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시장경제'에 도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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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시장경제'에 도달하려면…
  • 강병구
  • 승인 2012.07.3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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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강병구 교수 /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요즈음 우리 사회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뜨겁다.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내용과 실천은 국민적 합의를 필요로 하지만 대체로 재벌개혁, 보편적 복지, 조세정의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재벌대기업은 산업화 과정에서 각종 금융과 세제상 특혜를 받아 성장하였지만, 성장의 결실은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였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의 분배구조는 악화되고 있으며, 소득 및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의 일자리 창출 동력은 약화되고 일자리의 질 또한 열악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을 포함하여 다수의 근로대중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합당한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수준은 기초생활을 유지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임금근로자가 최저임금의 혜택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저수준의 복지지출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서민층이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선택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의 선택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유의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물적 조건이 충족되고 기회의 공평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불평등한 분배는 내수의 위축과 정치·사회적 갈등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적 기회와 소득 그리고 부의 공평한 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가 요구된다. 
  
경제민주화의 측면에서 조세재정 체계의 개편은 개발독재시대의 조세재정 체계를 복지국가시대의 조세재정 체계로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하며, 그 핵심은 조세정의의 실현과 사회안전망의 확충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조세부담률이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재벌대기업과 상위소득계층에게 각종 세제혜택이 집중되어 과세공평성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가재정에서 차지하는 토건사업과 국방비 지출 비중이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 이상을 기록하지만, 사회보장비 지출비중은 1/3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고소득자에 대한 실질적인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재정지출의 불균형을 시정하여 조세재정 체계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보편적 복지제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세수입의 확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조세체계 전반에 걸쳐 과세형평성을 회복하는 세제개편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과세체계가 공정하지 않을 경우 납세자들은 보편적 과세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독재시대의 조세재정 체계가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배경으로 한다면 복지국가시대의 조세재정 체계는 연대와 공존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조세재정 체계의 근본적 개편을 통해서 우리 경제의 안정화 기능은 향상되고, 장기적으로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민주적 시장경제'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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