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함께 껴안다”
상태바
“과거와 현재를 함께 껴안다”
  • 송은숙
  • 승인 2012.11.26 0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색카페> 중구 신포동 ‘팟알(pot-R)’


취재:송은숙 기자

일제강점기 하역회사 건물이던 곳이 근사한 카페로, 지역주민들과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지난 8월, 중구 신포로 중구청 근처에 문을 연 카페 ‘팟알’(pot-R, 대표 백영임)’이다.

오픈 4개월이 되면서 ‘차이나타운에 가면 가까운 카페 팟알에 들러보라’는 SNS의 입소문에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도 많아졌다.
카페 주변은 근대 개항기 일본의 조계지로, 가까운 ‘차이나타운’은 당시 청국의 조계지였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팟알’ 은 당시 하역회사 건물로 1층은 사무실, 2층과 3층은 하역인부들의 숙소로 사용됐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20년이 넘는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인 셈이다.
외관에서부터 천정, 계단, 다다미방 등 정성스럽게 리모델링을 한 흔적이 역력한 이곳의 주인은 오랜 동안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백영임(전 해반문화사랑회 사무국장) 대표이다. 주택으로 사용되던 이곳을 사들인 그는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과 수리를 했고, 민간 차원에서의 근대건축물 활용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문화재급의 건물은 박물관 등으로 보존되지만 일반 근대건축물은 ‘도심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헐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없앤다고 상처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간을 활용하고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쉽지 않은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1층은 카페로, 일본식 다다미방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2층과 3층은 커뮤니티와 전시 공간으로 변신했다. 내년부터는 뒷채도 낮에는 전시와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공하고, 밤에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된다.
“카페 ‘팟알’이 구도심에서 오래된 건축물을 활용한 좋은 사례로 알려지면 좋겠고, 작지만 지역주민들과 예술인들이 만나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카페 뒷채로 이어지는 통로에서는 갤러리 분위기가 난다. 근대 개항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들이 벽을 메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카페 한켠에는 역시 지역의 예전 모습을 알려주는 엽서들이 진열돼 있다.

백영임 대표는 “지역을 알리기 위해 엽서를 자체 제작해서 판매 중인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며 “앞으로 더 다양한 문화관광상품을 개발해 상설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만든 엽서를 보여주고 있는 백영임 대표.
카페 ‘팟알’의 대표 메뉴는 추운 날씨에도 찾는 이들이 많은 팥빙수와 단팥죽이다. 메뉴당 가격은 6천원으로, 대표 메뉴이자 인기 메뉴이다. 카페 이름 ‘팟알’은 항구(port)의 ‘r’을 뒤로 보낸 것으로, ‘팟’과 대표 메뉴에 들어가는 ‘팥’의 발음이 비슷해서 재미있다.
인기메뉴인 팥빙수.
개항기 때 팔았다는 나가사키카스텔라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메뉴이다. 따뜻한 커피, 우유와 함께 맛보면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달콤한 맛에 다시 생각난다. 1조각에 2천원이다.
나가사키카스텔라가 진열돼 있다.
'팟알' 주변에는 인천아트플랫폼이나 근대건축전시관 등 둘러볼 곳이 많다.
*팟알:☎777-8686. 관동교회 바로 옆에 있고, 1·3주 월요일은 쉰다.
 
Tag
#이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