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스스로 아트센터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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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스스로 아트센터 주인공으로…
  • 조경환
  • 승인 2012.09.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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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조경환 / 부평아트센터 관장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부평아트센터에 창조도시 요코하마 재설계 프로젝트팀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요코하마는 인천시와 우호도시이기도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점을 많이 지닌다. 작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서 '지방극장 역할과 전망'이라는 국제 심포지움 발제자로서도 참석했고, 요코하마 창조회의, BankART 1929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는 관계로, 아트센터를 방문해 필자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요코하마는 전임 나카다 시장에서 닛산자동차 영업사장을 역임한 여성 현 하야시 시장으로 바뀌면서 '창조도시' 계획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요코하마시에서 위탁을 받아 인천 문화 환경을 조사하러 온 요코하마 국립대학 노하라 교수 일행과 만나 인천시 구도심과 신도심의 향후 문화지형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일본의 지방 문예회관 좌표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일본전국공립시설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기관은 1,234개, 우리나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원 기관은 현재 165개 다. 그러나 일본에는 민간 등을 포함해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기관이 3,00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일본에도 지금 복지예산의 급속 증가로 지방정부는 재정 악화에 직면하고 있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각종 공공시설에 합리적인 운영과 성과지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문화회관이 당면할 문제점의 해법을 찾기 위해 일본 공립문화시설을 '벤치마킹'하면서, 미래 좌표를 찾아 본다는 취지에서 관계자들과 많은 만남을 가졌다. 다시 말해 일본이 시행착오로 경험했던 것을 반복하지 말자는 의도였다. 그래서 일본의 지방 문화시설 중 우리나라 공립 문화시설들이 참고할 만한 문화회관들을 소개한다. 그동안 벤치마킹을 통해 얻은 교훈은 지역민 스스로 지역 아트센터 주인공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극 중심에 시민이 있다 - 일본 피콜로극장

피콜로극장은 대극장 396석, 중극장 200석, 소극장 100석으로 말 그대로 '작은 극장'이다.

피콜로 시어터는 1978년 효고현이 아마가사키에 설립한 현립극장으로 정식명칭은 효교현립 아마가사키 청소년 창조극장이라고 한다. '음향감독이 뽑은 좋은 홀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주요사업으로는 무대예술창조활동 장소 제공과 아이들 대상 참가형 사업, 지역연계 예술 사업, 피콜로극단 사업 등이 있다.

피콜로시어터에서는 지역 학교·교육기관·감상단체 등과 연대를 모색하고, 극장시설 견학, 중학생 직장체험학습인 '트라이(Try)하는 위크(Week)', 대학생·고등학생 등의 인턴십, 교직원 연수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과 청소년이 '체험'을 통해 예술문화로 관심을 높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워크숍이나 연극 체험교실 등 무대예술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게다가 무대에 대한 각종 상담업무도 진행하고 있다.

늘 열린 공간 - 이와키예술문화교류관(애칭:ALIOS)

지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가 컸던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위치한 아와키예술문화교류관은 40년이 된 옛 시민회관  부지를 정비해 건축한 공립 극장이다. 통칭 '아리오스'로 불린다. 로비 등 여러 공간이 공원에 산책을 나온 지역민들을 위해 개방된 형태로, 누구나 언제든지 휴식과 편안한 교류 공간으로 설치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동일본 대지진 당일부터 긴급 피난처가 된 이와키 아리오스는 공공 아트센터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간 피난소로 사용을 했다. 지진을 통해 설립 당시 기획 단계에서 예술지상주의를 배제하고 끝까지 극장이 있는 큰 집회소를 지향했다고 한다.

이와키예술문화교류관이라는 정식명칭대로 시민이 교류하는 장소로, 무엇보다 화장실을 깨끗한 공간으로 만드는 데 많은 배려를 했다. 연극이나 콘서트 티켓을 구입해 극장을 찾아오는 시민과 마찬가지로 건물 옆에 있는 공원에서 점심을 먹다가 극장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도 소중한 손님으로 모신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런 극장 측 마음이 있었기에 지진 당일에도 많은 시민이 피난처로 아이리스를 택했다. 그들은 재난 이후 1년간 아리오스가 행한 예술을 통해 지역민들과의 연결고리를 '시민과 지진과 아리오스와 문화로부터 부흥'(市民と震災とアリオスと文化からの復興)라는 백서로 담았다. 아트센터를 통해 예술의 힘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기록을 담은 백서다.

연극을 통한 시민극장 - 키타큐슈예술극장

일본 남단 키타큐슈예술극장은 키타큐슈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아트센터이다. 관장을 비롯해 공연기획 등에 포진된 스텝들은 도쿄, 오사카, 구마모토 등 대도시 극장에서 기획 사업에 경험을 지닌 인재다. 초기에는 그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극장의 선순환(善循環)' 지표를 만들어 갔다.

특히 연극특성화 사업인 문화창조 거점사업은 '지역 연극인과 프로극단과 연결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제작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연극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지속적 예술교육, 강좌, 작품제작 제공 등이 극장의 의지이고 이는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부평아트센터와는 금년 여름 한-일 어린이 연극캠프 '챌린지, 연극!'을 공동으로 주관하기도 했다.

지역민들이 공립 문화시설을 애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비용', '막연한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접근이 쉬운 공립 문화시설이 되려면 이 세 가지 장애요소를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을 살리는 공립 문화시설은 탁월한 기획사업은 물론 지역민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문화예술, 문화시설 체험이 최상의 시간과 공간으로 기억될 때, 지역을 변화시키고 지역민 스스로 존재 가치를 지지하는 애호가로 된다는 게 분명해진다. 거기 중심에는 지역민이 자리를 한다. 그리고 지역민이 아트센터 주인공으로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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