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터넷미술관'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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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터넷미술관'의 가능성
  • 도지성
  • 승인 2012.07.1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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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도지성 / 서양화가


옛사람들은 늙어서도 자신이 다녀본 산수를 다시 보기 위하여 이전에 산수를 찾았던 흥을 시문으로 제작해 두고 훗날 '와유(臥遊)', 곧 '누워서 일찍이 보았던 산수를 즐기는' 자료로 삼았다. 임금님이 나이 들어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화원들을 시켜 금강산 그림을 그려오게 하고, 그것을 벽에 걸어두고 누워 감상한 것도 '와유'라 할 수 있다. 그림 감상이란 미술관을 찾아가서 넓은 화랑에 또박또박 울리는 자신의 발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젖어 보아야 제대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에 몸을 싣고 전시장을 찾는 일도 고역이다. 하여 시간의 여유를 즐기며 냉커피 한 잔에 인터넷 서핑을 통해 그림 감상을 하는 것도 '와유'에 비견될 만하다 .

인터넷으로 각종 전시를 검색하면, 전 세계 주요 미술관 소장품도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필자도 젊은 시절보다는 전시장을 덜 찾지만 인터넷으로 더 많은 전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발전된 기술 덕에 훨씬 더 정교한 작품 감상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미술 검색창은 네오룩닷컴(www.neolook.com)이다. '이미지 속닥속닥'이란 별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매일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올라온다. 주로 개인전을 하는 자료를 업데이트하는데, 한 번 올린 자료는 영구히 보전한다. 과거 자료는 찾기 기능을 통해서 언제든지 불러 올 수 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미술 전시 및 시각이미지 관련 책자와 공모전 등 각종 미술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미술관련 단체와 화가들의 개인 홈페이지 등이 링크돼 있다. 2005년엔 '우리시대 보존해야 할 인터넷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고 매일 7000명 이상이 방문한다.

뮤움닷컴(www.mu-um.com)도 기본적인 구성은 네오룩과 비슷하다. 국내외 작가 소개와 국내 전시뿐 아니라 해외 전시와 리뷰도 볼 수 있다. 서울아트가이드(www.daljin.com)는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웹 사이트다. 국내외 전시 일정을 소개하고 화제의 전시, 평론가 전시평 등의 코너를 마련해 이용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또한 문화 에세이, 얼굴 있는 풍경 등 독특한 주제로 다양한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http://www.googleartproject.com/)는 구글이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미술품을 디지털로 변환해 인터넷에 올려놓은 곳이다. 40개 국가 151개 미술관에 소장된 3만점이 넘는 미술작품과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소속 미술관에 소장된 99명의 작품 4302점도 올려놓았다. 하여 구글에서는 "이제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은 손가락 클릭 몇 번만으로 40개 국가 151개 미술관에 소장된 3만여 점의 그림과 조각, 거리미술, 사진 등을 인터넷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발표했다.

또한 아트 프로젝트에서는 시대별, 작가별로 찾아볼 수 있고 작품명으로 검색해서 볼 수 있다. 구글플러스에 올려 공유하는 기능과 행아웃 영상채팅 기능 - 특정 그림을 여러 사람이 같이 보면서 채팅을 할 수 있다는 뜻 -도 있다. 385개 전시실을 스트리트뷰로 볼 수 있다. 기가 화소급 사진도 46점 올려놨다. 그림은 확대 버튼을 누르면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어 붓의 터치까지 보인다. 그리고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면 '마이갤러리'에 맘에 드는 작품을 담아 개인 미술관으로 꾸밀 수 있다. 작품에 코멘트를 기록해둘 수도 있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중국미술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아트론(http://www.artron.net/)과 미국의 아트넷(http://art.net/), 세계 미술시장의 동향과 주요 작가 작품가격 변동을 집계해 발표하는 프랑스 아트프라이스닷컴(http://www.artprice.com/) 도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인터넷으로 업무도 보고 쇼핑도 한다. 게임, 오락, 각종 정보, 자료검색 등 정말 안 되는 것이 없는 무한의 공간이다. 네오룩닷컴은 1999년부터 시작했고 구글이 세계미술관을 소개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술과 아이디어로도 구글 못지않은 '인터넷미술관'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주제의 미술관이 인터넷상에서 가능할 것 같다. 제3세계 미술이나 영상미술 등 아직 미개발된 것, 작가의 오픈스튜디오 등 새롭고 흥미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미술 주류는 미국과 유럽이다. 최근엔 중국미술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축적된 양과 질에서 우리가 그들을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이라면 우리에게 좀 더 많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유튜브를 통해서 K-POP이 확산되었듯이 우리 시각미술문화가 더 넓은 세계로 소개될 수 있다.

방학이다. 무더위가 몰려온다. 나는 '인터넷 바다'에 배를 띄우고 유람을 하며 그림을 감상할 것이다. 옛사람들이 '와유'를 즐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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