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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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
  • 김인수
  • 승인 2012.07.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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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인수 / 햇살요양병원 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래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이라고 답하고 있다. 그렇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기에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개인에게 합리적일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즉 돈(자본)을 위해 건강마저도 희생되어야 하는 많은 경우들이다. 사실 자신이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돈이 자신의 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 답변하기가 주저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웬만큼 건강을 희생하더라고 먹고 살 것을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개인적 선택에 비켜있는 작업환경, 사회 노동 및 교육시장, 주거 및 환경파괴 등 자본의 논리로 조성된 열악한 환경과 조건에 의해 사람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피해를 입을 때 개인적 대책은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 즉, 경제개발과 성장에 따르는 대가로 건강이 어떻게 악화되는 지는 자본의 탐욕과 개인의 책임이라는 복잡한 변수를 거쳐 가공되면서 직접적으로 알기가 쉽지 않다.

탐욕이라는 자본주의 병폐와 관련해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칭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원리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그가 쓴 ‘국부론’ 이전의 ‘도덕감정론’에 대한 논의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경제가 성장을 한다고 해도 빈곤은 늘어만 가고 탐욕에 의한 경쟁과 독점은 심화되는 양상이며 결국은 같은 방식의 성장추구를 통해서는 현재 진행되는 99%의 빈곤화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 ‘보이지 않는 손’이 탐욕의 정당성을 용인하고 있다는 의견에 의문을 가진 도메 다쿠오 교수는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를 통해 ‘탐욕이 시장경제를 파탄시킬 것’이라는 점과 ‘참된 행복은 마음이 평온한 것이라는 신념이야 말로 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귀중한 유산’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행복에 대해 시장경제에서의 경영학은 소비를 늘리면 늘릴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전제로 사람들에게 매일 저녁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멋진 사람들의 멋진 인생이 될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미 99%의 사람들은 그러한 소비천국은 존재하지 않거나 자신들과 상관없는 1%의 부와 성공의 거짓신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때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유행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인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회는 경제활동이 왕성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부모의 품 안에서 또는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과 장애인들 그리고 은퇴한 노인들, 소외된 계층 및 경쟁에서 탈락해 자력으로 재기가 어려운 구제대상 등 시장경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하고 있다. 경쟁에서 낙오하거나 탈락된 사람들의 불행과 비관은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과 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고, 취약한 가족관계와 사회안전망 없는 조건에서 낭떠러지에 몰린 노인들은 줄줄이 떠밀려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희망 찾기는 개인에서 정부로 즉 세금을 걷어가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되고 국민을 위한 적극적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실행의 의지가 있는 정당이 과연 있는가를 묻고 있다.

사회가 발달하면서 건강의 개념도 폭넓게 인정이 되었고 정신적 건강의 중요성도 점차 더 강조되고 있다. 설혹 신체적 장애가 질병 또는 사고로 발생하였다 하여도 정신적 건강에 따라 삶의 질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객관적인 정신적 장애가 있을 지라도 주관적인 안녕감은 불안과 초조를 극복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중요한 요소이다.

주관적 안녕감을 행복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대신하여 ‘자신의 삶에 대해 내리는 인지적, 정서적 평가’로 정의한 에드 디너 교수는 한국 사람들의 낮은 행복도가 사람들이 돈을 너무 중시해서 사회적 관계를 희생시키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너무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는 돈을 훨씬 더 중요시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와 과시적 경쟁이 광범위하게 일어난다고 말한다. 한국에 있어서의 물질중심주의 가치관은 이미 사회의 중심부로 자리 잡아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종교적 분야는 물론 세대 사이의 가치관이 전수되는 교육분야를 통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온 사회를 심하게 오염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나간 일이지만 무상급식 논란에서의 선택적 복지라고 하면서 일부 저소득층 학생에게만 무상급식을 하자는 주장에 대해 논리적 반론에 앞서 그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이 받을 감정적 상처에 대한 우려와 분노에 충분히 공감했다. 최근의 무상보육의 철회는 또 어떤가? 정부가 스스로의 신뢰를 저버리고 경쟁적 시장경제의 치맛자락에 숨어 있는 동안, 어린 자녀들의 가슴에 못할 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에서 특히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행복의 결정적 요인은 사회적 관계, 배움의 즐거움, 삶의 의미와 목적, 작은 일상에서 긍정적인 것을 인식하는 태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는 부정적 인식에 이르는 많은 요인들이 오늘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정의롭지 못한 일과 불평등, 강자의 횡포, 지나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와 낙오된 삶의 고통 등. 이러한 모순의 공존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고 지켜가야 하는 것은 건강해지기 위한 개인적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틀을 공고히 하려는 자발적 노력들이 활성화되고 또 정책적으로 결집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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