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사라지는 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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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사라지는 잎들
  • 정충화
  • 승인 2012.07.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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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담배


내가 담배란 걸 처음 접해본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수원 인근 어느 저수지 둑방에 놀러 갔다 친구의 꼬드김에 넘어가 한 모금을 들이마시고 뻗어버린 게 담배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때의 쓰디쓴 경험 때문에 그 뒤 쳐다보지도 않던 담배를 정식으로 피우기 시작한 건 대학 3학년 때 군사훈련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이후 군대에 가서 담배에 맛을 붙였고, 제대 후 직장생활을 하며 피우는 양이 조금씩 늘어 급기야 하루 한 갑 반을 태우는 골초가 되었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15년쯤 전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아이와 덜컥 약속을 해버리는 바람에 금연을 실행하게 되었다. 그때 숱한 고비를 겪으며 온갖 유혹들을 이겨내고 금연에 성공하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이었다 싶다. 한편으로는 주위에서 금연을 결행하였다가 이내 실패하는 사람을 많이 봤으므로 내가 여간 독종이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업무 관계로 출장이 잦은 요즈음 지나는 길에서 담배밭을 자주 보게 된다. 참깨나 고추 같은 작물과 달리 담배는 잎이 워낙 커서 쉬 눈에 띈다. 두 주 전쯤 포항에 다녀오다 지나친 어느 지역에 담배밭이 유독 많았는데 그곳 담배는 모두 꽃이 핀 상태였다. 줄기 윗부분을 잘라주어야 웃자라는 것을 막고 잎의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 밭에만 꽃이 만발하였기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들여다보다 왔다.     

담배는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가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는 17세기 초에 전파되었다고 알려졌다. 높이 1.5~2m까지 자라며 줄기 전체에 샘털이 나 있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며 짧은 잎자루에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한 형태다. 잎 길이는 대략 50cm에 이르며 샘털이 촘촘히 달린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에서 원뿔모양꽃차례로 무리지어 핀다. 꽃 빛은 엷은 노란색이나 분홍색 또는 초록빛이 도는 것도 있다. 꽃부리는 나팔모양으로 끝 부분이 다섯 개로 갈라진다. 

담배에는 니코틴뿐 아니라 알칼로이드, 말산, 시트르산 등 여러 유기산과 회분 등이 함유되어 있다. 주로 잎을 건조하여 가공과정을 거치고 감미료, 향료 등의 첨가물을 더하여 오늘날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를 만든다. 따라서 전국 곳곳의 농가에서 소득 작물로 담배를 널리 재배하고 있다. 가공된 담배의 형태는 피우는 담배를 비롯하여 궐련, 코담배, 씹는 담배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주말에 집에 오고 갈 때 보면 터미널 한쪽에 마련된 흡연 공간에서 젊은 여성들이 어울려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한다. 중장년층에서는 흡연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데 젊은 세대, 특히 여성 흡연자가 증가하고 있다니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긴장 완화와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등 흡연의 일부 긍정적 요인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담배의 해악은 대단히 크다. 적지 않은 돈을 연기로 허공에 날려버릴 뿐 아니라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건강을 서서히 해치기 때문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주위의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 글은 보는 애연가들께서도 이번 기회에 한 번 금연에 도전해 보시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글/사진 : 정충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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