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의 헤어짐, 그 심각성에 대해
상태바
영·유아기의 헤어짐, 그 심각성에 대해
  • 박정자
  • 승인 2012.07.11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칼럼] 박정자 / 미추홀종합사회복지회관 관장


아주 특별한 인생의 지혜는 보편적인 게 아니라 매우 개별적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르치거나 배워서 얻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지금 영·유아들의 마음을 읽어 보기로 한다.

우리는 영·유아기의 경험이 그 어느 성장 시기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얼마 전 TV 방송에서 8개월에서 18개월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착함과 나쁨을 선택하는 실험을 한 결과 그들은 이미 착함과 나쁨을 구별하더라는 것이다.

IMF 이후 경제불안으로 맞벌이 가정이 급속히 증가하고 핵가족화하면서 소중한 자녀들의 문제가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 폭력, 왕따, 자살 등….

이러한 문제는 그들이 안고 있는 가족의 문제와 영·유아기 성장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가 없다. 영· 유아는 백일만 지나면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엄마와 분리되어 낯선 사람과, 환경 속에 처하게 된다.

엄마의 안락한 자궁속 기억은 영아들의 무의식 속에 극대화된 행복지수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10개월 후 엄마로부터 분리는 분명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을 터이다.

그 '분리의 트라우마'는 영아들이 성장하며 형성될 인성의 첫 단추이며 첫 경험이다. 과연 그들의 무의식 속에서는 무엇을 그려내고 있을까. 특히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아들에게는 배가 고프다든가, 기저귀가 젖었다라든가, 몸이 불편하다든지, 잠이 오고 있다든지 등의 모든 욕구는 울음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엄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울음은 아기가 내는 첫 소리이다 이와 동시에 가장 강력한 의사 전달 방법이다. 왜 우는지 구분되지 않는 울음에서 점차 울음의 이유를 알수 있는 것으로 바뀐다. 그 구분의 중심에 엄마가 있고 엄마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영·유아들은 걸음마 시기에 애착 대상관계에 있는 사람과 실제로 이별을 하거나 이별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불안을 보이는 게 정상적이다. 그러나 분리가 장시간 또는 반복될 때 영아는 처음에는 이러한 분리 이별에 대해 저항하다가 후에는 실망과 좌절 상태에 빠지고 그 후로는 애착 관계의 분리를 보인다. 이를 '탈착' 이라고 하는데, 정서적으로 엄마와 멀어진 상태로 설사 엄마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영아는 예전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말한다.

즉, 엄마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아니면서도 그러한 엄마에 대해 분노심을 가지게 되며 한편으로는 다시 그러한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하는, '양가 감정'을 지니게 된다. 영아는 생후 5개월이면 공포와 욕구의 좌절로 인한 분노를 갖기 시작하고 생후 1, 2년 사이가 분노 표출의 최고조를 이루다가 나이가 들면서 분노는 조절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분노로 인해 어떤 아동들은 평생 대인 관계에서 무감정적인 성격을 갖게 되거나 따뜻한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 데 제한적 능력을 지니게 된다. 이런 반응성 애착장애와 모성결핍이 학령기가 되면 '자라지 못하는 증후군', '정신사회적 난쟁이' 우울증, 문제아, 학습장애아 등을 양산하게 되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호주의 한 병원에서 쌍둥이가 태어났다. 두 번째 영아는 태어나 얼마 안 되어 사망했다. 그때 엄마는 의사에 의해 사망 진단이 내려진 아기를 한 번만 안아보고 싶다고 했으며, 엄마는 아기를 심장고동 소리가 들리는 품에 안고 한참을 "사랑한다 아가야"를 반복했다. 그런데 아기는 기적같이 다시 숨을 쉬며 엄마의 손가락을 힘주어 잡고 있었다. 모두 감동했던 실화다.

영아기에 엄마와의 분리는 학령기, 청소년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지금의 영·유아 보육은 방법론에서 바람직한 것일까. 좀더 합리적인 방법은 없을까. 엄마의 직장과 근접해서 보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