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서비스, 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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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서비스, 그 불편한 진실
  • 최재성
  • 승인 2012.08.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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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최재성 /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이사


며칠 전 난생 처음으로 개장시간에 백화점에 간 일이 있다. 5층에 나 혼자 있는데 모든 직원이 매장 앞으로 나와 일렬로 서서 인사를 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하고 참을만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매장을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한다. 같이 인사를 해야 하는지, 모른 척 해야 하는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정말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할 수 있으면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비스는 그 자체로 판매되는 상품이며, 재화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각종 편의를 의미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서비스는 거래관계를 떠나 가슴 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남을 수 있고, 건조한 일상에 웃음을 던져줄 수 있으나 지나치거나 잘못된 서비스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어 아니한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래서 조금 삐딱한 시선일 수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부딪히는 과도하거나 잘못된 서비스를 몇 가지 지적해 보고자 한다.

이제 114 직원들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사랑을 하나? 게다가 나는 애가 둘이나 되는 유부남이다. 큰일 날 소리다. 114가 모든 고객을 사랑하며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전화를 건 한 사람이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아무 의미도 느낄 수 없는 이 '사랑고백' 때문에 사랑의 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상담원의 지나친 친한 척은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되풀이 말하고, '솔' 음정에 맞추어져 있는 목소리 톤은 어색하다 못해 거북하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히려 상담원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걸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차를 몰고 갈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주차장 안내원의 현란한 몸동작도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저 힘든 동작을 하루종일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며 내가 힘들어진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마주 보는 것이 고통이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일이 있을까?

페밀리 레스토랑에 가족과 함께 갔을 때 가장 먼저 마음이 불편한 것은 직원이 주문을 받을 때다. 멀쩡한 처자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올려다볼 때 마음 편한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이런 문화가 다른 나라에도 있는 것일까? 도대체 이건 누가 생각해낸 걸까? 찾아가 따지고 싶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직원이 노비도 아닌데, 제발 서로 불편한 퍼포먼스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할 때도 불편은 이어진다. "손님,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뭘 도와준다는 걸까? 내가 계산능력이 모자라 보인다는 걸까? 아니면 식사비용의 일부를 본인이 내주겠다는 건가? 결국 아무것도 도움을 받은 것은 없다. 돈 받을 사람은 받고 돈 낼 사람은 내고 끝난다. 그냥 "얼마 나왔습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가장 고맙다.
 
마지막 마무리는 "손님, 얼마 나오셨습니다"이다. 잘못된 높임법이다. 높이려면 손님을 높여야지 왜 돈을 높이나?

말이 나온 김에 잘못된 높임법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신상이세요", "사이즈가 없으세요", "이 카드를 쓰시면 이런 저런 혜택이 있으시구요~" 등등 물건을 높이는 화법은 이제 대세로 된 모양이다. 요즘은 일을 맡겨놓고 언제까지 완료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네, 내일까지 될 것 같으세요"라는 말도 나온다. 며칠 전 어느 스파게티 집에 갔는데 처음 보는 메뉴가 있어 물으니 "네~, 이건 ○○, △△를 넣으셨구요,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무난한 맛이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땐 너무 송구스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잘못된 우리말 사용은 손님에게도 부담이고 사회에도 부담이다. 무작정 아무것이나 높이는 엉뚱한 높임법에 대해 기업의 서비스 교육 담당자부터 숙고해 주었으면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고객을 만족시키려는 노력이 실제로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여 적절하게 조절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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