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장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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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장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
  • 안은주
  • 승인 2012.09.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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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안은주 / 푸른마을아동복지종합센터 관장


여름방학이 끝나는 시점이면 저녁 늦게까지 청소년이나 청소년 부모들이 "지금이라도 학생자원봉사가 가능하냐"고 다급하게 묻는 전화가 오곤 한다.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봉사시간을 학기 중에는 이수하기 어려워 방학이라는 여유시간에 의무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방학 막바지에야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1996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청소년들의 '인격향상'을 위해 자원봉사점수 제도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은 해마다 연간 2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 하고, 이 시간은 점수로 환산되어 중학생의 경우 고입 내신에, 고등학생의 경우 대입진학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주말이나 공휴일, 방학이 되면 여기저기서 봉사를 하는 중고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중 아주 즐겁게 봉사를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체로 마지못해 하는 눈빛으로 억지로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다. 시간만 채우면 되겠다는 의지가 결연해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점수를 얻기 위한 활동에서 '봉사'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봉사를 처음 시작해 보는 어린 학생들의 경우 흥미롭지 못한 경험으로 인해 '봉사활동이란 즐겁지 않고 지루하고 괴로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까 걱정된다.

봉사활동은 단체 또는 개인별로 친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돕거나 사회에 기여하며 일시적인 선행과는 구별되며, 자발성(自發性), 이타성(利他性), 무상성(無償性)과 더불어 계획적이며 지속적인 활동이다. 이를 학생봉사활동에 적용시켜보면, 청소년시기 봉사활동이란 청소년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자원을 활용하여 자발적인 의도로 타인이나 사회를 위하여 계획을 갖고 하는 활동이다. 청소년들은 봉사활동을 일정한 기간 지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보람과 흥미를 느끼고,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소질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이 살아갈 공동체적 삶의 영역을 두루 체험함으로써 건강한 인성을 형성하고 배움을 실천해 가는 청소년 수련활동의 한 영역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 봉사활동은 봉사학습(service learning)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청소년 봉사활동은 성인들의 자원봉사활동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나, 완전히 자발적인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교육적 목적으로 지도 · 안내되고, 조정 · 평가되지는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청소년들이 하는 봉사활동은 그 활동이 가져오는 결과 자체보다는 활동의 과정에서 청소년 스스로 배우는 교육적 결과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폭넓은 봉사활동을 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활동을 권장하는 것은 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다양한 봉사활동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를 경험해 보고 젊은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등을 통해 진로를 고민하는 기회로 삼거나 진로 선택에 많은 도움을 준다.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 터전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경험하는 동안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사회를 경험하게 되고, 다양한 직업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청소년들은 의무적인 봉사활동을 싫어하는 편이다. 봉사활동이 주는 교육적 측면에서 효과와 바람직한 인간성장에 대한 기대가 있고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현재 교육과 복지현장에서는 청소년 봉사활동을 단순히 어느 시기에 이수만 하면 되는 형식적인 과정으로 넘길 게 아니다. 학교 현장은 봉사교육을 더 구체화해야 하고 봉사시간만 기록할 것이 아니라 봉사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평가하고 환류하는 절차를 교육과정으로 구조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봉사활동에 대한 학생과 교사, 학부모 연수와 사전 교육 실시를 통해 봉사의 의미를 공부하고 봉사를 위한 자신의 강점과 관심분야 등을 탐색하고 지역 내 봉사기관을 찾아보면서 즐겁고 의미 있는 봉사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봉사활동 관련 단체와 효율적인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양한 봉사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 봉사활동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기관들도 학교와 교류하면서 학교와 청소년의 실질적 봉사욕구를 파악하여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신을 위해 내몰리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청소년의 성장이 목적이 되는 봉사활동, 청소년이 신나게 참여하는 봉사활동으로 전환되고, 청소년들의 문화 속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봉사의식이 정착된다면, 현재 각종 청소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래서 일그러져 있는 청소년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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