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강남 스타일'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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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강남 스타일'서 배워라!
  • 윤세민
  • 승인 2012.10.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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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세민 교수 / 경인여대 교양학부(언론학박사, 문화평론가)


‘강남 스타일’은 왜 ‘문화’가 되었나?

요즘 대세 중의 대세는 ‘강남 스타일’이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는 싸이의 이 ‘강남 스타일’에 매료되어 누구랄 것 없이 ‘강남 스타일’을 흥얼거리면서 절로 어깨와 무릎을 상하로 들썩이며 ‘말춤’을 춘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 따라하기 쉬운 신나는 춤, 그리고 모두가 흥에 젖을 수 있는 비트는 남녀노소, 국가, 인종을 넘어 세계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더불어 싸이만의 장기인 ‘코믹 뮤직비디오’는 세계인의 웃음보를 자극시켰다.

대한민국 문화가 이렇게 전 세계를 주도한 적이 있었던가? 비,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이 K팝을 대표하며 동남아, 일본, 미국에 진출했다고는 하지만 K팝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기일 뿐 세계의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는 이런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남 스타일’은 달랐다.

소수가 보면 흥행이 되고 다수가 보면 유행이 된다. 더 나아가 다수가 느끼고 함께 따라하면 ‘문화’가 된다. 강남스타일은 ‘흥행’과 ‘유행’을 뛰어넘어 세계인이 함께하는 ‘문화’가 되었다. 다수가 가슴으로 뭔가를 느끼며 종내는 함께 따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화다.

그렇다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문화가 된 건 왜일까?

첫째, 창조성이다. 10년 전, 싸이가 한국 대중문화에 등장하였을 때도 그는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엽기’라는 신조어와 함께 한국을 뒤흔들며 ‘싸이 식’의 대중문화를 창조해냈다. 그랬던 싸이는 여전히 그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뚱뚱하면서도 별 볼일 없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보통 남자…. 그렇지만 그는 매번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노래와 춤,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내며 늘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그것이 싸이만의 독특한 창조성이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 세계를 뒤흔드는 창조적 문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둘째, 비판성이다. ‘강남 스타일’은 그 가사에서 보듯 ‘강남’을, 그런 ‘강남’을 싸고 돌며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문화’를 은유적으로 비꼬고 있다. 살짝, 아니 매섭게 비틀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노래 속에 담긴 비판성이다. 흔히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B급 문화’니 ‘키치(Kitsch : 질 낮고 저속한 하나의 문화현상) 문화’니 하며 폄훼하곤 한다.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단순히 나타나는 단면, 현상은 그렇다 할지라도 ‘강남 스타일’의 깊은 내면에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고 싶어하는 ‘건강한 비판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친숙성이다. ‘강남 스타일’은 들으면 절로 흥겹고, 보면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그것이 ‘친숙성’이다. 싸이는 늘씬하지도 조각 미남도 아니다. 오히려 뚱뚱한 편이고 못 생긴 편에 가깝다, 그의 음악이 그렇고, 그의 뮤직 비디오가 그렇다. 그런데도 대중은 거기에 친숙하고 거기에 열광한다. 그가 멀리 있는 ‘강남’을 노래하는데도 그 속에서 오히려 ‘강북’을 발견하고, 유명 연예 스타임에도 그저 나랑 함께 할 수 있는 ‘이웃’이자 ‘동지’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이 싸이만의 ‘친숙성’이다.

넷째, 공유성이다. 위에서 얘기했듯, 중독성 강한 멜로디, 따라하기 쉬운 신나는 춤, 그리고 모두가 흥에 젖을 수 있는 비트는 남녀노소, 국가, 인종을 넘어 세계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런 탓에 ‘강남 스타일’은 최단시간 내 유튜브 세계 최초 1억 뷰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10월 15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4억7000만 건을 돌파하고 있다. 또 영국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미국 빌보드 차트 3주 연속 2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과 문명이 공헌한 바가 크다. 그만큼 최신의 트렌드와 문화와 문명을 읽어내고, 그에 맞는 ‘강남 스타일’만의 홍보와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것이 세계를 아우르는 공유성으로 귀결된 것이다.

창조성, 비판성, 친숙성, 공유성에 기반하라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연일 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이들은 연일 국민들을 향한 정책과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책과 공약을 내는 후보가 그만큼 유리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정책과 공약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나는 그 해답을 바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 찾고 싶다.

첫째, 창조성이다. 현재 세 후보의 정책과 공약은 상대적으로 박근혜 후보는 보수 지향, 문재인 후보는 진보 지향, 안철수 후보는 그 중간 정도를 지향하고 있다. 누구나 예견 가능한 것이고 또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셈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창조성이다.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며, 그에 합당한 또 어떤 때는 리드할 만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성이다.

둘째, 비판성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은 건전한 비판 위에서 성립돼 왔다. 광복과 건국이, 산업화와 민주화가 그래 왔다. 국가와 사회를 향한 건전한 비판은 참 소중한 물음이었고, 그만큼 소중한 결과를 이끌어왔다. 그것이 바로 비판성이다. 마치 습관이난 된 듯한 전 정권 또는 현 정권에 대한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은 이제 식상하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미래를 위해 새롭게 물어가야 한다.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소중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힘, 그것은 건강한 비판성에서 시작한다.

셋째, 친숙성이다. 권위와 권력의 시대는 지나갔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국민 모두에게 친숙한 벗이어야 한다. 그만큼 정책과 공약도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야 한다. 출신과 지위와 빈부를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품어내는 넉넉함, 또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아픈 곳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친숙성도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유성이다. 정책과 공약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이 대한민국 사회와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공유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아쉽겠는가. 이제는 글로벌 시대다. ‘강남 스타일’에서 보듯 남녀노소, 국가, 인종을 넘어 세계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 브랜드 대통령’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에 기반하되 세계를 품에 안는 글로벌 마인드로서의 공유성도 갖춰야 할 것이다.

창조성, 비판성, 친숙성, 공유성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문화로 만들었다. 그렇듯 창조성, 비판성, 친숙성, 공유성에 기반한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그만큼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에 가까울 것이다. 모름지기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 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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