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이제 출마 여부 확실히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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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이제 출마 여부 확실히 밝혀야
  • 이우재
  • 승인 2012.07.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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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재의 공자왈 맹자왈]


12월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의 대진표가 거의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재오와 정몽준이 경선에 불참함으로써 박근혜의 일방적인 독주로 끝날 것으로 보이며, 민주통합당은 문재인의 우세 속에 손학규, 김두관 등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집권당과 제1야당의 후보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대통령 선거의 판세는 아직도 안개속이다. 여론조사 2등인 안철수의 출마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출마할 것인지 아닌지, 출마한다면 지금으로서는 독자 출마가 확실한데 끝까지 완주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인지, 그의 선택 여하에 따라 선거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한데, 그는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바라보는 국민들도 답답하기는 매 한 가지다.

안철수 본인이야 물론 무엇이 최선인지 그야말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고민한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있을까? 계문자는 세 번 생각한 후에 행동하였다. 공자가 그것을 듣고 말했다. “두 번이면 족하다”(季文子三思而後行 子聞之曰 再斯可矣-『논어』「공야장」) 정자(程子)는 이 말을 풀이하길 “두 번이면 이미 살핀 것이다. 세 번이면 사의(私意)가 일어나 오히려 의혹이 생긴다”라고 하였다. 너무 생각하면 오히려 헷갈리기만 할 뿐이다. 군자는 필요할 경우 과감하게 결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안철수가 한 시라도 빨리 자기 의사를 밝혀야 하는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까지도 바꿀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엄밀히 살펴볼 권리가 있다. 따라서 검증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지금 안철수가 출마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선거까지는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자기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아 볼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으면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자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혹시라도 입장 표명을 미루는 것이 선거 전략 상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짓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이 그동안 안철수에 대해 각종 매체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음 몇 가지에 불과하다. 공부 잘해 서울대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었는데, 그 틈틈이 컴퓨터에 대해 공부하여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했고, 그것을 사업으로 벌여 마침내 벤처 사업가로 크게 성공하였으며, 그렇게 번 돈 중 상당한 거액을 사회에 기부한 사람, 그리고 가끔 청춘콘서트인가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하는 사람, 그리고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갑자기 나타나 출마한다고 했다가, 여론조사 1등인데도 불구하고 박원순에게 아무 조건 없이 서울 시장 자리를 양보한 사람이라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벤처 사업으로 돈을 번 사람으로 따지면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한 둘이 아닐 것이요, 사회에 기부한 돈으로 따지면 이건희, 정몽준 등도 그에 못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한다고 하는 사람 중 입이 번드레하게 말 못하는 사람은 없으며, 여론 조사 1등인데도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한 것은 더 큰 것을 얻기 위한 원모심려일 수도 있다.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증이 더 필요한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뭇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며, 뭇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子曰 衆惡之必察焉 衆好之必察焉-『논어』「위령공」) 모두가 미워한다고 해서 반드시 악인인 것은 아니다. 아집이 지나쳐 세속과 어울리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모두가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선인인 것도 아니다. 세속에 아부하여 그럴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자공이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직 괜찮다고 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미워하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직도 괜찮다고 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 중 착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워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子貢問曰 鄕人皆好之何如. 子曰 未可也. 鄕人皆惡之何如. 子曰 未可也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논어』「자로」) 선과 악이 대립하면 선한 자는 선을, 악한 자는 악을 지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선한 자로부터는 지지를 받고 악한 자로부터는 미움을 받는 것이 진정 선한 자이다. 선과 악이 대립하는데 양쪽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 나라의 장래를 위하는 듯 양비론을 주장한 자들은 사실은 군사독재를 지지한 것이다. 그런 자들은 시골에서 양반 행세하며 점잔을 빼면서 뒤로는 온갖 부정을 저지르는 향원(鄕原)과 다름없다.

공자가 말했다. “향원은 덕을 해치는 자이다”(子曰 鄕原德之賊也-『논어』「양화」) 맹자는 향원에 대해 이렇게까지 비난하고 있다. “비난하려 해도 들춰낼 것이 없고, 꾸짖으려 해도 꾸짖을 것이 없다. 세속의 유행에 같이하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한다. 평소에 거처할 때는 충성스럽고 믿음직스러운 듯하고, 행동할 때는 청렴하고 깨끗한 것 같다. 무리들이 모두 좋아하고 스스로도 그렇다고 여기나, 함께 요순의 도에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말하길 덕을 해치는 자라고 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하니, 가라지가 벼이삭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미워하고, 말재주가 의(義)를 해칠까 두려워 미워하며, 말 잘하는 입으로 신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 미워하고, 정(鄭)나라 음악이 음악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미워하며, 자주색이 붉은 색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미워하고, 향원이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 미워한다’”(『맹자』「양혜왕하」)

도둑이나 강도가 나쁜 사람인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누구도 도둑이나 강도의 말을 옳다고 믿고 따르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입만 열면 공자님 같은 말만 하는 점잖은 사람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누구나 그를 훌륭한 인격자로 믿고 의지하며 따르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만일 겉과 속이 다른 거짓 군자(僞君子), 즉 향원이라면? 믿고 따른 만큼 그 폐해 또한 클 것이다. 따라서 향원이 도둑이나 강도보다 더 위험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누가 진정 군자인지 향원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엄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안철수가 대통령이라는 공직에 꿈이 없다면 모르지만, 꿈이 있다면 분명히 거취를 표명하고,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공개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게끔 하여야 한다. 국민은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안철수는 더 이상 자신의 거취 표명을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이미 늦었다. 그것이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으로서의 마땅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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