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남성, 남성 갱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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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남성, 남성 갱년기
  • 김명일
  • 승인 2012.11.10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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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명일 / 평화의료생협 평화의원 원장



최근 진료실을 찾는 ‘고개 숙인 남성’들이 늘고 있다. 중년을 지나면서 활력이 떨어져 기운도 없고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다. 더구나 비아그라로 알려진 성기능개선제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서 가격이 거의 6분의 1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보도되면서 복제품을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50세 전후 폐경기를 거치면서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하는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그 변화를 갑작스레 경험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해도 배뇨곤란이나 야간뇨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전립선 비대증, 그리고 성기능 저하는 중년남성들의 말 못할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은퇴시기와 맞물리는 중년에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능력의 상실에 겹쳐 나타나는 이런 신체적 변화는 남성들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과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자손을 양육하고 친밀감을 나누는 행위야말로 일생이란 소설의 영원한 두 주제임엔 분명하다. 인간이란 동물을 지탱하는 이 두 가지 기능이 쇠퇴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그리 즐거운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40대 이후 남성 중 남성 갱년기를 호소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 연구에 따르면 무려 73%의 남성들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남성 갱년기는 어떻게 진단할까? 여러 항목 중 성기능관련 문항이 하나라도 해당되거나 나머지중 세 개 문항 이상이 해당되면 남성호르몬 결핍 증후군이 가능성이 높다.

*남성 갱년기 자가진단표
1. 기력이 몹시 떨어졌다.
2. 근력과 지구력이 떨어졌다.
3. 키가 줄었다.
4. 삶에 대한 즐거움을 잃었다.
5. 기분이 우울하다.
6. 저녁 식사 후 졸음이 몰려온다.
7. 최근 일의 능률이 떨어졌다.
8. 최근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
9. 성적 흥미가 감소했다.
10. 발기의 강도가 떨어졌다.

우리 몸의 불과 1g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남성호르몬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빨리 호르몬 감소가 진행될 경우, 갱년기 증상이 앞당겨질 수 있다.

먼저 비만이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이다. 비만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 낮았으며, 이것은 10년간의 노화과정과 맞먹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남성은 혈관의 확장기능이 감소되어 음경의 혈관확장기능 또한 떨어져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술과 흡연도 마찬가지이다. 장기간의 흡연은 혈액 내 산소량을 감소시키고 니코틴의 자극을 받은 고환동맥의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로 인해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게 되는 것이다. 알코올 또한 고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남성호르몬 생성을 떨어뜨린다.

스트레스도 남성 갱년기의 적이다. 한 대학 연구소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강도와 남성호르몬 감소의 관련성을 연구했더니,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가한 그룹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제일 낮게 측정되었다. 이는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남성호르몬이 47% 낮은 정도였고 고환에서의 정자형성 역시 줄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성 갱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여성에서처럼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이 시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호르몬 보충요법 후 골밀도, 근육량, 성기능 등이 증가하고 정서적 안정의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수면무호흡증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받은 후 호르몬 보충요법을 결정해야 한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요법으로 갱년기 증상을 개선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골반체조가 보급돼 있는데, 골반 근육을 강화시켜 발기 등 성기능을 개선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골반체조는 별다른 도구 없이 앉거나 서서, 또는 누워서도 할 수 있는 편리한 운동법이다.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항문을 오므리고 10초 정도 유지한 다음 힘을 뺀다. 15~20분씩 하루 두 번 정도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복부비만을 예방하고 절주와 금연을 실천한다면 보다 오랫동안 젊음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지만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를 한탄하고 거스르기보다는 그러한 변화에 순응하면서 자신을 잘 관리해 나가는 남성에게는 중년이 꼭 슬프고 우울한 시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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