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줏빛 별 모양의 매혹적인 가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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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별 모양의 매혹적인 가을꽃
  • 정충화
  • 승인 2012.10.23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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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자주쓴풀


무덤 주위에서 유난히 많이 발견되는 식물들이 있다. 내가 살펴본 바로는 봄철에 피는 조개나물, 할미꽃, 양지꽃, 꿩의밥 등이 그러하다. 일정 공간 수목을 제거해버린 무덤 주위는 비교적 일조량이 풍부한 편이라서 향일성 식물이 터 잡기에 적합한 곳이기 때문으로 짐작하고 있다.

가을철에 피는 꽃 중 야산의 무덤 주위에서 자주 관찰되는 것으로 자주쓴풀이 있다. 이 식물을 만나기 위해 매년 대부도의 한 야산을 기웃거리는데 자주색 꽃 빛이 무척 매혹적이어서 볼 때마다 기쁨이 크다.  

자주쓴풀은 용담과의 두해살이풀로 야트막한 산의 양지바른 곳에 주로 자생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과 이웃 일본, 중국 등에도 서식한다고 알려졌다. 사각 형태의 줄기는 높이 15∼30cm가량이며 비교적 곧게 자란다. 마주나기로 달리는 잎은 양 끝이 좁고 뾰족한 피침모양이다.

꽃은 9~10월에 원줄기 윗부분에서 원뿔모양으로 피며 꽃 빛은 자주색이다. 꽃잎에는 진한 자줏빛의 줄이 나 있고 꽃부리는 별모양의 다섯 갈래로 갈라진다. 5개의 꽃받침조각과 5개의 수술로 구성돼 있으며 꽃밥은 흑자색을 띤다. 꽃이 매우 아름다워 훗날 정원에서 한두 포기쯤 볼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노란색이 나는 뿌리는 맛이 매우 쓴데 한방에서는 이를 당약(當藥)이라는 약재명으로 부르며 청열(淸熱), 간의 해독, 골수염(骨髓炎), 편도선염, 결막염 등의 치료와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에도 약재로 쓴다고 한다. 뿌리의 쓴맛은 같은 용담과의 용담보다도 더 쓰다고 알려졌다. 비슷한 종으로 쓴풀, 네귀쓴풀, 큰잎쓴풀 등이 있다. 

여름에 다친 무릎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는 관계로 바깥나들이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 가을을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있다. 지금쯤 산과 들에는 식물들이 한살이를 마치느라 분주할 터인데 나는 지팡이에 의지해 집과 병원을 오갈 뿐이다. 

올해 못 본다고 안달할 게 아니라 내년에 보면 될 터이나 세상은,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으므로 그것들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한 사람의 고집으로 밀어붙인 사대강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습지가, 얼마나 많은 자연생태계가 회복 불가능의 상태로 파괴되었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였다.

보존하는 것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될 일이나 한번 사라진 것을 복원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년 가을 건강해진 다리로 자주쓴풀을 만나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쓸쓸히 돌아오는 일만은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글/사진 : 정충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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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리 2012-10-24 20:46:03
저도 해마다 가을이면 대부도 그곳으로 요 꽃님이보러갑답니다~
올해는 어찌된일인자 한개체수만 만나고 왔답니다~
작년해는 엄청많았는데 올여름 가믄 때문일까요~~
물매화는 많이 보고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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