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문학
상태바
커피와 문학
  • 김정화
  • 승인 2012.06.27 0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의 향기] 김정화 / 문학평론가

얼마 전 지인 몇 사람과 함께 ‘커피 스쿨’에 참여했다. 아직 카페에 손님이 뜸한 한가한 오전에 바리스타의 커피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방금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 핸드 드립으로 추출된 커피를 음미하는 시간과 공간은 가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여유로웠다.

커피는 문학과 친근하다. 우리나라 문인 중에서 커피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시<오감도>와 소설 <날개>로 유명한 이상과 <가을의 기도>와 <눈물>의 시인 김현승일 게다. 이상은 직접 카페를 여러 개 경영하기도 했었다. 김현승은 생전에 커피를 사발로 들이킬 정도로 즐겼다고 한다. 김현승 시인은 수필 <커피를 끓이면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술은 인생을 잠재우며 마시는 데서 그 맛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차는 인생을 꼼꼼히 생각하며 마시게 된다. 차를 마시며 사람들은 홀로 있을 때에도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또 자신을 확대한 인생을 생각할 수 있다.

프랑스 문학 쪽으로 건너가면 소설가 발자크(1799~1850)와 사르트르(1905~1980 )가 떠오른다. 프랑스 리얼리즘문학의 거장 발자크는 20대 중반에 인쇄업의 실패로 작품을 쓰면서 평생 빚을 갚아나갔다고 한다. 쉼 없는 그의 창작열정도 빚을 청산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전기 작가들에 따르면 그의 곁에는 늘 커피가 있었으며 하루에 수십 잔을 마실 정도로 즐겼다고 한다. 그는 <커피 송가>에서 다음과 같이 커피를 예찬했다.

커피가 위 속으로 미끄러지듯 흘러 들어가면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생각이 전쟁터의 대부대처럼 몰려오고 전투가 시작된다.

추억은 행군의 기수처럼 돌격해 들어온다.

기병대 군인들이 멋지게 달려 나간다.

논리의 보병부대가 보급품과 탄약을 들고 그 뒤를 바짝 따라간다.

재기발랄한 착상들이 명사수가 되어 싸움에 끼어든다.

등장인물들이 옷을 입고 살아 움직인다. 종이가 잉크로 뒤덮인다.

전투가 시작되고, 검은 물결로 뒤덮이면서 끝난다.

그래도 커피예찬 하면 떠오르는 명문은 뭐니 뭐니 해도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치가인 샤를모리스 드 탈레랑페리고르 (1754~1838, 보통 ‘탈레랑’이라 부름)의 다음 구절일 게다.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키스처럼 달콤하다.”

무더운 초여름 날 투명한 얼음조각 위로 순수하고 뜨거운 유혹을 드립한다. 몰입과 상념에 들어가는 의식을 치르듯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