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대 적은 감기인가, 독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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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대 적은 감기인가, 독감인가?
  • 김명일
  • 승인 2012.09.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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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명일 / 평화의료생협 평화의원 원장


인류의 탄생 이후 가장 오랫동안 괴롭혀온, 가장 흔한 질환. 평생에 걸쳐 한 사람이 대략 300회 이상 감기에 걸린다고 하니, 전체 인류역사에서 감기만큼 인간을 괴롭힌 병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13만 명의 감염자와 8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인플루엔자 또한 만만하지 않다. 우리 기억에는 없지만 1918년 스페인에서 시작된 독감이 1차 세계대전보다 더 많은 4천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기록을 접하게 되면, 인플루엔자 파괴력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유전자 복제를 통해 생명탄생의 영역에 성큼 다가서고 있는 생명과학 시대에, 생명의 근원을 찾아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내는 첨단과학 시대에, 그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간의 모습은 측은하기도 하고 때론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왜 우리는 바이러스 앞에만 서면 작아져 버리는가?

그 이유는 바로 바이러스의 유전자변형 때문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20여 종의 바이러스는 200여종의 변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렵다. 그에 비해 독감은 단 한 가지 종류 바이러스가 약간의 유전자 변이만 일으키기 때문에 그나마 백신과 치료제개발이 용이하다. 그렇지만 그해에 예측을 빗나간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라면 예방은 어렵게 되고, 신종인플루엔자처럼 대유행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독감이란 말처럼 인플루엔자는 '독한' 감기의 일종이 아니다.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고 예방과 대책도 다르기 때문이다. 감기가 미열과 콧물, 약한 기침과 두통을 동반하는 데 비해 독감은 38도 이상 고열과 심한 근육통, 인후통과 기침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인 차이다. 하지만 증상만으로 뚜렷하게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것이 확진이지만, 실제 진료실에서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신속항원검사라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인플루엔자를 확인하기도 한다.

감기든 독감이든 건강한 성인들은 대략 1주일에서 2주일 사이에 임상증상이 소멸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감기가 2주 이상 지속되면 저하된 면역력을 뚫고 2차 세균감염이 생길 수 있다. 기관지염, 폐렴, 축농증, 중이염, 편도염 등의 합병증이 문제인 것이다. 또는 애초부터 이런 질환들이 감기증상과 유사하게 나타나면서 발견이 더딜 수도 있게 된다. 독감도 마찬가지로 인플루엔자 폐렴 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합병증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노인, 심장질환이나 당뇨, 신질환, 면역억제제를 복용중인 환자에게 더욱 치명적이게 된다.

감기나 독감이 전파되는 경로에는 대략 3가지가 있다. 감염된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직접감염, 공기중에 떠다니는 작은 입자에 의한 간접감염, 그리고 환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이나 물건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이러한 감염을 예방하고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마스크를 사용하며, 자주 손을 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스크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호흡기 점막의 습도를 높여 객담을 통한 바이러스 배출을 도와주게 된다.

감기약을 복용하면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쫓아낼 수 있을까?

감기는 걸리면 7일, 약을 먹으면 일주일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쉽게도 약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단지 감기로 인한 여러 가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으로서 의미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직장현실은 감기로 인한 결근이나 휴식에 그리 관대하지 않기 때문에 센 약, 주사 한 방으로 감기를 없애 달라는 환자들로 환절기 진료실은 언제나 북새통이다. 근무시간 단축과 최근 노사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야간근무 폐지만으로도 해당 직장근로자들의 결근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독감예방접종 시기가 시작되었다. 9월에서 10월에 걸쳐 독감 고위험군에 해당되거나 그러한 가족을 두었거나 단체생활을 하는 이들은 백신접종을 받는 게 좋다. 10월부터 4월까지 이어지는 독감유행시기에 백신은 60~70% 이상 예방효과와 입원 감소 효과가 있다. 또한 독감증상이 의심될 때는 적절한 진찰과 검사를 통해 치료제를 복용한다면 합병증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감기와 독감 모두 정복할 수는 있을까?

인간이 지구라는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생존하는 이상 쉽지 않은 목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예방을 통해 바이러스와 최대한 멀리 떨어질 수는 있을 것이다. 감기와 독감, 모두 심신의 균형을 잃은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다.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고 피곤하다고 느낄 때 뒤를 돌아보라. 바이러스가 미소 지으며 손짓하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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