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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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 방안
  • 이준한
  • 승인 2012.11.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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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이준한 교수 /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혁논의가 뜨겁다. 특히 안철수 후보가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줄이자며 청와대를 옮기고 임명직 숫자도 대폭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 외에도 의회와 정당의 특권을 내려놓게 만들겠다며 그 예로 국회의원 숫자를 100명이나 줄이고 중앙당도 없애며 정당보조금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의욕을 과시했다. 과연 진단과 처방이 제대로인가?

제왕적 대통령제는 원래 미국에서 1960년대부터 갈수록 강해지는 권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대통령들을 비판하기 위한 용어로 등장했다. 세계에서 삼권분립이 가장 발달한 모델로 꼽히는 미국에서 이 용어가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다니, 그만큼 대통령제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게 만드는 제도일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한국에서 뜯어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그러니 제대로 된 방향과 대안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삼권분립의 제도적 보장이다. 현행 헌법 제40조에 따르면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헌법 제52조에서는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되어 대통령이나 행정부가 필요에 따라 법률안을 제출하고 자기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들을 동원하여 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정부발의법안의 숫자가 의원발의법안보다 훨씬 많았고 여전히 법안통과율은 정부발의법안이 더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통상 1% 미만의 세목과 액수만 수정하여 통과시켜왔다. 대통령이 국회 알기를 우습게 생각해왔고 국회 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대통령의 일정이나 필요에 따라 맘대로 독주할 수 있게 만든 대목이다.

삼권분립을 확립하여 제왕적 대통령제를 제도적으로 줄이는 첫 걸음은 다름 아닌 정부발의제도를 없애 입법권을 국회에 돌려주고 예산편성권도 본연의 국회에 맡기는 것이다. 그 결과를 예측해보자. 대통령이나 정부가 예산이 필요하고 법을 만들어야 하면 밉건 곱건 여야 의원을 만나서 좋건 싫건 고개도 숙여야 하고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한다. 정부에 필요한 예산을 얻고 법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의원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이 국회에 협조를 하게 된다. 지금은 대통령이 야당은커녕 여당 국회의원도 만나지 않고 소통도 없으며 서로 갈 길만 가고 있는데 개헌 뒤에는 구조적으로 달라지게 될 것이다. 국회에게 본연의 권한이 제자리로 돌아가니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뒤를 잇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는 안타깝게도 개헌을 통해서 입법권과 예산편성권을 돌려받아도 이를 잘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능력과 자체 보좌진의 인력도 모자란 경우가 없지 않은데 이를 보완할 국회의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의 전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대통령에게는 막강한 권력뿐 아니라 각종 정부부처와 우수한 공무원이 수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보좌하고 있지만 국회는 졸은 물론 차나 포도 떼인 격이다. 따라서 국회에 그만한 예산과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하는 차원에서 정부산하 각종 국책연구소(원)들을 예산정책처 및 입법조사처 산하로 확대 개편하든지 아니면 병렬적으로 역할을 재배치하는 식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일하는 국회가 나오는 첩경이다. 국회가 일을 제대로 많이 하면 대통령은 독주를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권력만 나누어 갖게 해서는 국가가 살아날 수 없다. 대통령도 일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새로운 국회만큼 일을 많이 하게 해야 한다. 그게 바로 개헌을 통한 선거주기의 동시화로 가능해진다. 현행 선거주기에 따르면 대통령이 단 일 년도 정책이나 공약실현이나 정치를 할 수 없다. 대통령에 취임하고 몇 달 있으면 바로 재보궐선거가 다가오고 그것이 곧 중간평가로 돌변한다. 또 조금 지나면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그게 지나면 또 국회의원선거가 온다. 선거가 많다보니 임기 초 조그마한 재보궐선거마저 대통령에게 큰 타격이 되고 식물 대통령으로 변한다.

이참에 대통령 후보는 특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4년 연임 정부통령제 개헌이 성사되면 2016년 4월 국회의원 선거까지 임기를 줄이겠다고 과감하게 공약해야 한다. 이게 내려놓는 정치이고 대승적인 정치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2년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중간선거로 지방선거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세계 각국의 선거주기에 대하여 연구한 필자로서는 지방선거까지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라도 동시에 주기를 맞추면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좀 더 정치할 여유를 찾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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