 뚜껑에도 이와 어울리는 무늬가 베풀어져 몸체와 조화를 이뤘다. 뚜껑의 형태는 안쪽에 2cm 가량의 촉이 부착되어 항아리 위에 덮었을 때 잘 맞물리도록 하였고, 꼭지는 연봉오리 형태로 만들어 세부를 꽃잎처럼 그렸다.

뚜껑 윗면의 청화 장식은 뚜껑의 둥근 형태에 따라 꺾이듯 묘사된 매화 가지와 이를 받쳐주는 댓가지의 구성이 감각적이다. 우측의 매화 가지는 꼭지의 주변을 마치 갈고리처럼 둘러 협소하나 동세를 극대화 했고, 좌측 아래에는 짧지만 탄력 있게 솟은 댓잎들이 이에 호응하듯이 펼쳐졌다. 매화 가지와 댓가지의 원만한 어울림 속에 묘사한 대상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의 생기가 돋는다.

 뚜껑은 안쪽에 2cm가량의 촉이 부착되어 항아리 위에 덮었을 때 잘 맞물리도록 하였고, 꼭지는 연봉오리 형태로 만들어 세부를 꽃잎처럼 그렸다.[백자 매화 대나무 새무늬 항아리]는 중국 청화백자의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의 사상과 미감이 우러난 청화백자의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는 조선 왕실과 사대부의 격조 높은 기상과 정서가 매화나무와 새, 들꽃, 대나무로 표상되어 백자 항아리에 오롯이 담긴 것이자, 조선 백자 문화의 진정한 경지를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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