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려면 '소금 역할'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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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려면 '소금 역할'을 해야
  • 곽한왕
  • 승인 2012.07.0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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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곽한왕 / 천주교인권위 이사


'인천' 하면 '짠물'로 불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인천 짠물'이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인천 짠물'의 어원은 해방 전후에 생겼지 않나 싶다. 그 이유는 주안이나 남동·소래·검단지역에 염전이 있어서 일제 때에는 우리나라 소금 소비량의 30%를, 1970년대에는 남한 소금 소비량의 50%를 차지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소금은 짜고, 짜면 짠물'이라는 등식이 '인천사람'에게 통하지 않았나 보인다.

또 하나의 가설은 이렇다. 인천은 일찍 개항되고 산업화로 인해 각지에서 인구가 유입되어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초를 둔  규범보다는 각 지역의 다양한 삶의 형태나 팍팍함을 보이면서 짠물로 칭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화 이후 수도권 위성도시로 인천에서 생산된 가치가 지역에 유입되기보다는 서울로  몽땅 가져감으로써 도시가 빈곤해지고 살갑지 못해서 타 지역 사람이 짜다고 인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는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짠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렇지 않다. 다양한 지역에서 어려운 이웃이 어울려 살다 보니 어려운 문제도 생기고, 그것을 잘 해결하여 융합하면 에너지가 분출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빛과 소금을 이야기할 때, 빛은 어둠을 밝혀서 진리의 길로 인도하고, 소금은 부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짠물보다는 긍정적인 소금의 역할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며 지역발전과 서해안 평화도시, 동북아 허브를 구축하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천지역의 본격적인 시민운동은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아주 '소금스러운' 활동이었다.

이 시기 대표적인 시민운동 성공사례들을 들어 보자.

요즘 한창 논쟁 중인 굴업도 문제도 사실 1990년대 정부에 의해 주민 수가 아주 적은 굴업도에 핵폐기장을 추진하면서 제기됐었다.

그러나 덕적도와 굴업도 주민과 인천시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핵폐기장 저지 투쟁을 벌인 결과 아름답고 자연친화적인 섬을 지켜냈다.

그런데 최근 특정기업이 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구미에 맞는 개발 행위를 하겠다는 것은 인천시민들의 노고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곧 국립대로 전환되는 인천대도 그렇다. 인천에서 '악명'을 떨치던 백인엽 사학비리 재단을 1990년대에 인천대 학생과 뜻있는 교수와 재단 산하에 있던 교사들이 처절하게 싸워 인천대와 전문대를 시립화하고 중·고등학교를 공립화한 것이다.

이젠 완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계양산의 경우 1990년대에 골프장을 건설하겠다고 해서 수년간 시민들이 싸움을 벌여 저지했는데, 그것이 다시 최근 대기업이 골프장을 재추진하면서 발생된 일이다.

지난해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계양산 백지화를 가결하여 이제 계양산은 역사·생태공원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늘 지역에 주요현안이 발생하면 나름대로 '소금의 역할'을 하였다.

인천시민을 대표하는 19대 국회의원들에게도 나라와 지역을 위해 '소금의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모두 아는 '상식'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구의원은 구민의 종이고, 시의원은 시민의 종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종으로 되는 나라와 지방정부는 상식과 소통을 가늠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종이나 심부름꾼 역할을 선거기간 단 2주 동안만 선언적으로 하다가 당선되면 종의 신분에서 주인, 혹은 마름 행세를 하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이러한 상황을 유권자와 당선자는 당연시하기도 했다.

뱀은 허물을 벗지 않으면 결국 죽고 만다고 한다. 인간도 완전히 이와 같다. 낡은 사고의 관행 속에 갇혀 있으면, 성장은 고사하고 안쪽부터 부패하기 시작해 끝내 죽고 만다. '모두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톨스토이 명언이 생각난다.

임기 2년 남은 구의원과 시의원, 임기가 4년이나 있는 국회의원. 시민, 그리고 국민의 진정한 종이고 봉사자인가 자신을 성찰하는 '변화의 모습'을 유권자들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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