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화목해야 자녀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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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화목해야 자녀가 건강하다
  • 황원준
  • 승인 2012.10.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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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준의 마음성형] 말을 하지 않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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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TV의 '궁금한 이야기 Y’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23살의 대학 4수생이 말을 하지 못하고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감정 조절이 안 되고 감정기복이 있다고 했다. 현재 방송을 준비 중인데 어떤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는지 직접 환자를 상담하고 진료한 후에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필자의 병원을 찾게 된 환자 B(여)는 작고 마른 모습이었다. 기운 없이 부모와 함께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 왔다.
부모가 한 달 반 전에 딸에게 생긴 일을 말해 주었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B는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문을 닫는 시간이 되자 책상 밑이 숨어 있었다. 독서실 직원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문단속을 하려다 결국 들키고 말았는데, 그래도 B가 나가려고 하지 않자 직원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결국은 경찰이 집에다 데려다 주었다.
이 사건 이후 B는 말을 하지 못하고 밥을 잘 먹지 못해 살이 빠지는 중이었다. 게다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한번에 몰아서 몇 시간씩 잠이 든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다가 한마디씩 하지만 묻는 말에 거의 전혀 말하지 않고, 가끔 연필을 주면 글씨로 표현을 할 뿐이라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혼자 웃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감정상태는 기복을 보인다고 했다.
B의 부모는 딸이 유아특수언어재활학과에 입학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간호학과를 가기 위해 4번째 수능을 준비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또한 독서실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병이 난 것이라고 했다.
면담 중에도 B는 고개를 숙이고 침을 질질 흘리거나 때로는 침을 일부러 뱉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부모와 면담 내용을 들으면서 실실 웃기도 하였지만, 전혀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메모지와 펜을 주면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어떤 점이 힘든지를 물어도 전혀 쓰지 않았다.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B의 부모는 어느 순간 서로 상대방 배우자를 탓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집안 살림에 무관심하고 절에만 다니는 아내 때문에 아이가 병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 역시 "자주 술을 마시고 잠을 못 자게 하면서 술주정을 하는 남편 탓"이라고 했다. 딸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보다 배우자의 잘못이라고 탓하기에 바빴다. 부부 사이의 갈등의 골이 매우 깊어 보였다.
B의 부모는 딸의 함구증(mutism)을 입시스트레스와 독서실에서 공부하지 못하고 쫓겨난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것으로 말했지만, 그 스트레스가 함구증을 부른 KO펀치는 아니다. 함구증이 발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잔 펀치를 오랜 기간 동안 수없이 맞아온 것이다. 즉 부모님의 냉전 상태로 인한 냉랭한 가정 분위기 속에서 B는 누구에게도 말하지도, 의지하지도 못하고 혼자서만 속으로 삭이고, 참고 늘 '긴장' 속에서 지낸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현재는 신체적인 질병이 원인이 아닌지 뇌MRI 등 검사를 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B의 경우 뇌의 기질적 요인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이 문제이다. 가정의 문제, 즉 부모의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차가운 분위기의 가정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가족과 분리해서 정신건강의학과 격리병동에 입원하는 것이 좋다. 말문이 트이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신의 감정이나 주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상담치료를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더 중요한 치료가 남아 있다. 딸이 치료된다고 끝이 아니라 치료 후 재발하지 않으려면 정서적으로 훈훈하고 따뜻한 가정이 되어야 한다. 엄마와 아빠도 함께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꼭 입원해야 하나요? 굿을 또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묻는 부모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부부가 함께 부부치료를 꼬옥~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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