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드 선수촌아파트 선착순 분양 풍경
상태바
아시아드 선수촌아파트 선착순 분양 풍경
  • 윤현위
  • 승인 2012.10.26 0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칼럼]윤현위/자유기고가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투시도, 출처: 인천도시공사 홈페이지


2014년은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서울 송파에 있는 선수촌 아파트처럼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선수촌 아파트가 생긴다. 인천에서는 구월동과 수산동에 선수촌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중에서도 시민들의 관심은 아마 구월동에 건립될 선수촌아파트가 아닐까 싶다. 시가화된 구역 중에서 유일하게 미개발지로 남아있던 땅인 남동경찰서 뒤편, 그래서 건립이 되면 주택의 사용가치적인 측면, 즉 터미널, 백화점이 지천이고 녹지가 풍부한 지역이니 직접 거주하는데도 불편함이 없을 것이고 주택의 교환가치적 측면, 투자를 하더라도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들을 하실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청약통장을 가진 많은 이들이 선수촌아파트에 청약신청을 했다. 이 중에서 투기목적이 적발되거나 요건이 되지만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당첨이 된 이후에도 실제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구월동에 건립되는 25평에는 계약을 포기하는 세대가 약 70세대 정도 발생했다.

그러면 이 주인 없는 주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도시공사에서는 이 나머지 물량은 요건은 충족하지만 배정받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문자를 돌린다. 선착순으로 아파트를 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올해 8월말쯤으로 기억한다.

문자를 받은 인천의 부모님들은 생업을 뒤로하고 구월동에 있는 모델하우스 앞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당일 날 가면 이른 아침에 가더라도 무척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전날 8시경에 이미 4명의 사람들이 와서 모델하우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각기 의정부, 평택, 부천 등지에서 문자를 받자마자 달려온 부모님들이었다. 평수가 적은 평수였기에 다들 본인들이 직접 거주하는 목적보다는 새로이 결혼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달려온 것이다.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의 입지

저녁이 지나 밤이 되자 계속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많았고 이제 막 결혼한 새신랑, 그리고 1~2년 후에 결혼할 젊은 남자들이었다. 선착순으로 아파트분양권을 배정받고 층수에 대한 추점이 이루어지는 시각은 다음날 10시, 줄을 서서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밤이 길었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서로 인사를 하고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대한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자 자신들이 이렇게 전날 와서 고생하며 기다린 이 순서를 누가 보장해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모아졌다. 그 중 일부가 현장에 남아 있는 도시공사직원에게 도시공사 회사직인이 찍힌 번호표를 나누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직원은 상부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른 분쟁에 휘말릴 위험에 있었는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먼저 온 특정 중년 남성이 문방구에 달려가 번호표를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자신의 인감을 찍어서 온 순서를 증명했다. 또한 평형별로 사람들이 줄을 설 수 있게 구분할 수 있는 안내문을 만들었다. 공직에서 오래 동안 근무한 터라 그는 이런 작업에 익숙했다.

밤을 새워 기다리는 이들에게 화장실도 개방되지 않았다. 남자들은 아직은 개발이 안 된 지역이라 밖에서 대충해결했지만 어머님들은 차마 그럴 수 없지 않은가? 인감을 찍어주던 그 남자는 남동경찰서에 가서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화장실을 개방해줄 것을 요구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예전에 서울에서 한 시민이 주변의 화장실이 마땅하지 않아 파출소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했었는데 당시 경찰관이 거부하여 일이 커진 적이 있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경찰은 일반인에게 화장실을 개방하는데 무척이나 관대하다).

사람이 새로 오면 서로 인사를 하고 번호표를 나눠주고 인감도장을 찍어주고 하면서 사람들은 아침을 기다렸다. 새벽 5시정도였을까 남은 집과 거의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날이 밝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델하우스 앞에 모였다. 서로 밀고 당기고 여기저기서 시비가 붙었다. 9시가 됐을 때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늦게 온 사람들은 앞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번호표를 보면서 시비를 걸었다. 번호표를 만든 남자는 늦게 온 사람들에게 멱살을 잡혔다. 부동산에서 나온 거 아니냐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 것이다. 같이 있던 사람들과 뒤엉켜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직접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아수라장이었을 것이다. 만약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면 더 복잡해졌을 것이다.

1975년 잠실아파트 분양 때의 인파, 출처: 손세관, 한국 주거의 사회사, p260

선착순으로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도시공사측은 몰랐을까? 알았다고 한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이니 그냥 자기들끼리 해결하라는 뜻이었을까? 도시공사는 전날부터 준비를 해서 미리 온 사람들에게 대해서 도시공사 직인이 찍힌 번호표를 나눠주는게 옳았다. 그랬다면 시민들이 밤을 새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번호표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 개그콘서트 방청권을 신청해서 한번 보기 바란다. 심지어 그들은 겨울에는 사람들 추울까봐 비닐하우스도 설치해주고 의자도 배치해준다. 편의점 앞에서 늘상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 수 십개를 준비 못했을까? 아침에 있었던 혼란도 제복 입은 경찰관과 의경들 몇 명이면 질서정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도시공사는 추후에도 많은 아파트를 지어서 분양할 것이다. 선착순으로 배정하는 방식은 자주는 아니지만 사실 SH나 LH에서도 사용한다. 그들이 선착순을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까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런데 자신들의 업무편의가 아닌 시민의 편의를 중심으로 일을 진행시키는게 맞다. 인천도시공사는 인천시민들에게 집을 주는 게 아니라 시민을 위해서 일하는 시행사다. 도시공사는 갑이 아니고 을이다. 시민이 갑이다.

이번에 벌어진 혼잡과 무질서함은 1970년대 잠실에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을 때와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4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남은 잔여세대의 아파트를 배정하는데 있어서 도시공사는 사실 좀 더 많은 고민을 했어야했다. 이래선 도시공사가 홈페이지 대문에 써놓은 “당신을 위해 더 좋은 미래를 생각한다”는 말이 잘 믿기지 않는다. 공사를 위한 공사가 아닌 시민을 위한 도시공사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